지금 밖에 비가 오나요?

지하 2층에서 지상 4층까지

by 야초툰

사람은 누구나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르길 원한다.

지하 단칸방에서 사는 사람은 창문 밖에 보이는 높은 아파트 안에서 내려다보는 멋진 전경을 상상하고

다이빙을 하는 선수들은 자신의 키보다 훨씬 더 높은 다이빙대를 올려보며 그곳에서 멋지게 뛰어내리는 자신의 모습을 꿈꾸고 매일 삼시 세 끼를 준비하는 엄마는 밥솥에서 밥이 다 됐다며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보고 그름 위로 날고 있는 자신을 상상한다.



어릴 때 나 역시 하늘에 나는 비행기를 수 없이 손가락으로 집어대며 지금 서 있는 이곳보다는 더 높은 곳에 있기를 빌었다. 그래서 내가 꾸던 그 꿈이 지금 내가 있는 이 지하 2층의 사무실이 아닌 지상 4층에서 바로 옆엔 총지배인 있는 그 힘 있어 보이는 부서에 가면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퇴사를 미루게 되었다.


당신의 예상대로 말이다.


그래서 그 방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마치 손님이 전화를 걸어 “지금 밖에 비가 오나요?”라고 물어볼 때 창문 하나도 없이 사방이 막힌 지하 2층에서 한숨을 쉬며 손님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나 역시 손님과 같이 검색창에 오늘의 날씨를 검색하는 나 자신을 벗어던지고 창문 밖으로 뜬 해를 보고 인사하고 여유롭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커피머신에서 내려 마시는 성공한 삶을 상상하며 가는 발걸음이었기에 매우 가벼웠다.

그렇게 지상 4층 세일즈 사무실을 지나 제일 안쪽 총지배인실 옆에 있는 방의 갈색 나무로 된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아침 9시인데도 컴퓨터 모니터에 코를 박고 코로 내려오는 검은색 안경을 올리면서 미친 듯이 컴퓨터를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고 있는 레베뉴 과장 리사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내가 왔는데도 앉으라는 말없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으며, 책상에는 다양한 색깔의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미 마시다 만 두 개의 커피잔이 함께 포개져 있었으며 그 옆에는 커피 자국이 묻은 성공의 심리학이라는 책이 놓여 있었다.

'이게 정녕 성공한 삶인가?'

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이미 그 방에 들어왔기에 정신이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레베뉴 부서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게 된 허 대리입니다”

*레베뉴 애널리스트 : 레베뉴 부서장이 수익 매출 관련 회의를 할 수 있게 준비하고 해당 달의 매출을 예상할 수 있는 자료를(경쟁사 요금 및 특이사항을) 찾아주고, 요금이 결정되면 그 요금을 시스템에 세팅하고 관련 메일을 보내고 거의 비서의 역할이었다.

그제야 내가 들어온 것을 눈치챈 듯이 힐끔 나를 쳐다보더니 간단히 눈인사를 하고는 다시 그녀의 눈은 컴퓨터를 향했다. 그리곤 그녀는 아침에 회의가 많다며 회의를 갔다 온 뒤에 설명해준다고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용수철처럼 의자에서 뛰쳐나갔다.

그런 그녀를 보며 어쩌면 리사 과장님은 혼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러 온 것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이 들었고 '내가 괜히 온다고 했나?'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그곳엔 그런 내 마음을 대변해 주듯이 책상 아래에 그녀가 벗어 놓고 간 지압 슬리퍼가 '갈지자'로 놓여 있었다. 어쩌면 그 슬리퍼는 나에게 무언의 경고를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니가 걸어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 가!"

그리고 나는 그때 김 과장이 왜 나를 그 부서에 보냈는지를 깊이 있게 생각해야 했다.

'이곳이 지옥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더한 지옥을 보여줘서 마치 원래 있던 곳이 천국이라는 걸 느끼게 해 주리라'라는 생각으로 기회라는 글자로 쓰인 암막 커튼을 씌어서 나에게 보낸 것을 눈치 채야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지상 4층임에도 불구하고 창문 하나 없는 그 방에서 이미 눈이 멀고, 지상층 입성은 성공이라는 말에 귀가 멀어 있었다. 그리고 그 부서가 왜 지상 4층이라는 층에 위치해 있는지 상상조차 못 했다.

그렇게 그녀가 나가고 세일즈 지배인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인사를 하기 위해 들어왔다.


“예약실에서 일복 많은 미친개라는 소문을 익히 들었습니다.

그럼 레베뉴 부서가 딱이죠~"


라고 말하는 그들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처음 올라오는 나를 경계하는 듯 그들은 사무실 방의 문턱을 절대 넘지 않았다. 그리고는 두 손을 모으며 부탁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리사 과장님께 우리 금액 좀 잘 주라고 말 좀 잘해주세요~”

라고 말을 하며 본인들이 담당하는 일들을 소개해 주었다.




호텔 객실은 크게 개인에게 파는 것과 단체에게 파는 것 두 개로 나눌 수 있었다.

보통 일반 여행객 손님에게 판매하는 객실은 예약실 및 레베뉴 부서가 그외의 업무차 호텔에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파는 객실은 세일즈 담당이었다.

그리고 세일즈 지배인들은 각자 자신이 담당하는 업체들(어카운트)이 있었다.

세일즈 A, B -기업체 및 제약회사와 관공서 담당

세일즈 B - 여행사 담당

세일즈 C - 연회 담당

더 크게 지역으로도 나누기도 구분되기도 했다.

그렇게 그들은 본인들의 세일즈 능력이 담당하는 업체의 매출액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그들끼리도 서로 큰 행사는 자신이 담당이라고 싸우기도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담당 기업체들이 단체로 행사를 진행할 때 호텔에 그들이 투숙하면 (객실과 행사장을 이용) 자신의 매출 성과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호텔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싼 금액을 원했고, 레베뉴 지배인은 객실을 비싼 금액으로 팔아야 더 많은 이윤이 남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원했다. 그렇게 서로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달랐으므로 매일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싸움판 한복 판에 예약실 '일 복 많은 미친개'가 눈치도 없이 올라온 것이다.

더욱이 그녀는 이미 '카더라 소문'으로 호텔 내에 얼룩진 유명인사였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물어뜯는다고 카더라'

'호텔 회장님한테도 직접 전화해서 본인 소개를 했대더라'

'프런트에서 그 사람 이름 대면 학을 떼더라'

그래서인지 그들은 방 문턱을 넘지 못하고 유명인사인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고 나도 그런 그들을 뻔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들도 모르게 무언의 대치를 하고 있었을 때, 리사 과장님이 그들을 밀치며 다시 본인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무슨 구경거리 났냐며 나가라고 손사래를 치더니 방문을 '쾅'하고 닫았다.

그리고 빠르게 자신의 자리에 앉더니 시선은 컴퓨터를 쳐다보며

“저들은 신경 쓰지 말아요 어차피 친해져 봤자 나중에 싸울 때 불편해요. 아 그리고 오늘은 내가 다음 달 매출을 예상하는 리포트를 작성하는 날이라서 알려줄 시간이 없어요. 오늘은 그냥 내가 뭘 하는지 지켜보기만 해요”


그렇게 말하곤 그녀는 컴퓨터에 있는 엑셀처럼 빼곡한 칸에 숫자를 채우기 시작했다.

'타타 타탁 타타타 타탁 타타 타탁'

그렇게 숫자를 채우더니 갑자기 세일즈 A 지배인에게 전화를 해서 자기 자리로 불렀다.

“아니 세일즈 A 지배인님 다음 달에 오기로 한 제약회사 단체 60객실 확실한 거예요?”

“아... 네?,.. 네...”

“그럼 빨리 확정 버튼을 눌러야죠 내가 오늘 다음 달 호텔 예상 매출액 리포트 제출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지금 가서 빨리 눌러요 저 총지배인한테 보고 해야 해요!”

그렇게 그녀는 전화로 물어봐도 될 일을 굳이 세일즈 지배인들을 일일이 자신의 자리로 부르고 물어봤다.

그리고 나중에 나에게 속삭였다.

“이들 중에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일도 없어요. 어떤 지배인은 자신이 가져올 객실을 줄여서 말해요 나중에 더 팔았다고 말해야 있어 보이잖아요! 또 어떤 지배인은 객실을 더 많이 말해요. 자신이 달성해야 할 목표금액을 넘겨서 말해요 그래야 마지막까지 노력했는데 못 팔았다고 이유가 생기잖아요!"

“그럼 과장님은 어떻게 매출을 예상해요?”

“그들의 말을 믿지 않고, 그들의 얼굴을 보거나 행동을 관찰해요 그래서 자리로 부르는 거예요”

“그렇게 까지?!”

“나중에 허대리도 이 자리에 오면 알게 될 거예요.... 사람들을 믿었다가 얼마나 피 보는지... 그들은 자신의 매출 달성을 위해 무엇이든 하지만 사무실에 앉아 있는 나는 그 달에 매출 금액을 정확히 예상해야 살아남을 수 있거든요”

그때 총지배인실에서 전화가 울렸다.

“리사 과장 이번 달 매출 어떻게 될 것 같아 저번 달에 예상한 금액 그대로야?”

“아... 그게... 총지배인 직접 가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갑자기 방 안에 정적만이 가득해졌다.

리사 과장님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 일어나면서 말했다.

“차라리 어떤 때는 그냥 무당이고 싶을 때가 많아요! 이번 달 매출 금액을 좀 미리 알려주세요!”

한숨을 쉬며 바로 옆 총지배인실로 뛰어갔다.

어쩌면 총지배인실 옆에 있는 게 승진의 상징이 아닌 빠른 보고를 위한 조치가 아닐까 싶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책상 옆에 아까 본 성공의 심리학 책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너도 곧 읽게 될 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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