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be there (아이 비데 요?)

나는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었다.

by 야초툰
오늘 비가 내릴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 것 같아요?

오전 내내 총지배인의 호출하는 전화 소리에 불려 다니면서 점점 지쳐 가던 리사 과장은 영혼 없는 눈빛으로 모니터를 쳐다보면서 유령처럼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그 질문이 나를 향한 건지 그녀 자신을 향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처음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핸드폰에 '오늘의 날씨'를 검색하여 그녀에게 대답했다.

“오늘 오후는 강수확률 0%라고 나오네요~어쩐지 날씨가 좋더라~"

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말이 무색하게

“그래요? 그럼 당일 특가도 소용이 없겠네...”

그녀는 애꿎은 마우스만을 계속해서 클릭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용기 내 그녀에게 질문을 했다.

“비 오는 거랑 당일 특가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그녀는 나에게 성공의 심리학 책을 툭하니 던지고는


“사람들은 날씨가 좋은 날은 신나서 밖에 나가요. 따뜻한 햇빛도 쐬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놀기 때문에 호텔에 갈 생각을 아예 하지도 않죠. 그런데 갑자기 비가 온다? 그럼 어차피 밖에 나가서 놀지도 않을 사람도 오랫동안 집에만 있는 것 같은 자신의 모습에 갑자기 우울해져서 밖을 나가고 싶어 져요. 그래서 비 오는 날은 숙박 어플로 당일 특가 호텔을 찾아 예약할 확률이 높아요!"

“아!”

“그런데 이런 이론들은 얘 앞에서는 다 소용없어요”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니터에는 오늘의 객실 금액마저도 컴퓨터에 깔린 호텔 요금 프로그램에서 결정한 금액을 바꿀지 안 바꿀지에 대한 대답인 (YES, NO) 선택지만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그 금액마저도 컴퓨터의 의견에 자주 "NO"를 누르면, 본사에서 그녀가 "NO"를 누른 이유에 대해서 "NO REASON"이면 가만 안 뒤라 라는 경고성 메일을 받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이 골방에 갇혀서 사람이 아닌 컴퓨터와의 대화로 인해 이제는 처음에 이곳에 올라왔을 때의 모든 걸 바꿀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다는 그 열정과 자신감이 어느새 사라지고, 자신의 의지로 의자에 앉아는 있지만 자신의 이견 없어야만 하는 컴퓨터의 의견으로 점점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의 상사가 돼버린 컴퓨터가 결정한 금액에 대한 잘못된 결과는 결국 자신이 지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그동안 그녀를 흉봤던 나를 후회하게 되었다.

내가 예약실에 있었을 때는 하루에도 수십 번 요금을 바꾸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뭐야? 요금 또 바꿔 어제도 바꿨는데! 이거 사이트 요금 또 다 바꿔야 하네!”

“당일 특가? 이거 팔리겠어! 오늘은 전혀 문의가 없는데!”

하지만 그러한 조치들이 어떻게든 컴퓨터보다 잘 팔아 보려는 인간의 안간힘이었고, 당일 요금은 컴퓨터 추천 요금을 따르지 않아도 본사에서 재재를 하지 않았기에 어떻게든 컴퓨터가 아닌 자신이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를 보여주기 위한 그녀의 마지막 발버둥이었던 것을 이 자리에 와서야 깨달았다.


혹시 당신이 만약 예약 사이트에서 '특급 호텔 당일 객실 초특가 할인'이라는 배너를 보게 된다면, 그 호텔 레베뉴 매니저가 어떻게든 컴퓨터 매출 예상 금액을 뛰어넘어 자신의 예상 금액을 맞추기 위해 계산기를 무진장 두들기고 있겠다고 안쓰럽게 여겨주길 바란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녀는 매일 당일 특가 프로모션을 설정했고 나는 그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내 나름대로 컴퓨터를 이길 자구책으로 생각한 그 특가 프로모션들의 이름을 짓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건 이세돌 9단의 알파고에 1승을 거두었던 그 희망의 순간을 목격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혼자서 '킥킥킥' 웃으면서 특가 이름을 지어댔고, 예약실 김 과장은 그런 내가 지옥에서도 잘 적응하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허대리 작명소

- 당일 특가! 따르릉~ 따르릉~ 당신에게만 전화 왔어요”

- 어맛! 이건 특급! 00000 비밀가 예요~”

- 아직 한 방 남았다!

- Be. There. Soon. -비데 있는 객실 할인가 <비데 있는 객실을 선호하는 일본인을 타깃 한 특가>”

그리고 그 이름들이 재치가 있어서였는지 아니면 그 기간이 연말 축제 기간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떤 날은 객실수 판매 목표도 달성한 날도 생겼다. 아무래도 그 객실들은 싸게 파는 만큼 많이 팔아야 했기에, 그 방들이 최소 판매 객실 수가 정해져 있었고, 그 객실 수를 넘었을 때의 그 환희는 어릴 때 체육대회에서 박을 터트리기 위해 수 없이 콩 주머니를 던 지 던 나를 생각나게 했다. 그래 서였을지 몰라도 리사 과장님에게 심지어 콩 주머니를 던질 때 던지는 수도 불러주게 되었다.


"과장님 한 방! 더 팔렸어요!"

과장님 두방 더!! 빵빵 터지네~"


그리고 그날 이후로는 레베뉴 부서로 옮긴 예약실 미친개가 작명소를 차렸다는 소문이 났고, 심지어 식음료 부서 매니저가 식음료 부서에서 1+1 프로모션이 자주 하는데 그 프로모션 이름이 너무 흔하니 나에게 다른 이름을 지어 달라고 나를 직접 찾아왔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무르팍 도사가 되어, 작명소의 장인처럼 노란 포스트잇에 적어서 주며 속삭였다.

“U&I (유 앤 아이 )-너와 나”

그 포스트잇을 받은 그녀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든다며 다른 부서에 소문 내주겠다고 했지만 레베뉴 과장은 우리 일이 이제부터 바빠질 테니 작명소는 더 이상 열지 않을 거라고 못을 박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지금도 바쁜데 더 바쁘다고?라고 생각했고, 그녀는 그런 나를 이해한다며'씩' 웃더니 우리는 이제 내년도 예산 금액을 책정하고 내년도 월별 예상 매출액을 정해야 하는 예산의 달을 향해 조금씩 노를 젓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달 매출액도 모르겠는데 내년도 한해를 미리 결정해야 한다고요?”

“응 그래... 우리는 이 기간을 작두 타는 달이라고 하지 작두를 타야 알 수 있거든 그래도 니 옆에 내가 있으니까 우리 같이 작두를 타보자! I'will be there with you~ ”

아직은 레베뉴 업무가 익숙하지 않고, 엑셀이 낯선 나에게 그런 그녀의 말은 큰 버팀목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덧붙여서 자신이 메르스와 싸스를 이겨내고 아직도 이 자리에 버티고 있는 산 증인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다독였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메르스와 사스가 불어왔던 때에는 모든 호텔의 객실료가 반토막이 나고 아무도 호텔 매출 예측을 할 수가 없어서, 레베뉴 매니저들은 다들 가방을 쌓고 해외로 나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고 했다. 그때 당시 그녀가 생각했을 때는 무엇을 하더라도 판매 부진의 결과는 매출 하락의 이유가 분명 했기 때문에 (메르스와 사스의 영향) 오히려 그 기간에는 지난 5년간 손님들의 객실 판매 패턴으로 요금을 추천해주는 컴퓨터를 따르지 않고, 유일하게 본인의 의지대로 판단하고 결정했던 자유로웠던 기간이 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강한 정신력을 가진 그녀를 점점 믿기 시작했다.

그렇게 리사 과장과 같이 새벽 6시에 출근해서 밤 12시까지 일하는 날의 연속을 보내게 되었고, 그녀가 짠 예산안은 타 부서에서 반려되거나 다시 수정되어 거의 39번째 수정 예산안이 메일로 보내질 무렵 그녀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때의 내가 조금만 주변을 돌아보았다면

시계는 이미 오전 9시를 지나고 있었고 그녀의 컴퓨터는 켜지지 않았으며, 그녀의 책상은 마치 그동안 아무도 일하지 않았던 것처럼 깨끗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그녀를 위해 컴퓨터를 조금 일찍 켜봤다면 그 안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던 아이콘은 모두 주인을 따라온 데 간데 사라지고 없고, 새 파란 배경화면만이 윈도 로고만 빛나고 있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을 텐데...

불행하게도 그곳에서는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과장님이 오늘은 늦으시네"를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믹스 커피를 만들어서 마시고 있는 한 여자가 있었다.

오랫동안 짖지 않아서 이빨이 모두 빠진 그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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