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배다

나 자신을 테세우스의 배로 여길지어다

by 치어쌤

-8 퍼센트를 찍었던 주식이 -13퍼센트를 지나 +3퍼센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도 돌아왔다. 마지막 포스팅이 저점을 찍었던 주식과 구질구질한 이별 이야기였으므로, 이번에는 살짝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타인을 대상으로 한 말이다. 나 자신은 끝없이 고쳐써야 한다. 펑크가 났다고 마냥 내리막길에서 달리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나 자신을 책임지는건 어디까지나 나다. 마음에 안 드는 면이 많더라도 어떻게든 굴러가게끔 계속 손질해서 써야 한다.


5년 넘게 일한 직장을 그만 둔 뒤에, 두세달 정도 스스로 고쳐쓰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이유는 백만가지라서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 않다.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내일 한다, 뒤로 미루자 라는 정신으로 미루고 미루다보니 더이상 물러날 데가 없었다.


1. 재무장하기

: 나만이 가진 경쟁력은 무엇인가?

한 직장에 오래 있다보니 느낀 건 '다들 스펙이 비슷비슷 하다' 였다. 그것도 상향 평준화 된 고급 스펙으로. 외적 요소, 학업 성취도, 경력 등등 뭐 하나 부족함 없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있다보니 '나는 어떤 포지셔닝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험난한 취직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뭐라도 명확하게 잘 하고,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분명하게 하기

: 자본주의사회에서 취업이라는건 결국 "나의 노동력을 제공할테니 돈을 주고 사가세요" 아닌가. 나의 용도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구매자 측에서도 메리트를 느끼고 높은 값에 사갈 것이다. 취업이 연애도 아니고 있는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야 할 이유가 없다. 잘 포장하는 것도 결국 기술이다. 있는 사실을 기반으로 다듬어서 내보내겠다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3. 장점과 단점

자기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란 왜 이리 어려운가. 빈 종이를 두고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려고 하니 단점이유독 눈에 띄었다. 그래도 최대한 공평하게 맞추고 싶어서 비교적 객관적인 단점만을 우선 나열해보자면 이렇다.


단점: 외적 요소 (구체적으로 비만), 예민함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장점: 정보력. 구체적으로는, 조직을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인력 관리 기술. 더 구체적으로는 일정 관리 업무 경험 있음. 포토샵 할 줄 앎. (제법 잘 함). 기타 컴퓨터 프로그램 (엑셀, ppt 등) 어느 정도 다룸.


4. 다듬기

부족한 건 채우고, 잘 하는 건 다듬어서 잘 보이게 만들 필요가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 다루는 기술은 자격 시험 보고, 실제 했던 업무 내용을 잘 전시하면 된다. 자격이 있다고 다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자격 없이 뭐뭐 할 줄 알아요 라고 말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아서 말이다. 외적 요인은 주4회 pt와 별도 운동을 통해 다듬고 있다. 비록 눈에 띄는 효과는 별로 안 보이지만 말이다. 예민함은 단점 겸 장점이라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생각을 좀 해보고 있다. 예민해서 변화에 민감한 대신, 거슬리는 행동 하나만으로 기분이 확 구겨지는걸 다듬어서 설명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5. 자기최면

나는 이 직업이 좋다, 이 일을 하고 싶다. 이 회사의 이러저러한 점에 매력을 느끼며 함께하고 싶다는 어필이 필요하다. 신입부터 경력직까지,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다면 어떤 곳인지 미리 정보 조사가 필수적이다. 이 부분을 게을리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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