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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드윈 Dec 31. 2023

달력


12월의 달력을 뜯어내자

그곳엔 1월의 흰색 달력대신

그 끝이 보입니다.


좋은 한 해를 보냈습니다.

여태 보냈던 많은 해(年) 중에서

가장 뜻깊은 해였습니다.


좋은 일이 많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지만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제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일이었습니다.


아물었다 생각했던 흉터에 칼을 대고 안을 헤집어

그 속에 박힌 조각들을 꺼내는 고통스러웠던 그 작업이

지금의 저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 건

부끄럽게도 불과 얼마 전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반성과 용서를 위한 용기,

그리고 지난 일들에 대한 구원과 위로를

당신에게서 받았었습니다.

그러한 은총을 과거의 흉터들과 직면했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달력의 한 장을 걷어내는 것이 아닌

걸어둔 달력을 떼어내야 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다시 그 달력을 떼어내야 하는 시간이 올 때까지

아득히도 먼 길을 걸어야 하겠지요.


그 길이 쉽고 평탄한 길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힘들고 고된 오르막길이어도 좋습니다.

예전처럼 ‘한 말씀만 하소서’라 하며

투정 부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길을 의심치 않고 걸어갈 수 있는

굳건한 믿음만을 제게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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