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드윈 Dec 16. 2023

달빛


안개가 피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서

지나가는 헤드라이트를 셌다


유난히 안개가 짙던 날

가로등 불빛 없는 거리에서

하늘을 보는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달빛 아래서

희미한 별빛을 셌다


가로등 불빛 아래서

헤드라이트를 세는 것보다

함께 희미한 별빛을 세며

달빛에 의지해 걷는 것이 좋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달빛은

어느 날 짙은 안개 속으로 숨었다

함께한 걸음이 그 자리에 섰다


그래 원래 그런 거야

돌아가, 하던 일을 마저 해야 해


가로등 불빛의 거리로 돌아와

지나가는 헤드라이트를 셌다


문득 달빛이 그리워져

헤드라이트도 미웠다


달빛이 사라진 이유를 찾아

가로등 없는 거리를 걸었다

희미한 별 빛은 세지 않으며


이윽고 달빛은 돌아왔다

짙은 안개를 밀어내는

더 짙은 닻빛이


안개가 짙었다

헤드라이트 같은 달빛이 있어

때론 희미한 별 빛을 세며,

혼자 거리를 걸었다

작가의 이전글 명작 다시 읽기 - 노르웨이의 숲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