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피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서
지나가는 헤드라이트를 셌다
유난히 안개가 짙던 날
가로등 불빛 없는 거리에서
하늘을 보는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달빛 아래서
희미한 별빛을 셌다
가로등 불빛 아래서
헤드라이트를 세는 것보다
함께 희미한 별빛을 세며
달빛에 의지해 걷는 것이 좋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달빛은
어느 날 짙은 안개 속으로 숨었다
함께한 걸음이 그 자리에 섰다
그래 원래 그런 거야
돌아가, 하던 일을 마저 해야 해
가로등 불빛의 거리로 돌아와
지나가는 헤드라이트를 셌다
문득 달빛이 그리워져
헤드라이트도 미웠다
달빛이 사라진 이유를 찾아
가로등 없는 거리를 걸었다
희미한 별 빛은 세지 않으며
이윽고 달빛은 돌아왔다
짙은 안개를 밀어내는
더 짙은 닻빛이
안개가 짙었다
헤드라이트 같은 달빛이 있어
때론 희미한 별 빛을 세며,
혼자 거리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