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 7

by 에드윈

7.


요한은 아영의 일이 끝나기를 카페 밖에서 기다렸다. 그녀가 퇴근하는 시간을 맞춰서 카페에 도착했다. 멀찍이서 가게를 정리하고 있는 아영의 모습이 보였다. 요한은 그녀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9시 반이 되자 아영은 가게의 문을 잠근 다음 가방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녀가 불을 붙이고 한 모금을 빨아들였을 즈음, 요한은 아영에게 걸어갔다. 아영은 담배를 입에 물고 양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뭔가를 열심히 적다가 다가오는 요한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몸에 안 좋은 거 좀 끊지 그래?”

“너처럼 몸에 안 좋은 걸 속에 담고 있는 것 보다야 훨씬 나아.”


아영은 씩 웃으며 핸드폰을 넣고 오른손으로 담배를 집었다. 요한과 아영은 잠시 침묵했다. 아영은 왜 요한이 이곳에 있는지 몰라 어색해했고 요한은 아영에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어색해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아영이었다.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또 술 마시자고?”

“어제 그만큼 먹었는데, 됐어.”


다시 어색한 침묵. 아영은 요한의 얼굴을 빤히 보면서 담배를 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오늘 너 좀 이상하다?”

“아, 그게…”

“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 물어보려고?”

“... 그렇지.”

“음…”


아영이 담배를 땅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숨을 한 번 쉬고 팔짱을 꼈다. 그녀의 표정에서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요한은 읽어내기 어려웠다. 아영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까지 뭔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요한의 손바닥이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걔한테 전화하거나 문자 하거나 그런 건 아니야.”

“알아. 핸드폰 다 확인해봤거든. 그런데 일단이라니?”

“그러니까 나한테 너희가 왜 헤어졌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어.”


아영은 담담하게 요한을 보며 이야기했다. 그녀의 표정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요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온몸에서 땀이 났다.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랐다. 아영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다. 헤어진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택시 안에서?”

“어. 택시 안에서. 그 이야기 끝나고 너 엄청 울었어. 내가 엄청 달랬는데도 울음을 안 멈추더라고. 너희 집 앞에 도착했는데, 넌 계속 미안하다면서 엄청 울어댔고.”


아영이 말끝을 살짝 흐렸다. 다급해진 요한이 아영을 재촉했다.


“내가 헤어진 이유를 뭐라고 말했는데?”

“뭐라고 했긴 병신아. ‘다 내 잘 못이야, 내 탓이야.’ 하면서 울어대고. 너 내려주고 난 택시를 타고 더 가야 되는데 어찌나 창피하던지. 기사님도 민망했던지 내릴 때까지 나한테 말 한마디 안 거시더라. ”


아영이 한숨을 쉬며 다음 담배를 꺼냈다. 요한의 입 속이 바짝 말랐다. 요한은 아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영이 담배 불을 붙이려다 말고 요한의 손을 한 번 보고 그의 얼굴을 쓱 보더니 입에 문 담배를 그에게 건넸다.


“한 대 줘?”

“새 걸로 줘.”

“돛대야. 너라서 주는 거야.”


아영이 씩 웃었다. 요한은 아영의 담배를 보았다. 필터에는 이미 그녀의 립스틱이 묻어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세상에, 담배가 이토록 외설적으로 보일 줄이야. 요한의 갈등이 계속되었다. 아영이 다시 한번 요한의 표정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너 오늘 좀 이상한데?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

“아니 전혀.”


요한이 아영의 담배를 뺏다시피 잡아채고 입에 물었다. 잠시 물고 있었음에도 필터는 축축했다. 아영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담뱃불을 붙여주었다. 담뱃불이 들어오자, 요한은 비로소 혀끝에 느껴지던 축축한 느낌을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었다. 오랜만에 피는 담배였다. 한 모금을 들이마시는 순간 그의 머리에 알코올을 부은 것처럼 지끈거리고 또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신아영.”

“왜?”

“언제까지라도 우린 친군거야.”

“당연한 말을.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린 친군거야.”


요한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영이 상황파악이 덜 된 듯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요한을 보았다. 요한의 손가락에서 담배가 툭,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요한의 고개가, 어깨가 순서대로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아영이 요한을 안으려 했지만 요한은 손을 내저었다. 소리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눈물만 흘렸다. 아영은 요한의 손을 뿌리치고 그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었다. 요한은 아영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요한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요한의 입김으로 아영의 머리카락이 점점 축축해졌다.


“내가 헤어진 이유는 말이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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