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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표 Oct 01. 2022

주어진 오늘



지금의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면 자꾸만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그때 그것만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더 좋은 현재를 누리고 있을 것 같다. 가령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학생이 있다고 해보자. 시가 너무 좋아서 시인이 되고자 어른들의 만류에도 문창과에 진학했다. 막상 졸업하니 취직하기가 쉽지 않고, 등단하기도 하늘에 별 따기다. 사실 그는 전공을 택할 당시 문창과 말고 영어영문학과를 고를 수도 있었다. 힘든 현실을 마주하니 생각하게 된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영어라도 잘해서 지금쯤 더 잘 살고 있지 않았을까?’라고.


그러나 단순한 하나의 선택이 큰 변화를 이끌어내진 않는다. 변화를 만드는 선택은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다. 문창과를 택하기까지 마음에 수 차례 품어온 꿈이 있고, 학과를 택한 뒤에도 졸업하기까지 공부한 시간이 있다. 마음만 단호히 먹으면 언제든 다른 길을 갈 수 있었지만 그는 문창과란 선택지가 맞다고 생각해 계속 밀고 나간 것이다. 당시엔 그게 최선이었겠지. 결국 과거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그가 만약 나중에 사업을 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해보자. 아이디어가 독특하다는 사람들의 칭찬에 그는 ‘내가 시 속에서 좋은 영감을 얻지 않았나’라고 생각하며 과거를 긍정한다. ‘나의 성공 비결은 백석의 시 속에 있다’ 같은 타이틀을 달고 인터뷰도 한다. 크게 실수했던 다른 일들도 다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미화되기 미련이다.


그러니 후회가 들 때면 만족스러운 현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과거 속 나를 탓할 게 아니라 공허한 현재를 어떻게 채울지 고민해야 한다. 해결의 열쇠는 과거가 아닌 바로 오늘에 있다. 현재를 만족스럽게 바꿔야 과거도, 미래도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달력을 보니 어느덧 1월이 끝나가고 있었다. 새 책상을 주문했다. 할 일이 없어도 아침 5시에 눈을 떠 책상 앞에 앉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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