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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an 24. 2024

일본소설에 비친 한국의 자본주의

21문장

나는 일본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일본의 문화를 좋아한다. 노재팬이 한창일 시절도 일본여행을 2번 갔을 만큼 진심이다. 잠깐 그에 대한 항변을 하자면, 무지성으로 타문화를 빨아재끼자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발전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영양분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조건 일본을 배척하는 것이 아닌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 필요한 만큼 협력하고 필요한 만큼 경쟁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어쨌든, 그런 결에 소설도 일본소설이 참으로 잘 읽히고 와닿는다.


최근 2개의 일본 소설을 읽었다. 책장에 꽂혀있던 와이프 소장 화차와 작년 오랜만에 하루키에 꽂혀 읽어보자 구매했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이하 세계의 끝). 후자는 1구매한 지 1년이 지나 겨우 읽고 중고서점에서 90년대에 나온 다른 옮긴이의 2편을 구해 읽었다.  작품 모두 설로서의 완성도는 말할것도 없고 그 시사점이 상당하다.


소설이 좋은 건 가르치지 않고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의 시선으로 구성한 장면을 늘어놓고 독자는 각자 나름대로 받아들인다. 그 둘은 80년대에 쓰였던 소설인 만큼 그 당시 일본의 시대상을 밀접하게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무섭도록 지금 대민국의 상황과 유사하다.


우리 인간을 힘들게 하는 것은 고도로 발전한 현대사회이다. 그리고 그 도시의 혈관 끝까지 스며든 자본주의이다. 인간이 편하자고, 더 행복하자고, 마치 모두의 동의하에 인류는 서로 어깨에 어깨를 걸쳐 메고 영차영차 걸어온 것 같지만 결론을 놓고 보자면 이는 오해인 것 같다.


화차에서는 자본주의가 빚는 인간 비극의 현실적인 면을, 세계의 끝에서는 정신적이고 자아성찰적인 면을 다루고 있다. 이를 보며 자본주의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할 수 있고 인간의 원시적 습성에 비추어 사회의 변화에 맞게 새롭게 생활정신양식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느끼고 적용하는 바는 모두 개인의 몫이다.


다양한 해석을 염두에 둔 채 내가 생각하는 바는 역시 정신세계로의 진입이다.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물질의 세계가 서서히 마무리되어가며 인류의 새로운 페이즈인 정신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도처에 있는 암시들을 모아가며 우리는 부단히 새로운 세계의 구성원으로서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 강력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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