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상 가즈아!

402호

by 전야감

들어가기 전 우리는 술을 사기 위해 며칠 전 유자 음료를 샀던 편의점에 들렀다. 그녀는 엄청난 애주가였지만 술을 잘못 먹는 나를 위해 같이 먹을 맥주만 6캔을 샀다.


"맥주는 마실 수 있어?"

"음.. 그래도 500ml 한 캔 정도는 먹을 수 있어. 근데 지금 집 그냥 들어가도 괜찮아?"


"좀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은데.. 그럼 10분만 줄래? 정리하고 연락할게"

"응 천천히 해. 밑에 있을게"


그렇게 맥주를 든 그녀가 먼저 자신의 집으로 갔다. 홀로 자취하는 그 집은 오피스텔이었는데 좀 갑갑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핸드폰에서 업비트 앱을 켰다.




나의 투자 일지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중반에 처음 주식을 시작했고 한참 화장품주에 발을 담그며 북한의 대남 도발에 전전긍긍하던 연말 11월 즈음이었다.


그 당시 여기저기서 엄청나게 광고하던 업비트라는 앱을 마지못해 설치하게 되었다. 그 당시 근무하던 학교에서 달마다 토익 감독을 하였는데 시험 시작 전 입금했던 4만원으로 한 코인을 매수했다. 몇 시간 뒤 감독을 끝내고 다시 앱을 보았더니 4만원이었던 자신 현황이 5만원이 넘어있었다.


저 아인스타이늄(EMC2)이라는 코인은 아인슈타인 생일에 크게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근본이 없다.


겨우 만원 남짓의 수익이지만 몇 시간 만에 30% 가량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허겁지겁 매도했고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친구들 단톡방에 호외를 날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가 처음 코인 투자를 시작한, 그리고 내 친구들에게 코인 문익점이 된 계기였다.


2017년 12월은 기록적인 상승장이었다. 중간중간 큰 이슈와 함께 3번 정도 엄청난 폭락이 있었지만 단 며칠 만에 그 하락분을 우습게 갱신해가며 모든 코인이 미친듯한 상승률을 보여주었다. 나를 포함한 친구들 모두 도대체 이 원리와 근간이 무엇인지 모를 코인에 푹 빠진 채, 저마다 다른 수익을 가지고 2018년 1월을 맞게 되었다. 그 사이 어떤 친구는 할 수 있는 모든 한도의 대출을 끌어온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1월 8일 내 생일 즈음 폭락이 시작되었다. 우직하게 버티지 못하는 내 성향은 큰 수익을 가져다 주진 못했지만 덕분에 손실도 면하게 해주었다. 그 이후 내 친구들 중 몇몇은 커다란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되었다.


그 이후 친구들은 간간이 관심을 갖더라도 그때처럼 크게 살아나지 못하는 장에 하나둘씩 투자와 멀어져 갔지만 나는 그 이후에도 단 한 번도 관심을 끊은 적이 없었다. 주식과 코인에 번갈아 혹은 동시에 매진하며 어떻게든 끝장을 보고 싶었지만 그 이후로 큰 수익도, 손실도 없는 보합상태를 유지하였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초, 이미 한참 전부터 그 엄청난 증시 폭락을 예측해오던 시황이 있었다. 나는 그 시기를 기다리며 인버스 레버리지 ETF를 투자할 타이밍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신의 장난인지 그 시황을 전달하던 전문가가 그 폭락 직전 짧은 상승을 먹기 위해 코덱스 레버리지ETF 매수 시황을 전달하였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엇박자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올라온 장에서는 거꾸로 인버스 ETF를 매수해버리고 천장을 뚫고 가버리는 코스피를 바라보며, 닭 쫓던 개의 심정을 넘어 피눈물이 줄줄 흐르는 단장(斷腸)의 심정을 금치 못하였다.


그 당시 손실이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그렇게 2020년이 흘렀고 그 해 말부터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코인장을 보며 다시 투자에 만전을 기하던 때였다.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기 전 내가 매수한 코인이 갑자기 30% 상승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어쩌면 나의 투자 그래프는 나의 인생 그래프와 커플링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정리를 마치고 호수를 알려주는 그녀의 톡을 확인한 후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녀의 집은 402호



혹시나 용어가 낯설 분들을 위해


*업비트: 가상화폐거래소 이름

*ETF: 거래소에 상장하여 주식처럼 사고파는 펀드

*인버스 레버리지ETF: 코스피 지수를 역방향으로 추종하여 하락분의 x2만큼 수익이 되는 펀드 상품.

*코덱스 레버리지ETF: 코스피 지수를 정방향으로 추종하여 상승분의 x2만큼 수익이 되는 펀드 상품.

*커플링: 두가지 다른 지수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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