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8번째다. 이번엔 삿포로였다. 처음으로 간 곳이었다. 삿포로를 여행지로 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여름에 한국보다 비교적 시원한 곳이며, 청주 공항에서 갈 수 있으며, 난카이 트로프 지진위험에서 먼 곳이다. 하지만 얼마 전 홋카이도와 가까운 러시아 쪽에서 지진이 나며 3번째 이유는 근거를 조금 잃었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너무나 좋은 여행이었다. 계획도시라는 삿포로의 깔끔한 도시경관과 맛있는 음식들은 몸과 마음을 너무도 상쾌하게 해 주었다. 가장 맛있었던 양고기와 오꼬노미야끼는 두 번씩 먹었다. 최고의 맥주는 삿포로 클래식이었다. 오꼬노미야끼집에서 따라준 맥주는 최고 중에 최고였다. 너무나 농밀하고 쫀득한 거품.. 환상적이었다.
마지막날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 한참 축제 분위기인 오도리 공원에 잠시 머물렀다. 이런저런 음식을 팔고 있었는데 그중 숯불에 구운 커다란 옥수수가 눈에 들어왔다. 방금 배 터지게 식사를 하고 온 후지만 참을 수 없었다. 뜨거운 옥수수를 입에 한입 물어 제끼면 단맛, 숯불맛, 짭조름한 간장맛이 터지는 수분과 함께 입안에서 감돌았고 너무나 육질이 풍부한 나머지 한번 갉아먹은 부분을 또 한번 갉아먹어도 옥수수는 고갈되지 않았다.
와이프가 말하기로
"이거 안 먹었으면 진짜 후회했겠다"
뭐라? 안 먹었으면 후회한다? 후회라는 것은 후회를 하게 만드는 행위의 의미를 이해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후 얼마가 지나 그 주가가 엄청나게 올라있을 경우 우리는 명백히 후회할 수 있다. 투자했으면 그 금액이 얼마가 되어있을지 정확히 계산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수익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면 그 후회의 소설은 끝없이 펼쳐진다.
하지만 먹지 않은 음식에 대한 후회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점심을 충분히 먹어 배가 고프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나쳐간 음식에 대한 후회? 그리고 심지어 귀국하여 그 음식을 먹을 기회가 사라져 버린다면 뇌는 이 후회를 위한 리소소를 거의 상실하고 만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 그 옥수수를 보기만 하고 그냥 지나쳐갔다면 논리적으로 '그 옥수수 안 먹어서 후회돼'라는 상황이 가능할까?
그런데 여기에 양자역학적 논리를 더하면 이것이 가능해진다.
오도리 공원을 지나치는 그 순간에 옥수수를 목격한 나와 목격하지 않은 나가 있다. 그리고 목격을 했을 경우 옥수수를 먹지 않기로 결정하는 나와 옥수수를 먹으려는 내가 있다. 첫 번째 경우에는 옥수수를 안 먹어서 후회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 옥수수를 목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옥수수를 목격하는 순간 옥수수를 먹는 나와 먹지 않는 내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 멀티버스적 상황을 인지하는 인간은 옥수수를 먹지 않은 결정을 한 후에 옥수수를 먹으며 만족스러워하는 자신을 감지하며 후회라는 감정을 발동시킬 수 있다. 왜냐면 그 2가지 상황이 동시에 존재하며 이 상황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와이프의 발언은 논리적으로 모순처럼 보였으나 납득가능한 논리가 된다.
그래서 결론은 아이온큐에 우리는 투자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양자역학을 들이대지도 않고 후회하는 나를 목격할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