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된 지 10년이 넘었다. 고등학교 때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고 막연히 인서울만 생각했다. 수능에 원하는 성적은 나오지 못했고 넉넉지 않은 형편에 무리해서 인서울 하느니 지방 국립대가 낫다는 판단이었다. 어쩌다 영어교육과에 들어갔고 교사가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신규연수 중 중1~3학년 3년간 담임이셨던 선생님을 뵈어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우리 때 신규였던 그 선생님은 40대 중견교사가 되셨고 교직원공제회의 장기저축급여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최대한도로 넣으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 당시 월 최대 불입 가능금액은 45만 원이었지만 부족한 신규월급으로 9~15만 원 한도가 내 최선이었다.
학교현장에서도 돈얘기가 나오면 그 장기저축급여가 주제로 자주 떠오른다. 평균적으로 4프로 이상의 연이율 복리로 보통 퇴직까지 붓는 상품이다. 공제회 홈페이지의 예상 수령액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30년 정도 불입하고 받는 금액 중 이자가 원금을 1.5배에서 2배 가까이 상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했고 그 당시 퇴직하며 그 금액을 수령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이상 교사들이 자연스레 갖는 금융기준이었다.
30년이 지나 원금의 2~3배를 받는 상품. 과연 좋은 건가? 시간이 지나 금융에 대한 기본지식이 겨우겨우 생긴 지금 은행이, 공제회가 날강도라는 생각만 들뿐이다. 30년 동안 고객에게 원금의 1~2배 정도만 챙겨주고 나머지는 자기네들이 야무지게 잡아 돌리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하여 원금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만, 일반적으로 10년에 2배씩 늘어나는 m2통화량 그래프만 간단히 살펴봐도 우리는 10년에 자산의 2배를 불려야만 기본은 했다는 진리를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본 미국 은퇴자들의 가장 큰 후회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과소평가라는 통계도 머리에 스친다.
10년에 2배면 30년이면 2의 3 제곱, 즉 8배를 지켜줘야 기본을 하는 셈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당장 대학교 신입생 때 밥값, 그 당시 아파트값을 생각해 보면 거의 그 수치를 추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일반 소비재와 현물의 물가 상승은 일부 다른 원리를 따르며 그 세부 품목역시도 다르다. 더군다나 우리 세대는 코로나 때 엄청난 돈 풀기로 이를 가속시킨 덕에 30년에 10배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이 30년에 8배가 무서운 것은 내가 가진 일부 시드의 8배가 아니라 풀시드 혹은 풀자산의 8배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딘가에 100만 원 투자하여 30년 뒤에 800만 원 됐다고 만족하고 치울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는 2019년 전 대출기준이 여유로울 때 풀레버리지로 서울 2급지 이상 부동산에 투자를 했다면 이 걱정은 어느 정도 해결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서울 부동산은 쉽게 접근가능한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치밀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금융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돈을 초탈할 수 없는 인생이다. 더욱이 돈이 생존과 보다 밀접하게 연관될 세상이다.
그래도 기회는 무궁무진하고 재미난 세상이다. 밀림을 탐험하고 신항로를 개척했던 과거인의 모습이 금융이라는 형태로 다시 태어난 자본주의 판때기이다. 다 끝났다는 비관론보다 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훨씬 유리하다. 적어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