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솔로 돌싱편 28기, 역시나 흥미롭다. 14기까지 열심히 보다 그 이후 일반기수는 잘 안 보는 편인데 모쏠특집과 돌싱특집은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다. 돌싱들은 그들의 이전 경험 탓에 아무래도 강한 액션과 리액션이 오고 가는데 이는 여러모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준다.
이 중 28기 최근 화의 정희와 광수의 대화를 다뤄보고 싶다.
아이가 하나 있는 치과의사인 정희는 출연부터 진정성의 의심을 받고 있었다. 바르고 곱상한 외모, 치과의사라는 스펙은 그녀가 돌싱임에도 불구하고 홍보목적으로 방송에 출연했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 프레임으로 그녀의 행동을 해석하니 자기소개 때의 뚝딱댄스도 영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화 윷놀이에서 보인 찐텐과 그 이후 영호에게 보인 설득력 있는 관심이 이 의심을 걷게 했고 이번 화의 행보는 그 여론을 완전히 뒤집었다.
그녀는 처음 광수에게 흥미를 가지다 중간에 연하인 영호에게도 관심이 생겼다. 그 둘에 대한 호감은 5대 5라기보다 광수에게 조금은 더 무게추가 실린 상황이지만, 거기에는 광수가 먼저 호감을 보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자기가 관심이 있는 것은 맞으나 남자 측에서 먼저 방아쇠는 당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오늘 내가 다루고 싶은 포인트이다. 이건 요즘 남자들이 여자들에 대해 매우 화가 나있는 점이기도 하다. 자기들의 마음을 직접 표현하지 않으며 간접적이고 에둘러 표현해서 결국 남자가 무언가를 하게 하려는 것. 그러면서 자신들의 마음에 따른 행동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양새. 간을 본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자들의 이러한 행동은 진화심리학적으로 DNA에 새겨진 행동이며 이를 남녀관계 역학과 현대사회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로 보아야 우리에게는 유익할 것이다.
어지간한 남자 못지않은 스펙을 가진 정희이지만 그녀는 남녀관계 역학에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한 듯하다. 우선 그녀는 정숙이 광수와의 데이트에서 정희의 1순위가 광수라고 실언함을 알게 된다. 이건 그녀의 전략에 있어 잘못 꿰어진 첫 단추였다. 광수가 관계에 대한 패를 완전히 쥔 샘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안함에 울고 있는 정숙을 달랬다.
잠시 뒤 광수가 청한 산책 중 그녀는 엄청난 스킬을 발동시킨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반응한 광수도 빠끔이이지만 이 몰라요의 횟수가 정희의 내공을 짐작케 한다.
정희는 잇따른 광수의 질문에 몰라요로 답했다. 정말 심각한 연애초짜가 아니고서야 분위기와 어조에서 그녀가 광수에게 흥미가 있음을 모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몰라요는 생각보다 많은 횟수로 발동되었다. 기어코 이를 지켜보던 MC 데프콘과 이이경도 약간 짜증을 낼 정도였다.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약간의 짜증을 유발할 만큼 추가된 횟수의 몰라요가 바로 이 남녀관계의 역학을 가장 적절한 균형으로 갖고 오게 하는 고도의 기술인 것이다.
3번 안쪽의 몰라요로 끝났다면 광수가 쥔 패는 여전히 광수의 손아귀에서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 그 남녀관계가 메이드 된다면 여전히 관계의 우위는 미세하게나마 남자가 가져가게 된다. 이게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현명한 여자는 자신이 선택한 남자조차 그 남자가 자신을 선택하게 한다. 남자 스스로가 그 선택을 했다는 노력과 책무성이 이 관계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아는 것이다. 그녀는 몇 회의 몰라요를 더 시전함으로써 광수 손에 쥔 패의 지분 일부를 자신의 것으로 갖고 오게 된다. 이를 읽고 적절한 타이밍에 그녀의 손을 잡은 광수 역시 완급조절이 완벽했다.
장기적 관계는 기술의 영역이다. 그 긴 과정속에 극복하고 관리해야 할 인간 본능의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잘 이해한 성숙한 40대 남녀의 짧은 공방전은 또 한번 유익한 교보재로 영상속에 남아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