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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un 30. 2023

8. 히든싱어[영탁편]에 나가다

이제 댄스를 곁들여 볼까요

2022년 8월 19일 박정현 편을 시작으로 히든싱어7이 시작하였다. 영탁 편은 10회였다. 녹화날짜는 9월 29일, 방송날짜는 10월 21일이었다. 그러므로 박정현 편은 이미 우리가 예심을 보기 전부터 준비가 한창이었던 것이다. 대략 한 시점에 4편 정도가 동시에 준비가 되고 있다. 우리 편 연습 때는 제시, 신용재, 노사연 편 모창자들을 오며 가며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어떤 사람이 무슨 편 참가자인지 전혀 정보가 없어도 외모와 아우라만으로도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 저분은 제시구나. 저분은 노사연이구나. 백발백중이었다.


이렇게 동시에 여러 편 준비가 진행되다 보니 연습 일정이 딜레이 되는 경우가 생긴다. 연습실은 하나고 연습을 진행하는 스태프들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 준비 기간 동안에 트레이너 샘들은 집에서 음악도 안 듣는다고. 온종일 수많은 사람들의 동일한 노랫소리를 빵빵한 볼륨으로 귀가 축나도록 들으니 그럴만도하다. 


어느 날 연습이 1시간 정도 딜레이 되어 대기실에 있던 중 간드러지게 사정없이 꺾어버리는 고음이 연습실에서 들려왔다. 신용재 본인이 와있는 줄 알았다. 우리들은 눈이 동그라진 채 서로를 쳐다보며 기함을 금치 못했다.


아.. 우리 퀄리티로 방송가능한 거야?


후덜덜한 신용재 모창자들


마지막에 들어온 오혜빈까지 해서 멤버가 교체되지 않은 채 9월이 다가왔다. 이제 녹화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작가님은 녹화하루 전에라도 퀄리티 높은 참가자가 나타나면 우리 중 누구라도 교체가능하다고 협박(?)하셨지만 그 시점에 우린 유력라인업으로 낙점되었다. 그때부터는 매번 연습의 모든 과정이 촬영되어 단톡방에 업로드되었다. 우리 스스로 모니터링하기 위함이었는데 집중하여 듣고 분석하다 보니 긴 귀갓길이 덕분에 금방이었다. 그리고 모창도 모창이었지만 이제 댄스연습을 할 차례였다.


하.. 댄스라..


4곡 중 무려 3곡이 댄스가 있다. 하지만 1라운드 곡인 누나가 딱이야는 모두 통 안에서 부르므로 패스. 니가 왜거기서나와, 찐이야의 안무를 익혀야 했다. 안무는 2절 통 안에서 나오는 후반 무대에 필요한 것들이다. 모두 열심히 연습해야 하지만 1라운드에 떨어지는 누군가는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안무를 전혀 선보이지 못하기도 한다.


댄스연습을 처음 하는 날 노래연습을 마치고 jtbc외부의 댄스연습실로 이동하였다. 그곳에는 춤선생님 한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고 그날은 니가왜거기서나와를 연습하기로 하였다. 우리 다섯 중 춤이 자연스러운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트로트 그룹 삼총사의 멤버인 강대웅. 워낙 안무가 많은 노래에 익숙한 탓에 몸이 리듬을 받아들이는 뽄새자체가 달랐다. 그리고 동근이(하동근)의 경우도 리듬감 있는 노래를 많이 하고 프로가수답게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곁들여 곧잘 따라 했다. 문제는 그 외 김희석, 오혜빈, 그리고 바로 나, 송근안 3명이었다. 다행히 안무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 동작자체는 어느 정도 따라 할 수 있었으나 자연스러움과 짜세(?)라고 해야 하나. 그것이 참 어려웠다.


댄스연습이 더해지니 슬슬 귀가시간이 걱정되었다. 보통 8시면 끝나던 연습이었는데 댄스연습이 마무리되니 10시가 훌쩍 넘었다. 첫 연습날은 금요일이어서 처갓집에 가서 자면 됐지만 앞으로 화요일에 이런 연습이 잡힐 경우 어찌해야 할까 슬슬 고민이 되는 것이었다.


첫 댄스연습. 뒷목이 절로 잡히는 댄스실력이로구나~


"오늘은 예심본 분 한 명 연습 때 같이 할 거예요"


                            ?!!


갑작스러운 작가님의 말씀이었다. 우리에게 유력라인업이라고 하였지 확정이라고 하지 않았다. 지난번 전언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팩트였다. 우리 스스로도 걱정되는 모창의 퀄리티는 작가님들에도 역시 같은 고민이었고 그날 방금 예심을 본 분이 합류하여 6명이서 연습을 한다는 것이었다. 대기실에서 그분과 말씀을 나눠보니 30대 초반의 직장인이라고 하셨다. 과연 실력은 어떨지..


오랜만에 5명이 아닌 연습이 시작되었고 그분 차례에서 몇 소절의 노래를 듣고 안심할 수 있었다. 일단 그분은 누나가 딱이야와 이불이 잘 숙지되어 있지 않았을뿐더러 아직 목이 영탁 모창을 하기에 덜 익었다고 느껴졌다. 그게 뭔지 내가 안다. 그래도 우리는 한 달 넘게 영탁노래를 목에 붙여온 사람들이다. 니가왜거기서나와 같은 경우 맨 처음 근데! 니가! 여기서부터 목이 힘들다. 찐이야의 찐찐찐찐 이 부분도 마찬가지다. 누나가 딱이야의 남자답게 책임질게 이 부분도 그렇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연습한 우리들은 이제 그럴듯한 소리가 난다. 기본 톤은 비슷할지 몰라도 노래 숙지도도 부족하고 모창길이 덜 들은 목을 가진 그분과 우리의 괴리는 우리들도, 작가님들도 충분히 느낄 만큼 컸다.


얼마뒤 멤버교체는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또 작가님이 전해주시길, 우리 다섯 명이 이미 너무 친해 보이고 똘똘 뭉쳐서 본인 실력은 차치하고도 뚫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고, 그분이 말씀했다고 하였다. 그때부터 이미 우리 오영탁은 공고했나 보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그 에피소드를 회자하며 웃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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