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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un 27. 2023

7. 히든싱어[영탁편]에 나가다

화요일에 jtbc에 간다는 것

"교장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말씀해 보세요"


"제가 사실 방학 동안 어찌하다 보니 히든싱어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아직 방송에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는데요 예심포함 4번 정도 상암 jtbc 왔다 갔다 하며 연습참여하고 있습니다"

"히든싱어요? 히든싱어가 뭐였죠? 통 안에서 노래 부르는 거?"


"네 맞습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편은 영탁 편이고요, 녹화 날짜도 확정은 아니지만 9월 말이 될 거라고 합니다. 그전까지 연습이 평일 중 화요일에 있다고 하여 복무 올릴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영탁? 미스터트롯 그 사람? 그렇군요. 축하드려요. 꼭 열심히 해서 방송 출연하세요"


교장선생님은 환한 미소로 교직원의 기묘한 복무사유를 인정해 주셨다.


나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예전화에 잠깐 언급했다시피 본격적인 취미를 갖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친구들과 우연히 간 노래방에서 내가 부른 노래를 듣고 친구들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노래 실력자체가 엄청 뛰어나서라기 보다 평소 내 이미지와의 간극 때문에 더욱 그랬을지 모른다. 행동주의 심리학적으로다가 조건 형성이 된 것이다. 그들의 반응에 따라 내 행동이 강화되었다. 그 후로 노래 부르기가 취미가 되었다. 교사가 된 이후에도 누군가가 요청하면 빼지 않고 노래하였다. 마침 이 학교에서도 히든싱어 지원하기 1달 전쯤 학교 회식에서 노래방을 갔었다. 분위기에 맞춰 트로트를 불렀고 샘들의 놀란 반응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얼마뒤 나는 히든싱어 영탁 편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떤 일이 있기 위해 서서히 고조되는 주변 상황같이 느껴졌다.

노래좋아하는 쥐가 됐다 이겁니다


피드백에 따라 노래에서 얇게 느껴지는 내 목소리를 수정해야 했다. 


십수 년간 나 혼자 야매로 불러온 창법의 메커니즘은 비성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비성도 정석적인 비성이 아니다. 소리를 코로 빼는 것이 익숙해지자 작은 볼륨으로도 고음을 낼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노래방 짬밥과 홀로 녹음으로 익힌 혼자만의 기술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별 힘들이지 않고 고음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모창에 있어서는 이 점이 아킬레스건이었다.


트레이너 선생님과 수업과 홀로 찾아본 발성 강의를 통해 나의 발성에 아랫소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소리는 기본적으로 목에 있는 성대가 진동하며 발생한다. 이 성대의 근육은 불수의근이라 의식적으로 컨트롤할 수 없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횡격막을 강화하여 호흡을 조절할 수 있으며 성대의 올바른 접지를 통해 건강한 소리를 낼 수 있다. 고음을 위해서는 이 성대를 얇게 붙이는 훈련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생성된 기류를 신체 어디로 보내 공명 시키는가가 관건이었다. 여기서 나는 아랫소리를 발성에 잘 활용하지 못했다. 조금 전문적인 말로 배음이 없는 것이었는데 피아노로 예를 들면 도레미파솔라시 이런 식으로 고음이 올라갈 때 에서 만 누르는 것이 아니라 아래 가 같이 눌리면서  소리가 나는 것이 배음의 개념이다. 목소리도 훈련을 통해 이것이 된다. 그런 소리가 나면 얇게 시-만 나는 것이 아니라 아랫 도-와 함께 시-가 나기에 훨씬 입체적이고 압도적인 질감의 소리가 나온다. 내 목소리가 영탁에 비해 얇게 느껴지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이선희 가수의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 중 '비바람이'의 '바'가 배음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와이프는 귀가 참 좋은 사람이다.


평소에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귀담아들으며 보이지 않는, 들리지 않는 것도 캐치하여 미리미리 대응하는데 능숙하다. 이러한 와이프의 기질이 내 히든싱어 연습에 빛을 발하였다. 모창연습을 위해 수천번 영탁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듣는 내 귀와 와이프의 귀는 달랐다. 와이프는 훨씬 세부적인 것을 짚어내었다. 내가 1,5,10으로 소리의 디테일을 인식한다면 와이프는 1,2,3,4,5 처럼 인식하였다. 그래서 내 모창 아웃풋을 세밀하게 잡아주었다. 심지어 목소리 파형분석까지도 하였다. 핸드폰 녹음기를 써보면 녹음되는 소리를 파형과 함께 보여준다. 2대의 핸드폰을 준비해 하나로는 영탁 노래를 켜고 다른 하나로는 녹음하여 파형을 보고, 또 내 목소리를 녹음한 파형을 보며 그 차이를 살펴보기도 하였다. 그 효과는 매우 훌륭하였다.



화요일에 jtbc를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후 수업을 메꾸기 위해 동교과 선생님들에게 부탁드려야 했다. 고3 2학기라는 것이 어찌 보면 매우 다행이었다. 수능 올인 체제가 아닌 요즘 입시에서 고3 2학기는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가 된다. 그러다 보니 수업을 부탁드리는 것이 응당 죄송한 일이지만 학생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나 스스로에게도 그 죄책감과 부담이 덜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이를 이해해 준 모든 분들에게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었다. 화요일에는 그렇게 오전수업을 마치고 후다닥 식사를 한 후 자차 30분 거리의 터미널로 향한다. 터미널 근처에 차를 세우고 2시간에 걸쳐 서울강남터미널에 간다. 그리고 9호선을 타고 당산역에서 142번으로 갈아타고 평일의 한강을 보며 50분가량 소요하여 jtbc로 향한다. 이 길은 매번 갈 때마다 낯설면서 즐거웠다.



8월 말쯤 대기실에 모여 목을 풀며 대기 중이었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 있었다.


이제 8명씩 하는 연습은 하지 않고 5~6명 정도만 모여 연습을 하던 시기였다. 여전히 확정 멤버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윤곽은 잡힌 상태였다. 처음 보는 그는 매우 미남이었다. 첫인상에 배우 하석진을 연상케 했다. 나이는 30대 중반정도로 보였고 와인색 셋업 정장을 입고 있어 묘한 위화감이 돌았다. 그전까지 있던 멤버 중 친화력이 좋은 하동근님이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나이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99년생, 24살, 그리고 직업은 무당, 이름 오혜빈. 정말 범상치 않은 프로필이었다. 그리고 안산에 살며 버스킹을 한다는 그.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히든싱어에 참여하게 된 것이 너무 즐겁고 설렌다는 그. 연습에서 노래를 들어보니 실력도 출중했지만 그 당시 멤버 중 영탁과 가장 유사한 톤이라고 느껴졌다.


아, 이 사람은 무조건 가겠구나.

딱 저 옷을 입고 있었던 혜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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