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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un 25. 2023

6. 히든싱어[영탁편]에 나가다

계속된 생존, 그리고 개학

히든싱어는 원조가수가 누구냐에 따라 그 회차의 성격이 많이 달라지게 된다. 오래전부터 모창 자체가 밈이 된 가수들이 원조가수로 나온 회차는 입맛을 다시는 지원자들이 얼마나 많았으랴. 가령 김정민, 임재범, 휘성 등등..


내가 지원한 영탁 편에 대해서는 이러한 특징이 있었다. 영탁은 2022년 기준 데뷔 18년 차(!) 가수이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아시다시피 2020년 미스터트롯이라는 프로그램에서였다. 그리고 남자 트로트가수는 그 특성상 중장년 여성팬층이 압도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를 따라 할 시간적, 인적 여유가 많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모창퀄리티에 영향을 준 점이 크다고 분석한다.

제이심포니 시절과 스타킹 출연시절의 영탁


거기에 더해 영탁 특유의 톤과 발성도 한몫한다. 나도 노래톤이 높은 편이고 찌르는 듯한 까랑한 톤을 좋아한다. 건조하게 찌르는 톤이라기보다 2옥타브 라 이상에서 공명감과 함께 까랑한 톤이라고 할까.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윤도현, 엠씨더맥스, 브루노마스 등이 좋아하는 톤이다. 영탁 역시도 그러한 톤으로 느껴졌기에 이 모창연습에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탁은 그 까랑한 톤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


다음날 다시 한번 작가님에게 전화가 왔다.


"XX님, 통화가능하시죠?"

"네, 가능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다음 연습일정 안내해 드리려고 연락드렸어요. 참, 그리고 학교 선생님이시죠? 혹시 개학은 언제일까요?"


또 한 번 연습에 오라고 하였다. 이때부터는 방송에 진짜 나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대략적인 녹화예정날짜 9월 말이라고 하였다. 9월이면 개학후이다. 학생들 수시입시가 9월 중순이면 마무리되는데 다행히 그것보다는 뒤이다. 하지만 8월부터는 연습이 일주일에 2번, 화요일과 토요일에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물론 그때까지 최종멤버라고 볼 수 없지만 녹화까지 하게 된다면 근무일인 평일에도 상암 jtbc까지 가야 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작가님은 내가 가급적 빨리 방송국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 언제인지 물어보셨다.


아직 2학기 시간표가 나오지 않았고 고3 2학기가 어찌 돌아갈지 모르기 때문에 확답은 할 수 없었으나 최대한 노력하여 아마도 5시까지는 갈 수 있을 거라 답변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스케줄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방송국 측에서는 그 사정을 파악하여 최대한 연습시간을 조율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모창에 대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다. 기본톤은 유사한 면이 있으나 영탁에 비해 내가 목소리가 얇은 편이어서 이를 보완하기를, 그리고 노래의 세부적인 리듬이나 포인트를 조금 더 면밀히 듣고 카피해 보라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 피드백을 들었을까 궁금하기도 하였다. 다음 연습공지는 이번연습과 다른 점이 없었고 또 한 번 일주일 뒤였다.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학교 시간표담당 선생님께 연락을 하였다. 아직 2학기 시간표가 작성되지 않았다면 화요일 오후시간표를 최대한 빼도록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선생님은 노력해 보겠다고 하셨지만 며칠뒤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확정된 후 주위에 알리고 싶었지만 시간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요즘 고등학교는 선택 과목시스템으로 수업이 돌아가다 보니 학생들이 자신의 반에서 수업을 듣지 않고 이동하는 수업이 많다. 그래서 꽤 많은 수업이 여러 반이 섞여 세트수업으로 묶여있다보니 시간표 조정이 어렵다. 이에 따라 학기 중 수업을 변경할 때도 과거에는 수업을 바꾸고자 하는 교사가 자신의 다른 날수업과 다른 교사의 수업을 교체하는 식이었지만 그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 된 것이다. 그냥 수업이 빈 교사에게 보강을 부탁해야 한다.


그렇게 또 한 번 연습이었다. 지난주의 몇 명은 사라지고 다른 몇 명이 추가되어 동일한 방식의 연습이 진행됐다. 또 생존하였고 동일한 방식의 연습이 한번 더. 이제 나를 포함하여 고정으로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까지는 데면데면하였지만 내적 친밀감이 쌓이고 있었다. 하지만 연습이 이렇게 진행되는 상황에도 영탁편 예심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다음 연습은 개학 이후였다.


개학 후 나는 교장실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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