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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un 23. 2023

5. 히든싱어[영탁편]에 나가다

첫 단체연습

예심장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어림잡아 15명은 돼보였고 그중 일부는 아기 작가들, 일부는 그들보다 짬 있어 보이는 작가 혹은 PD분들. 그리고 전반적인 예심 과정을 진행하는 분이 계셨는데 히든싱어 참가자들의 전반적인 트레이닝을 맡아주신 장우람 트레이너셨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슈퍼스타k6와 히든싱어 김연우 편에도 출연하셨던 것. 한참 지나서야 알았다.


정해진 위치로 이동하여 정면에 큰 카메라를 바라보게 하였다. 노래, 자기소개, 가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정확히 어떤 순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노래를 시작했고 예심실 전체를 울리는 빵빵한 반주소리에 설렘과 떨림이 동시에 느껴졌다. 연습을 하며 나는 이 예심과정에 끼를 더 어필하기 위해 각종 제스처를 동반하는 것이 좋을까 그냥 모창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였다. 결론은 하지말자. 무대경험이 많지도 않아 그런 자연스러운 제스처가 어색할 것 같아 노래에만 집중했다.


다행히 준비한 대로, 적어도 이것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으로 노래 2곡을 마쳤다. 그리고 자기 PR동안 누나가 딱이야로 5살 연상 누나를 꼬신 에피소드를 소개하였고 예심단들로부터 웃음소리와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수많은 예심 참가자들을 볼 텐데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에게 존재감을 각인하는 것이 중요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공적이지 않았나 혼자만의 생각.


그렇게 순식간에 마무리되고 며칠 내에 결과를 통보받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을 뒤로한 채 와이프가 기다리고 있는 카페로 달려갔다. 노래에 아쉬운 것도 없었고 이것으로 끝나더라도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기에 그저 나는 한껏 신나 있을 뿐이었다. 와이프도 DMC 쪽은 온 적이 자주 없다기에 온 김에 난지도 공원을 돌아보기로 하였다. 와이프가 어릴 적 듣고 보았던 난지도와 지금은 너무도 다르다는 것, 지금 이 거대한 동산 아래에 쓰레기가 묻혀있다는 이야기 등을 들으며 지금 삐까뻔쩍한 미디어 시티의 모습과 과거와의 괴리를 상상해 보았다. 난지도 공원의 기다긴 계단을 오르며 그 당시 완전히 숙지도 못한 막걸리 한잔을 부르면서 즐거운 추억을 아로새겼다.


예심 직후 카페에서 와이프가 찍어준 모습


그리고 다음날 저녁 작가님에게 전화가 왔다.


두근두근...


"안녕하세요 작가님!"

"XX님, 잘 지내셨죠. 다름이 아니라 예심 통과하게 되셔서 다음 일정 안내 드리려고 연락드렸어요"


세상에.. 한번 더 기회가 주어졌다.


"와 정말요???"

"네 축하드려요. 일정은 내가 톡으로 보내드릴게요"


또 한 번 일주일 뒤였다. 이번에는 안내 제목이 예심이 아닌 단체연습이었다.

연습? 그러면 피드백도 주고 그런 걸까?


이번엔 노래도 4곡을 다 연습해 오라고 했다. 예심을 위해 2곡만 팠기에 일주일 동안 추가로 2곡을 더 연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다음날 다시 작가님에게 기존 2곡만 딥하게 연습해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예심 진행 상황, 참가자들의 모창 숙련도, 다른 회차 참가자들 일정 조율 등 각종 변수들이 겹치며 스케줄이 실시간으로 변동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티비에서 각종 방송을 보면서 저 많은 스태프들과 출연자들이 어떻게 시간과 컨디션을 맞춰 방송을 뽑아낼까 궁금했었다.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이를 느껴보니 역시나 방송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했고 상황에 따른 즉각적 대응이 필요해 보였다. 수반된 사람들의 체력소모와 스트레스를 짐작케 했다.


-


첫 단체연습날이었다. 대기실에서 처음 본 사람 여럿과 저번에 내가 있던 예심실에서 가장 기억에 남던 한분이 계셨다. 나이가 좀 있으신 현업 트로트 가수분이셨는데 특이하게 목푸시는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지난번 예심장은 이제는 단체연습실이었다. 다른 조가 존재하여 다른 시간대에 이러한 연습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에는 나를 포함 8명이 있었고 모두 나와 같이 누나가 딱이야, 찐이야를 연습한 사람들로 보였다. 작가의 안내에 따라 8명이 주르륵 연습실로 들어갔고 그때보다는 적었지만 여전히 꽤 많은 스태프들이 있었다. 약간은 긴장된 공기 속에 8명 중 일부를 호명해 나눠준 가사지의 번호에 따라 랜덤 배치하여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히든싱어는 가수를 포함하여 1라운드 노래 기준 최대 6명이서 부를 수 있기에 8명이 한꺼번에 노래를 부를 수는 없다. 한번 노래가 진행되고 장우람 트레이너님의 지시에 따라 참가자들끼리 번호를 교체하여 또 한 번 노래를 부르고, 서 있던 사람이 들어가고 대기 중이던 사람이 나와서 부르곤 하였다. 두 곡을 그런 방식으로 부르고 약 1시간이 지나자 연습이 마무리되었다. 현장에서는 피드백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일부 참가자들이 아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들, 가령 히든싱어 과거 시즌 도전기라든가 히든싱어 시스템 같은 것들을 귀동냥으로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 음악에 몸담고 계신 분들이었기에 다른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도 언뜻언뜻 들을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세계의 오프더레코드 같은 이야기들이어서 대화에 참여 하지 않았지만 흥미롭게 들었다.


그렇게 첫 연습은 끝났다. 이름은 연습이었지만 연습이라기보다 모창 싱크로율이 높은 참가자, 혹은 그 가능성을 가진 참가자를 체크하는 심화 예심 같은 자리였다. 저번주와 동일하게 다음 결과에 대해서는 수일 내에 연락을 준다고 하였다. 그래도 처음 거름망을 거친 참가자들의 노래를 들은 나의 감상은 이러했다.


'이렇게 다들 안 비슷해도 돼?'


히든싱어 레전드 편들은 아직도 회자된다. 그 편의 참가자들은 엄청난 화제가 되었었다.

그들도 처음엔 이랬을까? 영탁모창이 특별히 더 어려운 것인가? 그렇게 느껴지기는 한다.

하지만 분명히 뛰어난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첫 연습의 모창 퀄에 대한 나의 평의 솔직히 실망이었다.(물론 나를 포함^^)


그래서 동시에 '어쩌면 내가..?' 라는 생각이 감히 스멀스멀 기어올라오기도 하는 것이었다.


과연 저 통에 들어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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