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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ul 21. 2023

15. 히든싱어[영탁편]에 나가다(완)

이제는 내가 그 아픈 맘을 꼭 안아줄게

음원은 우리가 영탁 서울 앵콜 콘서트에 서는날 발표하기로 예정되었다.


콘서트장은 다름 올림픽체조경기장(KSPO DOME). 3일 연속 공연 중 중간날인 11월 20일이었다. 사전 리허설은 11월 17일이었다. 그날은 바로 수능. 교사가 된 이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능감독을 했왔지만 그해는 콘서트 리허설이라는, 교사로서 매우 보기 드문 사유로 빠지게 되었다. 이를 배려해 주신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리허설 당일 공연장에 도착하였다. 안내에 따라 무대 뒤로 이동하였다. 거대한 세트장의 웅장함과 공연장을 감돌고 있는 그 특유의 대기. 어두운 무대 뒤편에서 인이어를 착용하고 우리 차례가 되어 무대에 올랐다. 눈앞 수많은 객석은 비어있지만 며칠뒤 이곳은 꽉 차있게 된다. 처음 착용해 본 인이어는 영 어색했다. 무엇을 조절해야 할지, 선을 옷 안 어디로 빼야 할지 어리둥절이었다. 동시에 이런 넓은 장소에서 공연하려면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 모니터링은 물론이거니와 스태프들의 의사소통도 들을 수 있어 무대의 흐름에 따라 상황 대처가 가능해 보였다.


그 리허설 자리에서 형님이 하신 말씀 하나가 매우 기억에 남는데


"야 너네도 여기에 서서 무대 할 수 있어. 나봐. 나도 어쩌다 보니 여기서 노래하고 있다니까. 너희들도 무조건 할 수 있어"


요즘 다시 유행하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머리에 스치는 듯했다. 15년 넘게 자신의 목소리를 믿고 노래해 온 가수가 드디어 대중을 설득하고 콘서트의 상징 같은 올림피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영향을 받은 다른 이들에게 꿈의 현실화를 다시금 전하고 있다. 소름 돋는 장면이면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함께 리허설한 히든싱어 휘성팀까지 함께


콘서트날이었다.


3시 공연이었고, 당일 리허설을 위해 12시 정도까지 공연장에 도착하였다. 공연장 근처는 이미 들뜬 분위기와 함께 영탁의 시그니처 컬러 파란색 물결로 넘실대고 있었다. 우리 차례가 오기 전에 무대 뒤편에서 리허설을 지켜봤다. 리허설에도 꽤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 형님을 보며 콘서트형 가수가 되러면 엄청난 체력관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였으면 콘서트 몇 번에 바로 앓아누었을듯.


저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리허설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공연을 기다렸다. 커다란 함성과 함께 시작된 콘서트. 우리 차례는 중반 이후였기에 그전까지는 무대 뒤편에서 콘서트를 감상할 수 있었다. 5개월 간의 전국투어 콘서트를 마무리하는 앵콜콘서트였다. 영탁은 보기 드문 올라운더 가수이다. 음악을 만들고 가사를 쓰고 프로듀싱하고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영탁의 앨범은 자신의 노래로 그득하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찐이야, 니가왜거기서나와, 막걸리 한잔과는 또 다른, 자신의 철학이 녹아있는 노래들이다. 그는 콘서트를 자신의 색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침내 찾아온 우리 순서.


영탁형님은 그가 올해 새로 맺은 인연에 대해 소개하며 날개 무대를 귀띔하고 있었다. 대기하던 우리들은 어두운 무대로 조심조심 나아갔다. 인이어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현실감이 없었다. 객석의 웅성거림도 인이어를 거쳐 필터링된 전자음으로 고막에 전달되고 있었고 내 눈앞의 모습은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수놓은 파란 불빛 물결이었다. 떨린다는 생각조차 잊어버릴 만큼 비현실적인 모습이었다.

맨 왼쪽 로보트가 나다


가슴 뭉클한 전주가 시작되고 꿈보다 더 꿈같은 순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노래가 점차 고조되며 찾아온 나의 3단 고음 솔로 파트.


이제는 내가.. 그 아픈 맘을 꼭 안아줄게..에...에...!!!


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찾아온 짧은 정적과 우레와 같은 환호소리. 나는 얼굴에 퍼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노래의 흐름에 따른 감정이라면 함박웃음이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무대의 맛이구나. 그리고 나의 파트가 끝나고 무대 위의 영탁형님도 환한 미소와 함께 보여주신 엄지척. 그 순간을 캡처하여 한동안 카톡 프로필 사진에 올려두었었다.


노래가 끝나고 각자의 진심어린 소감을 전달한 후 무대를 마무리하였다.


그날 형님은 공연시작 전 잠시 우리 대기실에 들러 무언가를 투척하고 가셨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명품 브랜드 카드 지갑. 그저 놀라 어안이 벙벙하였다. 공연이 끝나고 형님을 뵐 수 있었다. 선물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였다. 그는 기진맥진한 모습이었지만 우리들과 몇 마디 담소를 나누고 한 명 한 명 사진도 찍어주셨다. 그리고 내일도 콘서트가 있어 최대한 쉬어야 하기에 오늘 뒤풀이는 어려우니 내일 회식 때 보자라는 말을 전하셨다.



다음날 일요일 밤이었다.


나는 집으로 내려가야 했기에 마지막으로 형님을 뵙기 위해 회식장소로 찾아갔다. 먼저 도착해서 식사를 하는 중 얼마뒤 영탁형님이 식당에 들어오셨다. 식당은 각종 스태프들까지 하여 북적거렸고 형님은 공연 관계자분들과 다른 테이블에서 분주히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집에 가기 전 나는 와이프가 준비한 작은 선물을 들고 형님께 찾아갔다.


"형님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건 제 와이프가 준비한 선물입니다"


선물에 붙어있는 쪽지를 유심히 읽어보시더니 나에게도 인사말을 건네셨다. 그리고 한 번의 포옹도.


나의 인생에서 상상하기 힘든 유명가수 콘서트 뒤풀이 회식을 뒤로 한채, 나는 기다리고 있던 와이프와 합류하여 집으로 향하였다.


히든싱어[영탁편]에 나가다 끝.


https://youtu.be/PjGvvGBIs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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