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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ul 18. 2023

14. 히든싱어[영탁편]에 나가다

영탁의 프로듀싱을 받아 날개를 녹음하다

녹음은 11월 3일 저녁 7시 즈음 청담동 어디선가였다. 음원 녹음을 위해 청담동을 갈 줄이야. 오래 살고 볼일이다. 먼저 만난 희석이, 대웅이와 밥을 먹기로 하였다. 근처에 있는 신의주찹쌀순대에서 순댓국 한 그릇씩을 먹으려는데 동근이 말로 연예인들이 출몰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정말 그럴까 하는 찰나, 들어가자마자 마주친 정동원님. 우리 히든싱어 편에 패널로도 뵙고 이렇게 또 만나게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에게 먼저 인사하고 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우리 다섯 명 모두와 영탁 형님, 그리고 형님의 영혼의 파트너 지광민 프로듀서님까지 모여 마침내 녹음이 시작되었다. 각자의 음색, 음역 등을 고려하여 대웅이가 가안으로 만든 파트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녹음현장에서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실제 각자의 목소리가 잘 표현하는 파트가 달랐기 때문이다.


영탁, 지광민 프로듀서가 했던 말들 중 가장 인상 깊은 말은 '목소리가 잘 묻는다'라는 표현이었다. 음원은 음악이다. 악기 연주 위에 목소리를 음악으로서 얹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악기가 만드는 음악적 배경에 목소리가 잘 묻어야 되는 것이다. 당연히 가장 잘 묻어야 하는 파트는 사비(후렴)이다.


그리고 나는 내 목소리가 잘 묻지 않는 목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워낙 공명있는 찌르는 듯한 소리를 좋아하고 그러한 발성을 쓰는 것이 이유인듯 하였는데 그럼 이런 음색의 가수들은 어떻게 녹음하나? 바로 녹음실용 발성을 쓰는 것이었다. 더 부드럽게, 둥글둥글하게 내는 소리.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무대에 대해 알게 된 것이 많은데 그중 상황마다 달리 표현되는 음향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것이 어떤 가수는 음원과 라이브가 매우 다르게 들리는 이유였으며 가수들이 무대 전 스태프들이 귀찮을 정도로 세밀하게 음향을 모니터링하는 이유였다.


내 파트는 모두 고음파트였다. 부담되기도 했지만 하이라이트 파트이기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공명감 있는 2옥타브 라~시 음역을 내는 파트였기에 마음에 들었다. 녹음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프로듀서가 어떤 포인트와 시선에서 프로듀싱을 진행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냥 흘려들으면 별거 아닌 것 같은 소절, 리듬, 음 하나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 의도가 있고 기술이 녹아있는 것이었다.


아마추어들은 노래를 부를 때 음역, 음에 신경 쓰는 경향이 크다. 박자는 그저 들리는 대로 적당히 맞추는 거고 중요한 목표는 바로 음이 되는 것이다. 그 음을 맞추기 위해 발성을 갈구한다. 하지만 노래는 음악이다라는 전제를 두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리듬이었다. 영탁이라는 가수는 미스트트롯에서도 리듬감만으로 무대를 휘어잡고 리듬탁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그 역량이 대단하였다.


우리가 리듬에 대한 개념 없이 녹음에 임하자 뒤에 깔려있는 드럼의 박자를 잘 들어보라고 하셨다. 그 리듬을 파악하고 거기 안에서 애드립이든 밴딩이든, 그다음 음악적 움직임이 나오는 거라고 하였다. 이를 이론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아마추어와 다르게 프로가 다루는 음악은 훨씬 다채롭고 수많은 겹으로 이뤄어져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디테일들이 쌓이고 쌓여 퀄리티 높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녹음과정은 중간중간 촬영되어 뮤직비디오로 쓰였는데 우리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깜짝 선물로 준비한 영탁형님 모습이 그려진 케이크가 자연스레 뮤비에 담기기도 하였다. 나는 솔로파트 촬영에서 고음을 멋지게 내지르는 모습을 연출해야 했다. 히든싱어 연습때와는 또 다른 벽에 부딪힌 나는 그 모습이 도무지 잘 표현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형님이 스튜디오에 난입(?)하셔서 옆에서 열정을 열 스푼 쏟아 넣은 시범을 보여주셨다. 이 모습을 동근이가 밖에서 촬영해 주어 그 소중한 추억을 영상으로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녹음이 끝난 후에는 체력 보충을 위한 야식시간이었다. 우리 모두 근처 부대찌개 집으로 이동하였다. 그날도 공교롭게 나는 영탁형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히든싱어 끝나고 그의 옆에 앉은 날은 감격스러웠지만 생각보다는 덤덤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영탁이 내 옆에 앉아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하고 한 순간도 놓치기 싫었다. 그 당시는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의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나를 제외한 4명 중 각 2명씩 두 경연프로그램에 참가하였는데 이들을 위해 형님은 여러 가지 알짜 조언을 설파하셨다.


골자를 정리하면


자신을 믿고 잃지 말 것.


승부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의 가장 빛나는 한컷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임할 것. 


영탁 본인이 경연프로그램에서 가졌던 마음가짐 그 자체였다.

그는 스스로를 믿었고 그렇게 증명했다.

그리고 인연이 된 후배들에게 음악을 선물해 주고 그런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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