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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ul 14. 2023

13. 히든싱어[영탁편]에 나가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그리고 날개

학생들에게는 녹화 2주일 전쯤 방송출연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정기적으로 종례를 못 들어오는 담임의 사유를 아무래도 말해야 했기 때문이다. 녹화 후 비몽사몽간에 출근한 학교 1교시였다. 나는 녹화를 마치고 왔다고 말했지만 방송결과는 비밀로 유지해야 했다. 학생 한 명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다. 아직 모창끼 그득히 남아있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었다. 학생들은 좋아했다.


동료 선생님들도 결과를 궁금해하셨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이는 오히려 내가 최종라운드까지 진출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게 했다.


'그건 아닌데..'


진짜 진출했다면 방송 당일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즐거워할까 상상하기도 했다.


-


약 3주간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 방송날이 되었다. 가족들과 함께 모여 방송을 기다렸다. 히든싱어는 유튜브에 있는 클립영상으로만 봤었지 이렇게 방송을 처음부터 본 적은 없었다. 심지어 참가 전까지 한 편이 1회 방송으로 끝난다는 것도 몰랐다. 희귀한 프로그램이기는 하다. 1명의 가수의 모창을 위해 그 수많은 참가자를 수소문하고 선발하여 오랜 기간 연습시킨 결과물을 단 1회 방송만으로 끝낸다. 알아서 돌아가는 방송가의 생리가 있겠지만 이렇게 해서 수지타산이 맞나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다.


방송에 나온 내 목소리를 듣고 모습을 볼 때 희한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저 당시에 저곳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이 실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방송 중 내가 사전에 알린 친구, 지인들, 어쩌다 방송을 본 지인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우연히 방송을 보게 된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는 생각과 히든싱어가 여전히 꽤 인기있는 방송이라는 것을 더불어 알게 되었다.


히든싱어의 모든 회차가 마무리되고 왕중왕전이 있었다. 각 회차의 우승자 혹은 준우승자들이 모여 최고를 가리는 자리인 왕중왕전 녹화는 12, 13회 가 방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그래서 녹화 중 스포일러에 대한 신신당부가 있었다. 각 회차의 모창 능력자들도 따로 자리를 마련하여 초청해 주었고 회차마다 상황에 따라 참여율 상이하지만 영탁 편은 당연히 우리 모두가 참석했다. 다른 회차의 모창능력자들과 판정단석에 앉아있는 연예인들 바로 뒤에서 방청하는 것은 색다른 재미였다.


우리 회차의 준우승자는 희석이. 몸치 3인방 중 한 명인 희석이는 왕중왕전 녹화 전까지 완전한 찐이야 안무와 더 갈고닦은 모창을 연습해야 했다. 영탁 형님이 따로 연습실에 방문하셔서 모창 원포인트 레슨까지 진행하셨고 이는 방송에 나오기도 하였다.


열심히 희석이를 응원했고 녹화는 끝이 났다. 1등은 박성온 군. 후에 미스터트롯2에도 참가한 이 초등학생의 노래는 모창 그 자체를 이미 몇 단계 넘어선 수준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소름과 전율에 빠뜨려버렸다. 대가수의 탄생을 미리 본 기분이랄까.




방송이 끝나고 한 달 쯤이 지난 10월 말 어느 날이었다. 네이버에 프로필 등록이 된 희석이가 단톡방에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 영탁 형님이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고 하셨다.


설마..!!


모두가 단톡방을 주목하고 있던 그때, 단체곡 발매에 대한 말씀을 던지셨다. 설마 했는데 사실이었다.


영탁이란 가수의 키워드 중에는 의리가 있다. 그 의리는 자기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긴다는 것, 그 자세한 사례로는 주변인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곡을 선물하고 프로듀싱해 준다는 것. 히든싱어로 인연이 된 우리에게도 그 의리폭격은 예외가 없었다.


충격이 가시지 않는 와중 곡 제목과 가사까지 연속하여 투척하셨다.

제목은 날개. 꿈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우리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가삿말의 노래.


날개


어린 날에 우리가
꿈꿔왔던 길
혼자서만 외로이
걸어가던 길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어둡던 날에
나의 하늘이 돼줘 너만이
나를 숨 쉬게 해줘 My love
네가 있어 이 길을
여전히 갈 수 있는걸
끝도 없이 내리는
빗속에서 난
젖어 버린 날개는
다시 펼 수가 없고
한숨뿐인 나의 하루 끝에
내가 쓰러질 때
나의 날개가 돼줘 너만이
나를 숨 쉬게 해줘 My love
네가 있어 세상을
여전히 살 수 있는 걸
네가 있어야만 해
이 손 놓지 않을게
이제는 내가
그 아픈 맘을
꼭 안아줄게
그대여 그대여
언제나 내가 그대의 곁에 서 있음을
기억해줘
기억해줘
기억해줘
기억해줘
기억해줘
나의 하늘이 돼줘 너만이
나를 숨 쉬게 해줘 My love
네가 있어 이 길을
여전히 갈 수 있는걸
나의 날개가 돼줘 너만이
나를 숨 쉬게 해줘 My love
네가 있어 세상을
여전히 살 수 있는 걸



그때 형님은 전국투어 콘서트 중이었다. 그 와중에 노래를 만들어 주시고 녹음일정, 유통, 발매 등을 다 해결하시며 우리에게는 그저 노래 멜로디와 가사만 숙지해 오라고 하신 것이다.


그리고 며칠뒤 한 가지 더 충격적인 사실이 단톡방을 울렸다.


전국투어 콘서트 마지막 서울앵콜콘서트 무대에서 날개를 다 함께 부른다는 것..


!!!!!!!


하.. 영탁.... 이 남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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