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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ul 11. 2023

12. 히든싱어[영탁편]에 나가다

히든싱어, 영탁, 꿈만같은 기억들

순식간에 내 소절을 지나 1라운드 노래가 끝났다. 내 노래가 끝나고 정신없는 와중 뒷 몇 소절의 노래는 제대로 들을 수 없어서 어디에 영탁이 있는지 감 잡을 수 없었다. 모두 후루룩 통에서 나와 대기실로 이동해 2라운드 노래 연습을 하였다.


연습 중 작가님이 들어와 동근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문 밖으로 스르르..

남은 우리들은 벙진채로 서로를 바라봤다. 아 탈락이구나. 2달간 함께한 우리 중 첫 번째 탈락자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지금 아쉬움은 사치. 열심히 니가왜거기서나와를 연습하였다.


마찬가지로 2라운드 시작 20분 전, 번호가 정해졌다.


이번엔 2번..


니가왜거기서나와의 핵심 파트를 불러야 한다.

박자가 쟁점이 되었던 니가왜거기서나와아~~~ 파트.


그리고 살까지 빠져가며 연습한 안무를 선보일 시간이다. 떨어지더라도 후회는 없다. 최소한 댄스는 해보고 떨어진다. 후반부에 노래를 부르고 안 부르고 하는 부분도 익숙해져서 실수가 없을 것 같다.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조심조심 통 안으로 들어갔다.


딩디리딩디 딩디디디~


지금도 들으면 두근거리는 전주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토록 목 아프게 외쳤던

근데! 니가!로 2라운드를 열었다.


1라운드와는 다르게 솔로 파트가 각자 2번씩이었다. 나의 첫 파트는


혹!시나 아픈 건가! 걱청!도 했는데~


무난히 넘어간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소절을 기다리며 머리가 복잡해졌다.

숨소리.. 호흡.. 그리고 오늘 바뀐 박자들..

그리고 순식간에 돌아온 내 파트.


무언가 멈칫하며 시작하였다.


니가왜거기서나와아↗~~


아↗~~를 부르는 순간 탈락을 직감하였다.

고음에서 피치가 살짝 부족했고

듣는 사람입장에서 망설임이 캐치되었을 것 같았다.


됐다. 떨어져도 괜찮다. 해야 할 것에 신경쓰자.


전반부를 마치고 또 한 번 가수와 모창능력자들은 대기실로 이동한다. 그리고 또 잠시간 후반부 연습. 녹화장에서는 각종 추측과 토크가 이어진다. 작가님과 여러 번 연습한 인터뷰 템플릿도 다시 한번 열심히 연습하였다. 이번엔 무조건 내가 탈락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통으로 들어가서 후반부가 시작되었다. 어찌 보면 모창보다 더 떨리는 시간. 진짜 카메라 앞에서 가수처럼 춤추며 노래를 해야 한다. 후반부가 시작되었다.


노는 남자 싫다매 술은 못한다매

[오혜빈 등장]

그것때매 나는 다 끊어버렸는데

[나 등장]

지금너는 왜 혀가 꼬이는건데 도대체

[강대웅 등장]

근데 지금 니옆에 이남잔 누군데

[영탁 등장]

교회오빠하고 클럽은 왜왔는데

[김희석 등장]

너네집 불교잖아~~


니가왜거기서 나와~ 니가왜거기서나와~~

내눈을 의심해보고 보고또보아도~~


나와서 신나게 부르고 춤췄다. 일부 안무의 박자를 놓쳤다. 하지만 방송에는 그 부분은 다행히 잘려 나왔다. 다른 몸치 친구들도 일부 틀렸을 것이다 ㅎㅎ


나의 첫 티비출연이었다. 무대가 끝나고 모두 주르륵 다. 파란 정장을 입은 훤칠한 쾌남 영탁이 옆에 서있었다. 그 역시도 모창 능력자들을 처음보기에 약간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리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전현무MC, 그리고 수많은 연예인 패널들, 그보다 더 많은 청중들, 여기저기 반짝거리고 있는 카메라들.


히든싱어 확정 참가자가 된 이후 수십 가지 질문에 대한 인터뷰 설문을 했다. 그 질문 중 하나에 나는 이 모든 과정과 기분을 글로 남길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그래서 더 생생한 기억을 위해 최선을 다해 그 순간을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기억을 이렇게 글로 남기고 있다.


전현무MC의 질문에 따라 학교의 배려 덕분에 히든싱어 연습에 참가할 수 있었던 이야기, 누나꼬신영탁의 이름을 갖게 된 이야기를 답하였다. 나는 노래보다 말에 자신이 있다. 실제 방송에서 분량 때문에 일부 인터뷰는 편집되었지만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나와 흡족한 기분이었다.


투표 결과를 앞두고 나는 평온하게 탈락을 기다렸다.


두구두구...


결과는 옆 통에 있는 혜빈이와 한 표차 탈락.

한 표차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으나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여기까지로 이미 너무나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라운드는 가장 자신 없는 이불. 이제 먼저 떨어져 패널석에 앉아있는 동근이 옆에 앉아 이 쇼를 눈앞에서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탈락 예감한 평온한 얼굴


비록 탈락했지만 연예인들 가까이에 앉아 방청하는 기분도 황홀했다. 그리고 녹화중간 텀에 MC재량으로 패널 중 몇몇 가수들을 무대에 세웠다. 물론 방송되는 무대는 아니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은 무대는 김정민 님의 무한지애였다. 와.. 그 무한지애 라이브를 이렇게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다니..

"아침에도 콘서트 하고 왔고 지금 목도 안 풀었는데요, 바로 할게요" 라며 귀여운 투정을 부리셨지만 김정민 님의 무대는 퍼펙트했다.


탈락했지만 한번 더 무대에 설 기회가 있었다. 패널로 온 휘성편팀과 연합으로 준비한 "너도 그렇게 걸어줘" 스페셜 무대를 위해서였다. 히든싱어2 휘성편 모창 능력자에서 히든성어7 영탁편 원조 가수로 나온, 9년이라는 간극의 서사를 완성한 영탁 형님을 사이에 두고 11명의 노래가 휘몰아쳤다.


마침내 녹화는 마지막 라운드 발표까지 이르렀고 결국 영탁의 승리. 희석이가 마지막까지 뒤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우리의 2달간의 영탁 모창은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 미니콘서트 무대로 영탁 형님은 신사답게오케이 두 곡을 했는데 그 두 무대가 나는 지금도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지금 립싱크하는 건가?라고 진심 착각할만한 땜핑 만땅의 목소리는 말할 것 없고 원래 댄서와 함께 하는 신사답게 무대를 푸른 정장의 사나이 혼자 사뿐사뿐 스텝을 밟아가며 무대를 가득 채우는데 눈앞에서 본 그 가벼운 몸놀림 하나하나가 굉장히 센세이셔널했다. 저게 프로가수구나라고 감탄하며 그 압도적인 기량과 에너지를 느낀 무대였다.


그리고 이어진 회식자리. 여윽시 영탁. 어떤 가수도 잡지 않는 녹화직후 회식자리였다. 녹화가 대략 밤 12시쯤 끝났는데 1시 즈음까지 해서 근처에 수소문한 고깃집으로 모였다.


그 자리에는 패널로 왔던 그렉을 비롯한 휘성팀도 함께였다. 영탁 형님에게는 형제와도 같은 존재들. 나는 공교롭게도 영탁 형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실감 나지 않는 앵글이었다. 내 옆에 연예인이 앉아있다니 이게 뭘까.. 번호를 다 받아 단톡방까지 그 자리에서 만들자고 하셨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를 형님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이 흘렀다.


가수가 아닌 나에게만 다른 문구 '네가 가고 싶은 길을 가길 바라'


그날은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목요일 녹화를 위해 연가를 내고 왔고 금요일에는 출근을 해야 했다. 새벽 3시가 넘어 그 아쉬운 자리를 뒤로 한채 인사를 드리고 귀가하려 했다. 그랬더니 형님은 일산에서 강남터미널까지 가는 택시까지 잡아주셨다(!)


그 현실성 없는 시간을 뒤로한 채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5시 30분 첫차를 타고 돌아와 학교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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