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집착은 유난스러웠다. 변변치 않은 집안에서 홀로 열심히 공부하여 번듯한 직장을 가진 아들이 무척 자랑스러웠던 모양이다. 여느 드라마의 클리셰에서 볼 수 있듯 아들에 대한 집착 어린 사랑은 그의 결혼생활에 십중팔구 독으로 작용하고 만다. 민철이 기장 준비를 위해 일을 그만두는 동안 그 빈 곳을 메꾸는 것은 수희와 그녀의 집안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부족함 없는 잘난 아가씨로 보였을 자신의 딸에 대해 수희 아버지는 항상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였다. 어딘가 나사가 빠진듯한, 사람이 좋다 못해 무른듯한, 강단이 없어 누군가의 속셈에 훌떡 넘어갈 듯한, 그런 그의 딸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사위는 다른 것은 차치하고 부디 선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딸을 데려가 준 사위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그리고 딸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민철의 뒷바라지에 수희의 아버지는 아낌없는 지원을 마지않았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민철의 집안, 더 정확히는 그의 어머니의 존재가 또 다른 숙제였음을 수희 아버지는 물론 수희도 전혀 알지 못하였다.
아들에 대한 사랑에 곱절로 민철 어머니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일단 마음속에 신앙심이 깔려있고 모든 행동이 뒤따르며 자신이 마주하는 모든 일은 그저 신의 뜻인 사람이다. 용돈이라는 가벼운 이름으로 사실상 그녀의 생활비로 지급되는 돈은 그 출처를 따라가자면 사돈어른의 근로소득이었다. 이름있는 대학의 교수이기에 벌이가 나쁜 축은 응당 아니었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교수의 소득이 딸의 통장을 지나쳐 그의 시어머니에게 전달된 후 그중 꽤나 큰 덩어리가 교회 헌금으로, 나머지는 쓸데없이 구매되어 집안 한구석에 처박히는 물건들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비극이 아닐 수 없었다. 수희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특별한 방도 없이 그저 답답할 노릇이었다.
"자기야.. 어머니 용돈 쓰시는 거.. 우리가 좀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닐까?"
"응? 뭐를 말씀드려?"
"아니.. 우리도 지금 그렇게 여유 있지 않잖아.. 허리띠 졸라서 졸라서 드리는 돈인데.. 쓰시는 거 보면 좀.. 맞나 싶어서.."
"그냥.. 우리 엄마 그렇게 살아와서.. 교회 없이는 못 사시고.. 뭐 대단한데 돈 많이 쓰시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 정도는 쓰시게 두 자"
"우리가 여유 있으면 괜찮은데.. 아빠한테 받는 돈으로 지금 자기 쓰는 거 대는 것도 버거운데 좀 합리적으로 써야 하는 거 아닐까? 나 너무 신경 쓰여 진짜"
"장인어른께는 당연히 항상 감사하지.. 근데 우리 엄마에 대해선.. 난 말 못 해. 그냥 그렇게 하시도록 두고 싶어"
"..."
이 남자와의 결혼을 생각했을 때 펼쳐질 모습으로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전염병으로 인해 부부 두 명이 모두 실직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지금 수희는 그 기분이 기억도 나지 않는다. 졸업 후 평생 꺼내지 않을 것 같았던 교원자격증이 닳도록 쓰이고 있는 상황이 한편으로 다행으로 여겨지기도 하면서도 점점 버거워지는 이 모든것들이 수희를 점점 두렵게 만들었다.
난 항상 철없게 살아왔는데. 난 항상 걱정 없이 사는 천진난만한 사람인데. 누군가는 나에게 4차원 같다고, 그렇게 사는 게 신기하다고 했을 정도인데, 지금 나 뭐하고 있는 거지? 점점 큰 짐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거 같아. 외면하고 싶은데, 자꾸 누가 똑바로 앞을 보라고 내 고개를 강제로 힘껏 붙잡고 있는 거 같아. 감으려는 눈도 손가락으로 강제로 벌려놓는 거 같아. 내 선택이 잘못된 걸까? 어떻게 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