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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Oct 22. 2022

Chapter 2. (1) 그들이 살았던 세상

1. 가장 연약하고 취약했던 호모 사피엔스. 지구를 정복하다.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Idaltu) 두개골 화석 (CC0 image at 위키미디어 커먼스)

우리들의 직계조상인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어쩐지 좀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Chapter 1에서 살펴봤던 것 처럼, 인류의 역사는 단지 호모 사피엔스에서 시작해서 호모 사피엔스로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다른 호미닌들에 비하면 비교적 짧고 최근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는 수많은 호미닌들이 멸종된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다른 종들에 비해 월등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순간적인 힘이 약해서 큰 동물들을 상대하기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몸에 털이 없어서 추위에도 약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생존과 번영을 이룬 유일한 호미닌이 된 것일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순간적인 힘 대신 오랜시간 참고 지속할 수 있는 지구력을 갖다.  

우리들은 일상에서 몇 시간씩 쉬지 않고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합니다. 마라톤 또는 경보는 수십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최대한 빨리 뛰거나 걸어서 이동하는 스포츠 종목입니다. 이는 쉽게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지속 할 수 있는 지구력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년 전 동부 또는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보다 빠른 약 30만년 전 북부 아프리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불과 약 10만년 남짓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지구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길래 이것이 가능했을까요?     

인간의 뼈 구조도 (CC0 image at 위키미디어 커먼스)

호모사피엔스는 두발로 걸을 때 지지하고 있는 다리의 대퇴부와 엉덩이가 몸 안쪽으로 모아지고(Hip adduction), 지면에서 떨어져 움직이는 다리쪽 무릎은 몸 안쪽을 향하는데 (Valgus Knees), 이 때 골반이 아래로 살짝 내려옵니다 (Pelvic down). 이러한 보행 매커니즘은 걸을 때 순간적으로 특정 부위에 쏠리는 무게를 분산 시키고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¹ 그리고 이들의 심장은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2심방 2심실 인데 특히 좌심실 구조가 길쭉하고 혈관들이 얇은 특성을 띄고 있습니다. 이는 비교적 낮은 압력으로 온 몸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혈액을 공급하여 장시간 지속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² 또한 다른 고인류들에 비해서 털이 적기 때문에 열을 빠르게 식혀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멀리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호모 에렉투스도 아프리카부터 아시아까지 넓게 퍼져 무려 약 200만년 가까이 살았습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먹는 것입니다. 잘 먹어야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들은 순간적인 힘이 약했기 때문에 대형 동물을 사냥하는데 불리했습니다. 이들은 이것을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가장 강력한 생존 무기, 생각하고 예측하며 움직이는 능력

호모사피엔스(좌)와 네안데르탈인(우) 두개골 비교 (CC 2.0 image by DrMikeBaxer at 위키미디어 커먼스)

그 해답은 높은 인지역량과 꾸준히 이동할 수 있는 능력에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은 축구공 모양, 즉 구(球)형태에 가깝습니다. 이에 비해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은 럭비공과 비슷한 타원형입니다.

이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초기호모사피엔스의 머리 형태는 네안데르탈인과 유사했는데 약 10만년 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변하여 약 3만 5년 전 무렵에 우리의 모습과 비슷해졌습니다. 이는 판단력과 사고력, 위치와 균형감각을 인지하는 전두엽과 소뇌의 발달과 관련되어있습니다.³  


또한 이들은 나와 다른 대상을 구별하고 상대의 생각과 관점을 관찰하고 알아차리며 추론할 수 있는 ‘마음이론(TOM : Theory of Mind)’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협력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위기 상황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하여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관한 판단력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호모 사피엔스의 신체적, 인지적 변화를 일컬어 ‘행동적 현대화(Behavior Modernity)’ 라고 부릅니다. 이를 토대로 호모 사피엔스는 상황에 맞추어 자신의 행동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머물고 있는 공간에 힘이 센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발견되면 그곳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함으로써 불필요한 충돌을 피했습니다. 반면 큰 동물을 잡아야 할 때에는 무리의 구성원들과 힘을 합쳐 대항하여 맞섰습니다.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고 상상하며 추론하는 능력은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고 전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점차 그들을 생태계의 약체에서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1. Kikel, M., Gecelter, Rachel, Thompson, N.E. (2020). Is step width decoupled from pelvic motion in human evolution?. Scientific Reports, 10(7806).

https://doi.org/10.1038/s41598-020-64799-3 ​​

2. 강석기. “[강석기 과학카페] 고혈압 예방에 유산소운동이 좋은 진화론적 이유”.  동아사이언스, 2019. 12. 17.일자.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33027


3. Neubauer, S., Hublin J.-J., Gunz, P.(2018). The evolution of modern human brain shape. Science Avances, 4(1). https://doi.org/10.1126/sciadv.aao5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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