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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Oct 23. 2022

Chapter 2.(2) 그들이 살았던 세상

2. 실패를 딛고 아프리카 대륙 밖으로 나아가다.

호모 사피엔스의 Out of Africa, 즉 이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 전 지구로 이주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마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이동한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 12만년 전~10만년 전 무렵 아프리카 대륙 밖으로 이동을 시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¹ 이 시기는 에미안 간빙기(Eemian interglacial period) 였는데요 (약 13만년 전~약 11만 5천년 전), 이 시기는 지금보다도 따뜻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00만년 전 부터  현재까지 기후 변화도(a)와 14만년 전 부터 현재까지 해수면 변화도(b) (CC0 image at 위키피디아)


토바화산 폭발로 형성된 칼데라 호수 (CC 4.0 image by yudhapohan at 위키미디어커먼스)

이로 인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북부와 서남아시아 지역이 온화하고 건조한 기후가 형성되어 초지가 형성되었습니다. 이 무렵 호모 사피엔스들은 서서히 이동을 거듭히여 약 7만년 전 무렵에는 동남아시아 지역 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이 무렵에는 뷔름 빙기(Wurm glacial period)가 찾아와 추워진데다가 약 7만 4천년 전 경에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부근에서 일어난 토바화산이 폭발했습니다. 토바화산은 정말로 강력해서 '지난 200만년 동안 지구상에 일어났던 가장 강력한 초화산(Super- Volcano) eruption)'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상상이 잘 안되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들어볼게요. 1980년대 이후 가장 강력한 화산 폭발은 1991년 6월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폭발 인데요,  이로 인해 대기로 분출된 엄청난 양의 화산재는 일차적으로 대기오염을 일으켰고 햇빛 흡수를 차단하여 필리핀과 주변지역의 동물과 식물들의 생명을 위협했습니다. 그런데 피나투보 화산은 화산폭발의 규모와 파급력을 0단계(위력 없음)부터 8단계(매우강함)까지 분류한 화산평가지수(Volcanic Explosivity Index)에 의해 5~6 단계로 분류되었습니다.  그런데 토바화산은 이보다 높은 8단계 입니다. 어느정도 수준인지 짐작이 되시겠죠? 


토바화산 폭발로 뿜어져 나온 엄청난 양의 화산재는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북반구 지역 전반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대기 중으로 계속 확산된 화산재는 햇빛 흡수를 차단시킴으로써 이른바 '화산 겨울'을 불러 왔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동식물들은 멸종되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도 이 시기 멸종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라고 별 수 있었을까요? 아마 상당수의 호모 사피엔스들은 죽음을 맞이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호미닌에 비해 다양한 지역에 퍼져 살고 있었던 호모 사피엔스들에게는 종 전체로 보았을 떄 생존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특히 토바 화산이 폭발한 인도네시아 자바섬으로부터 약 8,000km 이상 떨어진 남아프리카 지역은 상대적으로 화산으로 인한 추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었고 그렇다보니 생태계가 잘 유지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² 이곳에서 살고 있었던 호모 사피엔스들은 재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다시 지구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약 5만년 전~4만년 전에는 호주와 남아시아 지역에, 약 4만년 전 이후에는 서부유럽과 동북아시아 지역까지 진출했습니다

호모사피엔스의 예상 이주 및 확산 경로 (CC 3.0 image by Armin Kübelbeck at 위키미디어 커먼스)


하지만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약 2만 4년 전 ~ 1만 8천년 전 사이에 찾아온 최종빙기 최성기(LGM : Last Glacial Maximum)는 추위에 약한 호모 사피엔스의 확장을 가로 막았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호락호락하게 당하고만 있을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뼈바늘을 이용하여 보다 튼튼하고 다양한 용도와 사이즈의 옷을 만들어 입음으로써 추위를 이겨냈습니다.³ 이를 바탕으로 이들은 약 2만년 전~약 1만 5천년 전 무렵 시베리아에 진출하였고 약 1만 4천년 무렵에는 육지화된 베링해협을 건너 미국 알래스카까지 도달하였습니다. 이로써 이들은 아프리카부터 미 대륙까지 지구 전역에 도달하여 지속적인 생존을 이룩한 유일한 호모 속이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아프리카 밖으로 이동을 시작한지 불과 약 10만년 정도 밖에 안되는 ‘매우 짧은 시간’에 일어난 놀라운 일입니다. 게이는 실패와 생존의 위기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시도하여 얻은 결과입니다. 문득 ‘사람은 목적 지향적인 동물이다’ 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1. López, S., Van Dorp, L., Hellenthal, G. (2015). Human Dispersal Out of Africa : A Lasting Debate. Evolutionary Bioinformatics,11s2https://doi.org/10.4137/EBO.S33489


2.  Smith, E., Jacobs, Z., Johnsen, R., Ren, M., Fisher, E.C., Oestmo, S.,..., Marean, C.W. (2018). Humans thrived in South Africa through the Toba eruption about 74,000 years ago. Nature, 555, 511-515.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25967


3.  Pagano, J. Sewing Needles Reveal the Roots of Fashion. Sapiens, 2019.1.25.일자. https://bit.ly/2B2Qu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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