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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Oct 24. 2022

Chapter2.(3) 그들이 살았던 세상

3. 종을 뛰어넘는 협력과 연대, 그리고 인지 기능의 발달


호모 사피엔스들은 역경을 뜷고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그들의 생존은 오로지 그들 스스로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일까요? 누차 강조했던 것이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호미닌 중에 가장 힘이 약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신체적인 불리함을 협력과 연대로 이겨냈습니다. 그것은 같은 호모 사피엔스들끼리 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종(種)과의 협력과 연대로 극복했습니다. 그들이 아프리카를 벗어나 다른 대륙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이미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었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아마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종(種)간의 협력과 연대의 흔적

호모 사피엔스들과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데니소바인 간의 밀접한 관계에 관한 실마리는 우리가 지닌 DNA에 남아 있는 흔적들에 담겨져 있습니다. (아래 글 참조)


Chapter 1.(3)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 힘세고 똑똑했던 네안데르탈인

Chapter 1.(4)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 미지의 고인류, 데니소바인의 발견


우리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과 생물학적으로 교류를 했습니다. 따라서 문화적으로도 공유와 협력, 떄로는 경쟁이 가능한 관계였음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소통은 가능했을까요? 함께 사냥을 하고 먹을 것을 나누며 안전하게 머물 곳을 찾아 다니려면 서로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네안데르탈인은 의사 표현, 특히 언어 구사능력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케바라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Kebara 2)  뼈 화석 (CC0 image at 위키미디어 커먼스) 

그런데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발견들도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이스라엘의 케바라 동굴(Kebara Cave)에서 발견된 약 6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뼈 화석의 설골(hyoid) 부위를 조사했는데요, 설골은 턱 밑의 혀 뿌리 부분에 위치하는 기관으로 정확한 발음과 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¹ 그리고 그 형태가 호모 사피엔스의 것과 매우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다른 연구에서는 하이델베르크인들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었던 스페인 북부의 아타푸에르카(Atapuerca)유적지에서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화석을 토대로 이들의 청력과 발성 수준을 비교, 분석하였는데, 두 종이 갖고 있는 능력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² 이는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들이 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이들이 실제로 말을 할 수 있었는지를 분명하게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서로 간의 소통을 하지 않는다면 집단 생활은 불가능합니다. 적어도 몸짓이나 기본적인 음성 신호를 통해 교류할 수 있어야  협력이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협력을 하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호모 사피엔스들이 이동을 하다가 우연히 네안데르탈인 집단을 마주쳤을 때 “우리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당신들을 해지치 않을 것이다.” 라는 정도의 소통은 가능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멸종위기를 극복한 이후 급격히 향상된 인지역량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의문도 듭니다.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와 인지 능력이 비슷했다면 왜 생존에 실패한 것일까?'  네안데르탈인은 오히려 호모 사피엔스 보다 힘이 셌습니다. 만일 생각하고 말하는 능력도 갖고 있었다면 선천적인 조건이 호모 사피엔스 보다 뛰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살아있는 네안데르탈인을 만나지 못합니다. 그들이 멸종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개체로써의 생명도 그렇지만 집단, 나아가 종으로서의 생존은 생물학적으로 강하다고만 해서 달성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존에 있어서는 강건함, 단단함보다 유연성과 적응력이 중요합니다. 적어도 수백만년 동안 이어져 온 고인류들의 삶을 돌이켜보면 그렇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들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유연성과 적응력 측면에서 다른 호미닌들에 비해 조금 앞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호모 사피엔스들의 서식 범위는 다른 호미닌들에 비해 넓었습니다.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는 10만년 전 무렵 본격적으로 아프리카에서 나와 약 1만 3000년 전까지 지구 전 지역으로 퍼졌습니다. 반면에 호모 사피엔스보다 약 30만년 정도 먼저 출현한 네안데르탈인은 주로 유럽과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살았고, 데니소바인은 동시베리아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역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폭넓은 지역에 퍼져 살아간다는 것은 종 전체의 생존과 번식에 매우 유리합니다. 7만 4천년 전의 토바화산 폭발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호모 사피엔스들 중 일부는 화산 피해가 거의 없었던 지역에서도 살고 있었습니다. 반면 네안데르탈인들은 화산 폭발의 직접, 간접적 영향을 받은 지역에 모여 살고 있었지요. 그래서 종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았던 것이고요. 이런 것을 보면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다른 호미닌들에게는 미안하고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멸종의 위기를 극복한 호모 사피엔스는 생존과 번성에 필요한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인지능력이 폭발적으로 향상되면서 복잡한 상상력과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전두엽과, 몸의 움직임과 균형 감각을 관장하는 소뇌를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외부의 대상의 모습과 신호를 인식하고 그것을 따라할 수 있도록 하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이 보다 활성화 되었는데요.³ 거울뉴런 자체는 유인원들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놀라운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거울뉴런은 상대의 의도와 목표가 무엇인지 예측, 추론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보다 특별합니다. 이는 나를 둘러싼 집단 구성원들과의 협력과 소통 강도와 정확성을 높여주었습니다. 

고인류들의 진화 과정 (CC0 image by 위키미디어 커먼스)

정리하면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호미닌들 보다 넓은 지역을 이동할 수 있는 지구력과 다양한 환경에 맞추어 살아갈 수 있는 적응력, 그리고 다른 종들과 폭넓게 소통하며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통능력이 뛰어났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생존과 번성을 가능케 했습니다. 진화적 관점에서 진화는 생존에 필요한 적응과 변화이지 특정한 방향으로 발달되거나 발전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이 보다 두드러진 것으로 볼 수 있지요. 따라서 약 20만년 전 초기의 호모 사피엔스들이 모두 이런 능력을 100%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이들 중 일부는 이러한 능력들을 갖고 있었을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이들이 보다 많이 살아남으면서 후대에 관련 유전자들이 더 많이 퍼졌을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수천년, 수만년 거듭되면서 호모 사피엔스들은 신체적으로는 뛰어난 심폐 지구력을 갖게 되었고, 인지적으로는 고도의 사고력과 언어 소통능력, 그리고 도구 활용 능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호미닌, 호모 사피엔스의 유일한 생존과 번성을 가능케 했던 것입니다. 



1. D'Anastasio R, Wroe S, Tuniz C, Mancini L, Cesana DT, Dreossi D, Ravichandiran M, Attard M, Parr WC, Agur A, Capasso L.(2013). Micro-biomechanics of the Kebara 2 hyoid and its implications for speech in Neanderthals. PLoS One, 8(12). 10.1371/journal.pone.0082261


2. Conde-Valverde, M., Martínez, I., Quam, R.M. et al. (2021). Neanderthals and Homo sapiens had similar auditory and speech capacities, Nature Ecology Evoloution, 5.  https://doi.org/10.1038/s41559-021-01391-6 (초록)


3. 장대익. (2019).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의 사회성이 고민입니다.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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