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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Oct 21. 2022

Chapter 1.(5)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3.현생인류의 친척들의 등장 (3) - 후기 호모 에렉투스



후기 호모 에렉투스, ‘미개하고 뒤떨어진다라는 편견을 깨다.   


이 챕터의 시작을 호모 에렉투스로 시작했었는데, 다시 이들의 이야기로 돌아오게 되었네요. 그만큼 호모 에렉투스는 지구상에 오랜 기간 동안 살아남았던 호미닌 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남긴 흔적들도 상대적으로 많지요. 이들이 약 200만년 전 출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100만년 이상은 존재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일부 연구에서 베이징원인(Peking Man)은 약 25만년 전 무렵까지 존재했고,¹ 1930년대 초반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응간동의 솔로강(Solo river, Ngandong)부근에서 발견된 솔로 원인(Solo Man)들은 약 11만년 전 까지 존재했던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² 따라서 이를 감안한다면 호모 에렉투스는 약 190만년 동안 지구상에 살아있었던 셈이 됩니다.  이들은 어떻게 이토록 오랜 기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인도네시아 응간동 지역에서 발견된 솔로 원인 머리뼈 (CC 2.0 image by Ryan Somma at 위키미디어 커먼스)

호모 에렉투스의 뇌 부피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보다 작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사고 능력은 상대적으로 낮았을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후기 호모 에렉투스들은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베이징 원인의 뇌 용적은 1,000cc 이상 이었고, 솔로원인은 이보다 큰 1,150cc ~1,300cc  수준으로 거의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약 2백만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들은 종(種) 안에서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를 이룬 것입니다. 



불을 사용하고 도구로 모양을 새기다.  


실제로는 어땠을까요? 베이징 원인이 동굴에서 살아가면서 석기를 사용했다는 점과 불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을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³ 다만 이곳에서 아슐리안 형 석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창과 같은 사냥 도구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 솔로 원인이 발견된 응간동 지역에서도 석기 등의 도구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1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자바원인이 남긴 아주 ‘중요한’ 단서가 발견되었습니다. 그것은 뒤부아가 19세기 말에 자바원인 화석을 발견한 트리닐 지역에서 수집한 민물 조개류 껍질로 보존되어 있었는데요. 이 중에 약 50만년 전의 홍합 껍질에서 특정한 무늬가 새겨진 것이 발견된 것입니다.⁴ 이는 후기 호모 에렉투스가 도구를 사용하여 무늬를 새길 수 있는 인지 수준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흔적 입니다.

중국 저커우뎬 박물관의 베이징원인 상상 그림 (CC 2.0 image by Diego Tirira at 위키미디어 커먼스)

초기 호모 에렉투스의 인지 수준과 행동 방식 등은 하이델베르크인이나 네안데르탈인 등에 비해 원시적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가장 오랜 기간 지구상에 존재했던 사람 속 입니다. 이들이 이토록 오랜 기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살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다 진화된 신체적, 인지적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이들이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또는 호모 사피엔스와 함께 어울릴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초기 호모 에렉투스에 비해 후기 호모 에렉투스는 인지적으로 월등했으며 다른 고인류들에 비해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1 Rukang,W, Shenglong,L. (1983). Peking Man. Scientific American, 248(6). 86-94.  


2 Rizal, Y., Westaway, K. E., Zaim, Y., van den Bergh, G. D., Bettis, E. A., Morwood, M. J., Huffman, O. F., Grün, R., Joannes-Boyau, R., Bailey, R. M., Sidarto, Westaway, M. C., Kurniawan, I., Moore, M. W., Storey, M., Aziz, F., Suminto, Zhao, J. X., Aswan.,...Ciochon, R. L. (2020). Last appearance of Homo erectus at Ngandong, Java, 117,000–108,000 years ago. Nature, 577(7790), 381-385. https://doi.org/10.1038/s41586-019-1863-2 


3 Maohua.Z.,Congling,S., Gao, X., Wu, Xinzhi.,  Chen, Fuyou., Zhang, S., Zhang, X., Olsen, J.W. (2014). On the possible use of fire by Homo erectus at Zhoukoudian, China. Chinese Science Bulletin, 59, 335-343. https://bit.ly/3y9kRYr  


4  Joordens, J., d’Errico, F., Wesselingh, F., Munro, S., de Vos, J., Wallinga, J.,...Roebreks, W.(2015). Homo erectus at Trinil on Java used shells for tool production and engraving. Nature 518, 228231https://doi.org/10.1038/nature13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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