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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Oct 20. 2022

Chapter 1.(3)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3.현생인류의 친척들의 등장 (1) - 힘세고 똑똑했던 네안데르탈인

1856년 독일 뒤셀도르프(Düsseldorf)의 네안더 계곡(Neander Valley)에서 뼈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¹ 비교적 완전한 형태의 두개골은 타원형으로 광대뼈가 도드라졌지만 갸름한 턱을 갖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뼈가 두꺼웠습니다.

오스트리아 국립 박물관에 전시된 네안데르탈인 뼈 화석 모형 (CC0 image, 위키미디어 커먼스)

그런데 이미 이와 비슷하게 생긴 뼈 화석이 벨기에의 엥기스(Engis)와 지브롤터의 포브스 채석장 (Forbes Quarry)에서 발견되어 있었던 것이 이후에 알려졌지요. 그리하여 이 화석들에게는 네안데르탈인 (Homo Neandertalensis)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출현한 시기는 약 40만년 전 무렵입니다. 앞서 살펴본 하이델베르크인과 시기가 일부 겹치지요. 그래서 학자들은 이들의 유전적 연관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들의 흔적이 발견된 지역과 시기가 겹치다보니 이러한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앞서 소개한스페인 아타푸레르카의 하이델베르크인 화석과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비교해보았는데 하이델베르크인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 조상이라는 점 뿐만 아니라 하이델베르크인 중 일부는 이후 살펴볼 데니소바인과도 모계 혈통으로 연결되어 있었음도 드러났습니다.²


생물학적으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은 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서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 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살펴보았듯이 쇠닝엔 투창은 네안데르탈인 또한 사용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런데  이것을 더 유용하게 사용했던 것은 네안데르탈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시기상 하이델베르크인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면 네안데르탈인은 떠오르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이들에게는 쇠닝엔 투창과 같은 무기를 보다 더 많이 접할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요? 네안데르탈인은 유럽과 서남아시아 지역을 주 무대로 약 4만년 전~3만5천년 전까지 살았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상당기간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와 공존하면서 생존을 위해 경쟁 혹은 교류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죠. 경쟁, 교류 이런 것을 하려면 어느 정도 ‘수준’이 맞아야 합니다. 프로게이머가 아마추어, 그것도 이제 게임을 막 시작한 사람과의 경쟁이 될 리없습니다.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은 어떤 강점을 갖고 있었을까요?     


‘우리가 멍청했을 거라는 건 너희들의 착각이야’

네안데르탈인의 뇌 크기는 약 1,400cc~1,500cc로 하이델베르크인은 물론 호모사피엔스보다 오히려 컸습니다. 그리고 상체, 특히 가슴 부위가 발달 되어있고 머리의 두개골 뒷부분이 (Postcranial Skletons) 두꺼운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형 동물 뿐만 아니라 큰 동물들을 사냥하는 데 필요한 순간적인 힘을 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이들은 무리를 이루어 생활했습니다. 이들은 12명~24명 수준의 작은 무리를 이루었으며, 필요한 경우 10개~20개의 다른 무리(Band)와 동맹을 맺었습니다.³


자, 우리 앞에 힘이 센 사람들 10명, 20명이모여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어떤가요? 그들이 우리 편이라면 든든할 것이고 적이라면 무서울 것 같습니다. 나는 저 멀리 도망부터갈 것 같네요. 이들은 주로 동굴 입구 주위에 모여 살면서 힘을합쳐 전략적으로 동물들을 사냥하거나 죽은 대형 동물들을 도구를 사용하여 해체한 다음 불에 익혀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안데르탈인들이 사냥과 같이 힘을 쓰는 것 이외의 높은인지 능력을 요구하는 활동들은 하지 못했을 것’ 이라는 인식은 최근까지도 이어졌습니다. 이것은 큰 오해입니다. 19세기 후반에 프랑스 파리 부근에 있는 프발루아페레(Levallois-Perret) 지역에서 발견된 석기들은 돌의 둘레를 여러 각도에서 돌아가며 때려 가공되어 여러 가지 격자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마치 가공된 보석처럼 말이지요.

무스테리안 석기 (CC0 image, CC0 image, 위키미디어 커먼스)

따라서 아슐리안형 도끼 보다 훨씬 정밀한 생각과 기술과 시간을 필요로 했을 것입니다. 이를 르발루아 기법(Levallois techinic)이라고 하고 이 기법으로 만들어진 석기들을 무스테리안(Mousterian) 석기 또는 중기 구석기 도구라고 합니다. 바로 이것을 약30만년 전 부터 최초로 만들어 사용한 것이 바로 네안데르탈인입니다.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의 포게티 베키(Pogeetti Vechhi,Tuscany)에서는 약 17만1천년 전의 일직선 상아 코끼리 팔레오록소돈(Straight-tusked elephant Paleoloxodon antiquus)화석과 나무(회양목:Boxwood)로 만든 뒤지개(digging stick)조각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돌로 다듬어 불로 그을려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⁴


섬세한 손기술을 갖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감정을 표현하다.

최근에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는데요. 네안데르탈인들이 손을 어떻게 사용하였는지를 분석한 것 입니다. 연구자들은 손의 근육과 뼈가 연결부위(Entheses)에 남은 흉터 특성을 살펴봄으로써손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약 4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손뼈를 3D 스캔 한 다음,손으로 정밀한 작업을 하는 화가와 손 전체의 쥐는 힘을 주로 쓰는 건설노동자들의 데이터와 비교하였습니다.⁵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들은 정밀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유사하게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더 많이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손으로 사냥 뿐만 아니라 작은 크기의 재료와 도구들을 일상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네안데르탈인들은 기본적인 상징을 사용하여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슬픔 등의 감정을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이라크 쿠르디스탄의 샤니다르 동굴(Shanidar cave, Kurdistan)에서 발견된 약 7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뼈 주변 퇴적물에서는 식물, 꽃가루 등이 함께 발견되었는데 이는 이들이 죽은 자를 땅에 묻으면서 식물과 꽃으로 덮어 애도하는 일종의 ‘장례’ 풍습을 지녔을 가능성을보여주는 것입니다.⁶ 한편 스페인의 동굴 세곳에서는 약 6만4천년 전에 그려진 벽화가발견되었는데, 이는 네안데르탈인의 작품인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⁷  일부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과 협력을 넘어 경험과 기술을 가르쳐 주는 위치에 있었고 언어 표현을 할 수 있었다는 주장까지 내놓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호모 사피엔스는 약 6만5천년 전 ~ 4만7천년 전 사이 아프리카에서 나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만난 네안데르탈인들과 교잡을 했고 이에 따라 아프리카인들을 제외한 현대인 유전자의 약 2% 정도는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연구도 발표되었습니다.⁸


이러한 발견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들과 서로 교류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그렇게 아둔하지 않았습니다.



1 Trinkaus, E., Tuttle, R.H., Williams, F.L.E. (2022). Neanderthal. Encyclopedia Britannica.

https://www.britannica.com/topic/Neanderthal    


2 Meyer, M., Arsuaga, J.L., de Filippo, C., Nagel, S., Aximu-Petri, A., Nickel, B., Martínez,  I., Gracia, A., Bermúdez de Castro, J.M., Carbonell, E., Viola, B., Kelso, J., Prüfer, K., Pääbo, S. (2016). Nuclear DNA sequences from the Middle Pleistocene Sima de los Huesos hominins. Nature, 531.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17405         


3 Hayden, B., (2012). Neandertal Social Structure?. Oxford Journal of Archaeology. 31(1). (Summary). https://bit.ly/3Cxh6yY   


4 Aranguren, B., Revedin, A., Amico, N., Cavulli, F., Giachi, G., Grimaldi, S., Macchioni, N., Santaniello, F. (2018). Wooden tools and fire technology in the early Neanderthal site of Poggetti Vecchi (Italy). PNAS, 115(9). https://doi.org/10.1073/pnas.1716068115   


5 Karakostis, F.A., Hotz, G., Tourloukis, V., Harvati. K. (2018). Evidence for precision grasping in Neandertal daily activities. Science Advances, 4(9). https://doi.org/10.1126/sciadv.aat2369   


6 Pomeroy, E., Bennett, P., Hunt, C., Reynolds, T., Farr, L., Frouin, M., ... Barker, G. (2020). New Neanderthal remains associated with the ‘flower burial’ at Shanidar Cave. Antiquity, 94(373), 11-26.    


7 Marti, A.P., Zilhão, J., d’Errico, F., Cantalejo-Duarte, P., Dominguez-Bella, S., Fullola, J.M., Weniger, G.C., Ramos-Muñoz, J. (2021). The symbolic role of the underground world among Middle Paleolithic Neanderthals. PNAS, 118(33).  https://doi.org/10.1073/pnas.2021495118   


8 ① Prüfer,K., de Filippo, C., Grote, S., Mafessoni, F., Korlević, P., Hajdinjak, M., Vernot, B., Skov, L., Hsieh, P., Peyrégne, S., Reher, D., Hopfe, C., Nagel, S., Maricic, T., Fu, Q., Theunert, C., Rogers, R., Skoglund, P., Chintalapati, M., Dannemann, M., Nelson, B. J., Key, F. M., Rudan, P., Kućan, Ž., Gušić, I., Golovanova, L. V., Doronichev, V. B., Patterson,N., Reich,D., Eichler,E. E., Slatkin,M., Schierup, M. H., Andrés, A. M., Kelso, J., Meyer, M., Pääbo, S. (2017). A high-coverage Neandertal genome from Vindija Cave in Croatia. Science, 358(6363).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ao1887 


② Sankararaman, S., Patterson, N., Li, Heng., Pääbo, S., Reich, D. (2012). The Date of Interbreeding between Neandertals and Modern Humans. PLOS Genetics, 8(10). https://doi.org/10.1371/journal.pgen.10029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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