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e Oct 20. 2022

Chapter 1.(2)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2. 추위를 뜷고 마주한 새로운 고인류, 하이델베르그인


사람 속으로 분류되는 생명체들, 이른바 사람아족(Hominina)들이 점차 생겨난 시기는 약 258만년 전 시작된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였습니다. 그런데 약 180만년 전~160만년 전 사이에 추위가 본격화 되었습니다. 아마도 호모 에렉투스는 살기 위해 먹이가 많은 곳을 찾아 수시로 이동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먼 곳까지 이동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추운 날씨는 100만년 전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고인류들은 물론 다른 동물들도 살아가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죠.      

산소동위원소 분석에 따른 지난 500년 간의  빙기와 빙기의 주기 변화 (CC BY SA 3.0 image by Robert A. Rhode at 위키피디아)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빙하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따뜻했던 시기가 있습니다. 이를 간빙기라고 합니다. 추운 빙기와 상대적으로 따뜻한 간빙기는 비교적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었는데요. 이 주기가 초기 플라이스토세 시기에는 약 4.1만년 이었는데 약 125만년 전~약 75만년 전 사이에 대략 10만년 수준으로 변화되는 것을 겪는데요. 이를 중기 플라이스토세 전환 (Mid-Pleistocene Transition : MPT) 이라고 합니다.¹  이러한 변화는 빙기와 빙기 사이에 찾아오는 따뜻한 간빙기 시기가 상대적으로 길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호미닌들을 포함한 지구상 모든 생명체들의 생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지구의 기후가 무조건적으로 안정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100만년 전 이후에도 4번의 빙기와 3번의 간빙기가 반복되었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인류들은 무언가를 상상하고 만들 수 있는 인지적,행동적 능력이 있었습니다. 이는 불확실한 기후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나아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호미닌 종이 출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 사이의 하이델베르크인

1908년 독일 하이델베르크(Heidelberg)의 한 채석장에서 발견된 턱뼈 마우어(Mauer)는 세상에 하이델베르크인(Homo Heidelberensis)의 존재를 알렸습니다.² 

마우어 턱뼈  (CC BY 3.0 image by Gerbil, 위키피디아)

1990년대 까지 이들은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 사이에서 모호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뇌 크기가 약 1,100cc~1,400cc로 호모 에렉투스 보다 크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마우어 화석과 이후 프랑스에서 발견된 아라고(Arago) 뼈 화석의 유사성이 밝혀지고 이것이 네안데르탈인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들이 드러났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하이델베르크인으로서의 독립된 종(種)으로 분로 되었습니다.

하이델베르그인 두개골 화석 (CC0 image, 위키미디어 커먼스)

하이델베르그인 뼈 화석들은 독일과 프랑스 뿐 아니라 동부와 북부 아프리카, 그리스, 그리고 인도, 중국 등의 아시아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이들의 시기는 약 60만년 전 ~ 약 50만년 전 무렵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게셔 베노트 야야코프(Gesher Benot Ya’akov)에서 이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화로터(fireplace)가 발견되었는데요, 그 시기가 약 79만년 전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물론 연대 측정의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여 약 80만년 전 ~ 70만년 전에는 이들이 출현했다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이델베르크인은 적극적으로 사냥과 채집 활동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광업도시 카투(Kathu)에 위치한 고고학 유적지 (Kathu Pan 1)에서 약 50만년 전의 뾰족한 돌 조각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하이델베르크인이 만들어 사용한 최초의 돌로 만든 창(Stone spear)인 것으로 여겨집니다.³ 독일의 쇠닝엔(Schöningen)에서도 약 40만년 전~30만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나무로 만든 창(Wooden Spear) 약 10개와 20마리 이상의 도살된 말 뼈 화석이 발견되었는데요. 이것들은 후기 하이델베르크인 또는 초기 네안데르탈인의 것으로 보입니다.창은 비교적 먼 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입니다. 따라서 무리를 이루어 일정 거리에서 동시에 큰 동물들을 타격 했다면 사냥 성공률이 높아집니다. 아울러 이는 다른 동물들의 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용 무기로도 유용합니다. 이로써 하이델베르크인에게는 ‘최초의 대형 동물 사냥꾼’ 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이들이 남긴 흔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스페인 북부 아타푸에르카(Atapuerca)에서 여우, 곰 등 육식동물들의 뼈와 함께 28구의 하이델베르크인이 묻혀있는 구덩이(pit)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시기는 40만년 전 무렵으로 분석되었는데 주변에서는 아슐리안형 손도끼 조각도 나왔습니다. 이는 작은 집단을 이루어 이동하면서 도구를 사용하여 동물 사냥을 했을 뿐 아니라 죽은 동료들을 묻어주는 최소한의 의례(Ritual)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가능케 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것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약 70만년 전에 출현하여 적어도 30만년 전까지 하이델베르크인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살아갔습니다. 이들은 불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변화 무쌍한 기후에 비교적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냥에 적합한 도구를 제작하여 서로 힘을 합쳐 전략적으로 대형 동물을 잡아 생활해 나갔습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죽거나 희생당한 같은 집단의 동료들을 묻고 기리는 행위를 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러한 추정들이 맞다면 앞서 말했던 고인류의 특별한 능력, 그 중에서도 하이델베르크인의 ‘생각하는 힘’은 단순히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서로 협력하고 희생당한 동료를 땅에 묻어주는 수준까지 도달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적어도 약 40만년 전에 갖춰진 것이라면 어떤가요? 놀랍지 않나요?     




1 박정재. (2021). 기후의 힘. 바다출판사.


2 Smithsonian Institution, Homo Heidel bergensis,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website 참조. (2022. 7. 5 검색).


3 Wilkins, J., Schoville, B.J., Brown, K.S., Chazan, M. (2012). Evidence for early hafted hunting technology. Science, 338(6109).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1227608


4 Thieme, H. (1997). Lower Palaeolithic hunting spears from Germany. Nature, 385. 807–810. https://www.nature.com/articles/385807a0 

Conard, N.J., Serangeli, J., Böhner, U., Starkovich, B.M., Miller, C.E., Urban, B., Kolfschoten, T.V.(2015). Excavations at Schöningen and paradigm shifts in human evolution. Journal of Human Evolution, 89, 1-17. https://bit.ly/3CvyEvi 


5 Carbonell, E., Mosquera, M.(2006). The emergence of a symbolic behaviour: the sepulchral pit of Sima de los Huesos, Sierra de Atapuerca, Burgos, Spain. Comptes Rendus Palevol, 5(102). https://doi.org/10.1016/j.crpv.2005.11.010.


작가의 이전글 Chapter 1.(1)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