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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Oct 19. 2022

Chapter 1.(1)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1. 시작 : 침팬지와 갈라진 이후의 삶

우리 인류의 조상과 침팬지는 약 800만년 전 ~ 약 600만년 전 사이에 ‘공통 조상’으로부터 생물학적으로 갈라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건 인간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공통 조상’이 누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밝혀질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시선을 한걸음 좁혀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의 조상들로 볼 수 있는 생명체, 호미닌(Hominin)들은 누구일까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화석 (CC BY 3.0 image by Saiko, at 위키미디어 커먼스)

퍼뜩 떠오르는 것은 ‘아르디(Ardi)’라고 알려진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Ardipithecus ramidus)와 ‘루시(Lucy)’로 더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입니다. 아르디는 약 440만 년 전, 루시는 약 390만 년 전 무렵에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지역에서 살았습니다. 이들의 긴 팔과 짧은 다리, 그리고 외모는 침팬지와 비슷했는데 나무를 타면서도 땅에서 두 발로 걷는 이족보행 역시 했던 것으로 여겨지면서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동 특성이 사람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좀 더 유사한 모습과 행동 방식을 지닌 생명체들이 발견되었습니다. 학자들은 이들을 ‘사람 속 (Homo)’으로 분류했습니다. 사람 속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초기 고 인류 들은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와 호모 에렉투스(Homo eretus)가 있습니다.     


'손쓰는 사람' 호모 하빌리스와 ‘똑바로 서 있는 사람’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빌리스 두개골 화석 (Public domain image at 위키미디어 커먼스)

호모 하빌리스는 우리말로 하면  ‘손을 쓰는 사람’입니다.  1960년대 초반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요, 이들의 시기가 약 250만 년 전~약 230만 년 전 경으로 추정되었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같은 시기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돌 끝이 날카롭게 다듬어진 형태인 올도완 석기(Oldowan tools) 들이 발견되면서 이것을 만들어 사용한 것이 호모 하빌리스로 여겨졌습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이들의 아래 턱뼈가 루시의 것과 닮아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² 다만 이들의 두뇌 용적은 약 700cc~800cc로 초기 호모 속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러한 석기들을 충분히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을 지녔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에렉투스를 다른 종으로 구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학계에서는 일부 견해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³ 이들이 호모 에렉투스와 같은 종으로 보아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호모 하빌리스의 뼈 화석이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것이 거의 없는 데다가 이들만이 지닌 고유성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호모 하빌리스 이야기를 굳이 먼저 꺼낸 까닭은 호모 속 생명체가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호모 에렉투스 두개골 화석 (Public domain image at 위키미디어 커먼스)

호모 에렉투스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호모 에렉투스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투르 기예와 러시아 사이에 있는 그루지아의 드마니시 유적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곳에서는 약 18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 두개골과 올도완 석기(Oldowan Stone tool)가 발견되었지요. 그런데 최초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 화석은 네덜란드의 해부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외젠 뒤부아(EugeneDubois)가 1891년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발견한 치아, 두개골, 허벅지 뼈입니다. 이것들은 발견된 지역 이름을 따 트리닐 화석(Trinil Fossils)라고 불려졌습니다. 이들의 골격 특성은 똑바로 서있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였지만 두개골은 작고 이마 부위가 마치 ‘모자 창’처럼 살짝 튀어나온 모습이었습니다. 이후 이들은 호모 에렉투스로 분류되었고 일반적으로는 자바 원인(Java Man)이라고 불려지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비교적 다양한 곳에 걸쳐 발견된다는 것인데요. 아프리카 케냐의 투르카나 호수(Lake Turkana)에서는 약 150만 년 전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호모 에렉투스, 투르카나 소년(Turkana Boy)이 발견되었고요. 최근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북쪽의 드리몰렌 동굴(Drimolen cave)에서 약 200만 년 전의 호모 에렉투스 두개골 일부가 발견되었습니다.한편 아프리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중국 베이징 북쪽의 저우커우뎬 동굴(Zhoukoudian Cave)에서는 약 70만 년 전 출현한 것으로 여겨지는 호모 에렉투스, 베이징 원인(Peking Man)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상이란(Sangiran) 지역에서도 약 15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의 왼쪽 상악골(Maxilla) 일부가, 중국 남부 위난성의 위안 모우(Yuanmou)에서는 약 170만 년 전의 호모 에렉투스 치아 화석과 석기들이 발견되었습니다.이것은 호모 에렉투스가 호모 사피엔스에 앞서 지구 전역으로 이주와 생존, 그리고 번성에 성공한 최초의 호모 속 생명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직립보행, 불 그리고 도구

그렇다면 이처럼 호모 에렉투스가 다양한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이들이 두 발로 서서 걸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골반은 루시보다 작고 좁은데 비해 다리는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약 150만 년 전 케냐 북서부 지역에 남긴 발자국 화석을 분석해 보았더니 호모 사피엔스와 유사한 아치형으로 나타났습니다.그런데 두발로 걸을 수 있다고만 해서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많이 움직이려면 충분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당시 영양가가 높은 먹거리들은 대개 동물들이므로 사냥을 해야 했습니다. 고기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약 260만 년 전부터 살고 있었던 호미닌들이었는데요,⁸ 다만 이들은 살아있는 동물에게 함부로 맞서기보다 주로 죽어있는 동물의 뼈와 살점 일부를 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호모 에렉투스는 이들과 달랐습니다. 이들은 산 동물들을 잡기 위해 힘을 합쳐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불을 사용할 줄 알았습니다. 불은 중요합니다. 불로 익힌 고기 맛은 대부분 알고 있으실 테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게디가 익힌 고기는 생고기보다 훨씬 연하고 부드럽습니다. 그래서 조금 덜 씹어 삼키더라도 소화가 잘 됩니다. 이는 호모 에렉투스가 이전 고 인류들에 비해 작은 턱과 치아를 가진 것을 통해서도 추론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식습관 변화가 가져온 신체 변화에 관해 하버드 대학교 인간 진화생물학과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 교수는 ‘호모 에렉투스들은 불을 사용하여 고기를 익혀 먹음으로써 그것을 씹는 시간과 횟수가 줄었고 소화를 도왔으며 에너지 흡수율을 높였을 것이며 이는 내장 길이를 즐어들게 하는 대신 뇌를 크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요리 가설(Cooking hypothesis)’ 을 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먹이를 씹는 행위가 줄어드는 것은 고기를 여러 번 두들겨 부드럽게 하는 경우에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것이 반드시 불을 사용한 결과로 볼 수는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¹⁰ 


그런데 최근 케냐에서 약 15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 유적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석기, 뼈 그리고 퇴적물 등에서 불을 사용 하여가 열한 흔적들이 나왔습니다. ¹¹  따라서 랭엄 교수의 생각이 맞다면 호모 에렉투스의 식습관이 생식에서 화식으로 변화하면서 뇌와 골격을 발달시킴으로써 생각하고 만들고 행동하는 힘을 길러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커진 뇌, 발달한 인지능력

초기 호모 에렉투스의 뇌와 신체 구조는 이전의 고 인류들에 비해 컸습니다. 이들의 뇌 부피는 약 800cc~1,000cc로 추정되는데, 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인 ‘루시’와 비교하면 약 2배~2.5배가량 큽니다. 그리고 케냐에서 발견된 약 15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 화석의 신장은 약 160cm~180cm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¹², 이후 시기의 고 인류들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이들의 인지 역량이 생각보다 높았다는 증거는 또 있습니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대칭형태를 띄고 있는 아슐리안 손도끼 (CC-BY-SA 2.0 image by Kurt Admas, Bristol City Council at 위키미디어 커먼스)

그것은 바로 ‘아슐리안 석기(Acheulean tools)’입니다. 이것의 명칭은 처음 발견된 프랑스의 생 아슐(St. Acheul) 지역명을 따서 붙여졌는데요, 돌의 양면이 대칭 형태로 다듬어진 모습을 띄고 있어서 좌우 대칭 주먹도끼라고도 부릅니다. 이것이 최초로 제작된 시기는 약 176만 년 전 무렵으로 보이는데요, 이것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바로 좌우 대칭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만들 때에는 아마도 돌의 모양을 '좌우 대칭이 되게 만들겠다'라고생각한 다음 그 모양을 실제로 나타내기 위해 조금씩 좌우를 맞추어 다듬었을것 입니다. 즉 호모 에렉투스들은 어떤 것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정리하면 호모 에렉투스들은 살아있는 동물을 잡아 불에 익혀 먹는 식습관을 갖게 되었고 이는 신체 발달과 인지능력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이들은 비교적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식량을 확보하고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100만 년 넘게 그들만의 이야기를 지구상에 남길 수 있었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1 Overy, R.J.(2010), Complete History of the World.Times Books.(타임스 세계사(개정판). 리처드 오버리 총괄 편집, 이종경·왕수민·이기흥 역.(2019). 도서출판 예경.)


2 Spoor, F., Gunz, P., Nuebauer, S., Stelzer, S., Scott, S., Kwekason, A., Dean, C. (2015). Reconstructed Homo habilis type OH7 suggests deep-rooted species diversity in early Homo. Nature, 519, 83-86. www.nature.com/articles/nature14224


3 강석기. “[강석기 과학카페] 호모 하빌리스, 당신은 누구인가?”.  동아사이언스, 2014. 4. 14. 일자.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256


4 Herries, A.I.R., Martin, J.M., Leece, A.B., Adams, J.W., Boschian, G., Joannes-Boyau, R., Edwards, T.R., Mallett, T., Massey, J., Murszewski, A., Neubauer, S., Pickering, R., Strait, D.S., Armstrong, B.J., Baker, S., Caruana, M.V., Denham, T., Hellstrom, J., Moggi-Cecchi, J., Mokobane, S., Penzo-Kajewski, P., Rovinsky, D.S., Schwartz, G.T., Stammers, R.C., Wilson, C., Woodhead, J., Menter, C. (2020). Contemporaneity of Australopithecus, Paranthropus, and early Homo erectus in South Africa. Science, 368(6486).  https://doi.org/10.1126/science.aaw7293


5 Zhu, RX., Potts, R., Pan, Y.X., Yao, H.T., Lü, L.Q., Zhao, X., Gao, X., Chen, L.W., Gao, F., Deng. C.L., Early evidence of the genus Homo in East Asia. (2008).  Jounal of Human Evolution, 55(6). https://pubmed.ncbi.nlm.nih.gov/18842287


6 Kikel, M., Gecelter, R. & Thompson, N.E. (2020). Is step width decoupled from pelvic motion in human evolution?. Scientific Reports, 10(7806).  https://doi.org/10.1038/s41598-020-64799-3 


7 Hatala, K. G., Roach, N. T., Ostrofsky, K. R., Wunderlich, R. E., Dingwall, H. L., Villmoare, B., Green, D. J., Harris, J. W., Braun, D. R., Richmond, B. G. (2016). Footprints Reveal Direct Evidence of Group Behavior and Locomotion in Homo erectus. Scientific Reports, 6(28766).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941528


8 Pobiner, B. (2013) Evidence for meat-eating by early humans. Nature Education Knowledge 4(6):1. https://go.nature.com/3Sz8I7D


9  Wrangham, R. (2010). Catching Fire: How Cooking Made Us Human. Profile Books Ltd. (요리 본능. 리처드 랭엄 저. 조현욱 역.(2011). 사이언스북스.)


10 Zink, K., Lieberman, D. (2016). Impact of meat and Lower Palaeolithic food processing techniques on chewing in humans. Nature, 531, 500–503. https://go.nature.com/2PiqdJ3


11 Hlubik S., Berna F., Feibel G., Braun D., Harris J.W.K. (2017). Researching the Nature of Fire at 1.5 Mya onthe Site of FxJj20 AB, Koobi Fora, Kenya, Using High-Resolution Spatial Analysisand FTIR Spectrometry. Current Anthropology, 58(S16).  https://bit.ly/3ryW0tn


12 McHenry, H. (2006). Nariokotome – archaeological site, Encyclopedia Britannica. https://www.britannica.com/topic/H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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