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더링 하이츠의 주인 언쇼 씨가 리버풀의 어느 거리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검은 머리의 고아 소년을 데려온 날, 집안의 공기는 서늘해졌습니다. 언쇼 씨는 그 아이에게 죽은 아들의 이름이었던 '히스클리프'라를 붙여주었지만, 집안 사람들에게 그는 그저 불길한 이방인이었을 뿐입니다.
아들 힌들리는 자신의 사랑을 빼앗아간 히스클리프를 '도둑놈'이라 부르며 무자비하게 채찍질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를 밀어낼 때, 오직 딸 캐서린만은 달랐습니다. 그녀는 히스클리프의 거친 손을 잡고 세상의 모든 금기를 넘어섰습니다.
같은 원소로 만들어진 두 영혼
두 아이는 약속이나 한 듯 황량한 요크셔의 무어 언덕으로 도망쳤습니다. 신발이 벗겨지는 줄도 모른 채 보랏빛 헤더 꽃이 물결치는 언덕을 달릴 때,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청춘 남녀였습니다.
그들에게 문명은 거추장스러운 옷에 불과했습니다. 히스클리프에게 캐서린은 암흑 같은 삶의 유일한 태양이었고, 캐서린에게 히스클리프는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자신의 또 다른 영혼이었습니다. 캐서린은 훗날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 영혼과 그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든, 그의 것과 내 것은 똑같아."
언쇼 씨가 죽고 가장이 된 힌들리의 학대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히스클리프는 하인으로 전락하여 온종일 진흙과 검댕을 뒤집어썼지만, 그는 견딜 수 있었습니다. 밤마다 캐서린과 나란히 앉아 들판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요.
예고된 균열, 무너진 낙원
어느 날 저녁, 두 사람은 호기심에 이웃 저택인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의 화려한 불빛을 엿보러 갑니다. 세련되고 우아한 그곳의 풍경을 구경하던 중, 캐서린이 사나운 개에게 물리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부상당한 캐서린은 그곳에 머물며 비단 드레스를 입고 귀족적인 예절을 배우게 됩니다. 5주 뒤, 워더링 하이츠로 돌아온 그녀는 더 이상 맨발로 언덕을 누비던 야생마 소녀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히스클리프의 때 묻은 손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차가운 숙녀'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들개와 야생마 같던 두 사람의 순수한 세계에 '계급'과 '현실'이라는 잔인한 괴물이 끼어든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그들의 앞날에는 헤더 꽃향기 대신 짙은 먹구름과 폭풍우만이 예고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