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메인주에 있는 작은 마을 그레이브스타운에서 아주 작은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의 이름은 영화 타이틀인 '사이먼 버치'(Simon Birch/1998년).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1964년, 키 96cm의 사이먼은 동갑내기 조 웬트워스와 함께 뛰어논다. 밤낮으로.
둘은 동네 리틀 야구팀 타이거스의 일원이다. 그것도 후보 4인방 중 2인. 그래도 사이먼은 대타 전문이다. 작은 키만큼이나 스트라이크존도 바늘구멍처럼 좁아져 그 어떤 투수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다. 통산 출루율 100%. 이 부분은 메이저리그에서 실제로 있었던 에디 게델과 닮았다.
1951년 8월 19일,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 브라운스의 1회 말 공격에서 1번 타자 프랭크 소시어를 대신해 대타가 나왔을 때, 스포츠맨스 파크를 찾은 1만 8천여 명의 관중은 두 눈을 의심했다. 키 109cm의 에디 게델이 등번호 '8분의 1'을 달고 배트를 든 채 타석에 들어섰기 때문이다(영화에서 사이먼의 등번호는 8번).
주심인 에디 헐리는 브라운스 벤치를 향해 "도대체 무슨 짓이냐?!"라고 고함을 쳤다. 그러자 브라운스 관계자는 게델의 선수 계약서와 리그 선수 등록허가서, 당일 경기 출장 선수 등록서를 내밀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선수. 헐리는 경기를 속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타이거스 배터리는 그렇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다가, 포수 밥 스위프트는 두 무릎을 꿇고 포구 자세를 잡았고, 투수 밥 케인은 공 하나하나를 정성껏 던졌다. 그러나 던지는 공마다 높은 볼. 그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4구 연속 볼. 볼넷으로 출루한 게델은 대주자로 교체되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게델을 대타로 쓸 생각을 한 것은 브라운스 구단주 빌 비크였다. 난쟁이 게델의 선수 출장은 '야구 흥행의 귀재'다운 장삿속으로 받아들이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런 측면도 있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경기가 끝난 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와 아메리칸리그 회장은 "난쟁이를 기용하는 것은 야구에 대한 유해 행위이며, 앞으로 이것을 금지한다"라고 밝힌다.
이것에 대해 빌 비크는 다음과 같이 반론을 펼친다. "어째서 키가 작은 사람이 야구를 하는 게 유해 행위인지 이해할 수 없다. 야구가 작은 사람들을 차별한다면, 그것을 확실히 규칙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109cm 이하는 안 되지만 120cm는 괜찮다는 식으로. 리그 회장에게 묻고 싶은 것은 키 168cm인 뉴욕 양키스 유격수 필 리주토는 체격이 작은 야구 선수인지, 아니면 큰 땅딸막한 선수인지를." 여기에 게델도 "사회는 난쟁이를 도와주라고 한다. 그런데 리그 회장은 나의 야구 인생을 끝장냈다"라고 비난에 가세한다.
즉, 빌 비크는 단순히 흥행만을 생각한 장사꾼이 아니라 사회의 통념과 권위에 도전한 것이다.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의심. 야구에서 배제된 난쟁이에 대한 연대감을 나타낸 것이다. 이것은 그가 재키 로빈슨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기 전부터 흑인 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하려고 노력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즐거움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대항한 반골정신.
영화 속 사이먼도 항상 긍정적이며 낙천적이다. 신체적으로 다른 이와 차이가 나지만,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신에게 특별한 계획과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사이먼에게도 '절친' 조에게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불운의 날이 찾아온다.
1964년 10월 30일, 어느 팀과의 경기에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사이먼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다. 그런데 이번의 임무는 다르다. 평소처럼 볼넷을 얻는 게 아니라 감독인 베이커는 힘껏 배트를 휘두르라고 지시한다. 볼 카운트 2볼에서 마음껏 배트를 휘두르고, 타구는 하늘 높이 쭉쭉 뻗어 나간다.
주심도 벤치의 선수도 관중석도 깜짝 놀라는 타격. 그런데 그 타구는 사이먼이 살며시 연정을 품고 있던 조의 어머니 레베카의 머리를 때리고, 즉사. 최고의 순간이 가장 슬픈 날로 돌변한 것이다. 애초 야구는 위험한 스포츠다. 야구장에서는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그까지 파울볼 쯤이야라고 생각했다가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쨌든 그날 이후, 사이먼과 조의 야구와 멀어진다. 12살 소년들과 야구는 슬픈 기억만을 남긴 채 이별. 게델의 야구 인생이 한 타석으로 끝난 것처럼. 그래도 게델도 사이먼도 야구가 아닌 인생의 마지막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빌 비크는 게델을 영입하며 "그의 이름이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 약속은 게델이 36살의 젊은 나이로 죽었을 때 실현된다. 뉴욕타임스의 일면에 그의 부고 기사가 실린 것이다. 사이먼은 자신의 믿음처럼 신의 특별한 계획과 이유를 실천한다.
야구 경기가 있는 날, 조는 항상 사이드카가 딸린 자전거를 타고 사이먼의 집을 찾아간다. 자전거의 패널을 힘껏 밟는 조와 사이드카에 앉아 있는 사이먼. 그렇게 바닷가를 따라 야구장을 향하는 길은 여유롭고 아름답다. '나'가 아닌 '우리'를 깨닫게 해주는 공감과 연대감이 느껴진다. 그것이 야구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