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드 캅"으로 본 야구계 약물 문제

마약에 취한 1980년대 메이저리그

by 손윤

주인공은 영화 제목인 '배드 캅'(Bad Lieutenant/1992년)처럼 나쁜 경찰의 전형이다. 술과 여자, 그리고 (야구)도박에 빠져 헤어나질 못한다. 예를 들면 범죄현장에서 코카인을 빼돌리거나 미성년 여성의 무면허를 눈감아 주는 대신에 눈앞에서 자위행위를 하거나 강도의 돈을 뺏어 착복하는 등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른다. 경찰보다는 범죄자에 가깝다.


그런 일상 속에 뉴욕 메츠와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열린다. 당연히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 주인공을 비롯한 뉴욕 경찰들은 야구도박에 열중한다. 운 나쁘게도 메츠는 3연패. 주인공도 돈을 잃는다. 4차전부터는 응원하는 메츠가 아닌 다저스에 액수를 늘려가지만, 이번에는 메츠가 연승을 거둔다.


도박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을 때, 수녀가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뉴욕 가톨릭계는 범인들의 검거에 현상금 5만 달러를 내건다. 이 돈에 마약 판매금을 합치면 도박 빚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그는 메츠의 믿기지 않는 리버스 스윕처럼 회개의 길을 선택한다.



영화 속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가상의 세계다. 물론, 메츠와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왕좌를 놓고 다툰 적은 있다. 1988년 두 팀은 실제로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다만 시리즈 전개가 영화와는 다르다. 양 팀은 승패를 주고받았다(메츠: 승패승패패승패). 실제로 7전 4선승제에서 리버스 스윕이 처음 일어난 것은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보스턴 레드삭스가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해냈다.


여기에 선수 구성을 봐도, 1988년이 아니라 1992년이다. 그 근거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에릭 데이비스. 그는 1991년 11월, 신시내티에서 다저스로 트레이드됐다. 다만 이해, 두 팀의 성적은 밑바닥이었다. 메츠는 72승 90패로 동부지구 5위, 다저스는 63승 99패로 서부지구 꼴찌인 6위에 그쳤다.


또 다저스의 주축 타자로 활약한 대릴 스트로베리는 1991년에 메츠에서 다저스로 FA 이적했다. 메츠 시절에는 투수 드와이트 구든과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였다.


이 두 선수의 야구 인생은 여러모로 주인공과 닮았다. 두 선수 모두 마약과 음주, 그리고 여자 문제로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그것이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을 갈아 먹으며 이른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다만 스트로베리는 주인공처럼 은퇴 후 마약을 끊고 목사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구든은 마약에 찌든 삶이 이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와 마약. '약물 스캔들'이라고 하면 지금의 팬이라면 누구나 스테로이드 등의 금지약물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금지약물 이전인 1980년대에는 코카인 등 마약을 가리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85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클럽하우스 직원 등이 관여한 코카인 판매 사건이다. 이른바 '피츠버그 약물 재판'. 이때, 코카인 소지나 판매에 관여한 것이 명확한 선수만 무려 11명에 이른다.


그 면면은 화려하다. 요기 베라의 아들인 데일 베라, 데이브 파커(1978년 NL MVP), 바이다 블루(1971년 MVP와 사이영상 동시 수상), 키스 헤르난데즈(1979년 NL MVP), 팀 레인스(통산 808도루), 로니 스미스(통산 370도루), 제프리 레너드(1987년 NLCS MVP), 윌리 에킨스(1980년대 초반 캔자스시티 로열스 주포) 등이다. 여기에 재판 과정에서 '레전드' "윌리 메이스와 윌리 스타젤에게 암페타민을 샀다"는 증언도 나왔으며, 키스 헤르난데즈는 "메이저리그 선수 가운데 40%가 코카인을 하는 거로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로도, 구와이트 구든과 대릴 스트로베리의 사례에서 보듯 메이저리그는 마약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솜방망이 처벌을 들 수 있다. 이 재판에 연루된 11명의 선수만 해도 연봉 일부(최대 10%)의 기부와 사회봉사로 출장 정지 처분이 면제됐다.


물론, 보위 쿤을 비롯한 피터 위베로스 커미셔너는 '마약과의 전쟁'에 힘을 쏟았지만,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그때그때 처분을 내리는 미봉책에 그쳤다. 이 처분조차도 조정과 중재에 막혀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다. 이것은 종합적인 대책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선수노조와의 합의와 같은 절차가 필요했지만,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메이저리그가 마약에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마약과 알코올 중독, 도박 등은 공동체의 파멸로 이어지는 등 사회에 큰 해를 끼친다. 그런 것에 있어 모범이 되어야 할 메이저리거가 관련된 것은 프로야구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KBO리그만 해도, 1982년에 출범할 때 '어린이에게는 꿈을, 젊은이에게는 희망을, 대중에게는 건전한 여가 선용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런데도 그 주체인 선수가 공동체를 위협하는 마약 등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기에 이 마약 스캔들은 일회성 일탈이 아니었다. 1960~1970년대의 각성제 암페타민 문제와 1990년대 이후의 스테로이드 등 금지약물 스캔들과의 연속 선상에 있었다.


요컨대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문제 해결 방식이 일을 키우는 법이다. 요즘,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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