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느끼는 공포의 근원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 예를 들면 무인도에는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른다'는 것에서 공포가 생겨난다. 또한, 공포는 과학의 발전과 인식의 확대에 따라 사라진다. 그 대신에 새로운 미지의 두려움이 생겨난다.
가량 과거에는 화성인의 지구 침공을 걱정했지만, 지금 그것을 두려워하는 이는 없다. 이것은 화성 탐사 등 과학의 발달로 화성인 따위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에 대한 공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 과학과 인식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끝없이 있기 때문이다.
시리즈 1편(1980년)에서 앨리스가 살인마에게 대항하기 위해 선택한 무기는 '야구 배트"다.
이것은 시골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사람 사는 곳이라고는 해도, 방문자로서 어떤 사람이 사는지 알 수 없는 것에 따른 공포. 그것을 잘 살린 영화 가운데 하나가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 시리즈다. 1958년 6월 13일 금요일에 일어난 사고가 원인이 돼, 크리스털 호수 캠프장은 살인마가 날뛰는 무대가 된다.
"킬킬킬 마마마"라는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살인마 제이슨은 1980년부터 2009년까지 제작된 12편에서 모두 158명을 죽였다. 그것도 1편과 5편에서는 단 한 명도 직접 죽이지 않았는데도, 편당 약 13.2명을 난도질했다. 매 편 핏물 가득 흐르는 죽음의 향연이 펼쳐진다. 다만 개인적으론 헐벗은 언니들이 죽을 때는 탄식과 아쉬움도 느끼지만.
'13일의 금요일'은, 서양에서는 불길한 날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게 예수 그리스도가 처형당한 날이라고 한다(그러나 실제로는 '14일의 금요일'이라는 게 유력하다). 불길함, 즉 징크스와 관련이 있다. 사실 스포츠계만큼이나 징크스가 지배하는 곳도 드물 것이다. 야구만 해도 연승 중에는 수염이나 머리카락을 깎지 않거나 속옷을 갈아입지 않는 등 다양한 미신이 행해지고 있다.
시리즈 2(1981년)에서 뉴욕 양키스 캡을 쓴 지도강사 폴
일종의 강박증. 게다가, 불결한 것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징크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듯한데, 과거에는 "징크스가 있는 선수는 프로에서 성공한다"고 말해졌다. 여기서 징크스는 미신과 같은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선수의 독특한 행동양식, 지금으로 치면 루틴과 같은 것도 징크스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루틴이 있는 선수와 없는 선수. 어느 쪽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을까.
야구는 매일 경기를 펼치며, 그 결과가 곧바로 나온다. 그런 만큼 매일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면 경기에서도 일정한 능력(혹은 높은 수준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즉,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통해, 항상 안정감이나 평정심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매일 경기를 펼친다고 해도, 그 상대나 선수, 구장, 기후 등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어떻게 개인이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변화가 많은 조건 속에서 본인이 제어할 수 있는 부분, 예를 들면 잠자는 시간이나 일어나는 시간, 구장에 도착해 연습하는 시간 등을 일정하게 취해, 마음의 안심과 자신을 얻는 게 루틴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즈 9(1993년)여서 뉴욕 메츠 캡을 쓴 FBI 요원.
그런 만큼, 루틴이 있는 선수가 없는 선수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과거에는 "징크스가 있는 선수가 프로에서 성공한다"고 불린 것이다. 지금은 징크스가 아니라 루틴이지만.
이것은 공포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살인마가 아무나 마구잡이로 죽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일정의 법칙이 있다. 예쁜 여자는 무조건 죽는다, 뭔가를 알아보겠다고 혼자 행동하는 이는 죽는다, 사랑을 나눈 커플은 죽는다 등과 같은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며, 관객은 익숙함(안정감)을 느낀다. 공포영화나 야구나 '일정함'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