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야구물을 가장한 청춘물

by 손윤


쌍둥이 형제와 소녀의 삼각관계가 야구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동생(가즈야)이 미나미에게 한 약속. "고시엔에 데리고 가겠다." 그것을 형(다쓰야)이 죽은 동생을 대신해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형에게 고시엔 출장은 동생을 대신해 약속을 지키는 것인 동시에, 미나미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다쓰야는, 이전의 야구 만화 주인공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원래 야구 만화 주인공은 대개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열혈 '야생야사'(野生野死)다. 그런데 다쓰야는 진지함이나 성실함 등과는 지구와 안드로메다만큼이나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그럴 뿐이다. 진지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은 이가 동생의 목표를 대신 이루기 위해, 또한 여자친구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할 수 있을까. 결국, 겉으로는 경박하고 게으르지만, 그 내면에는 열혈 야구 소년의 혼이 불타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 혼은 절대적이지 않다. 종래 야구 만화 주인공에게는 야구가 전부다. 야구와 승부는 청춘 그 자체이며, 다른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런데 다쓰야에게도 야구는 중요한 것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야구 자체가 청춘도 아니다. 야구만큼이나 미나미도 중요하다. 종래 야구 만화의 주인공이 초인과 같다면, 다쓰야는 복잡한 내면을 가진 한 인간이다.


초인이 아닌 인간의 사랑. 그런 만큼 다쓰야와 미나미와의 사랑은 답답해서 미칠 정도로 진도가 느리다. 그렇지만 느림은 정지를 뜻하지는 않는다. 두 사람의 사랑은 느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단계를 밟아 나간다. 그리고 사랑의 진도는 느리지만, 이야기 진행은 경쾌하다. 나사 한두 개 빠진 듯한 다쓰야와 체조복을 입은 미나미. 웃음과 풋풋함에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 즉, 전형적인 '청춘물'의 전개 과정을 보인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의 감동은 야구 소년의 순수함과 열정이 그 배경에 있다. 야구밖에 모르는 야구 소년의 순수함과 청춘이라는 이름의 열정은 어느 야구 만화에서나 중요한 주제다. 그리고 이 점이 이 작품을 '야구물'로 착각하게끔 하는 요소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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