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본 근성론의 결말

가지와라 잇키로 본 스포근의 시작과 끝

by 손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죽기 살기로 하면 못 이룰 게 없다.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른바 근성론이다. 특히, 이 근성론이 지배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스포츠계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가야 이기는 것이다. 못 넘어가면 못 이기는 것이다. (중략) 젊은 세대들은 포기가 빠르다. 한국의 문제점이다." feat 김성근 감독.

이것은 팬도 다르지 않다. 선수 눈빛만 보고도 승리에 대한 의지를 읽어내는 초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경기에 진 뒤에는 승리에 대한 절실함이나 투자 등이 없다고 선수를 질타하는 팬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이처럼 근성론과 정신론은 머나먼 안드로메다가 아닌 실생활 가까이에 있다.


그러면 그 근성론이나 정신론은 사실일까? 혹은 투지만 있으면, 혹은 죽을 둥 살 둥 노력하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해 만화로 한번 살펴보자.

일본 만화 장르 중에 '스포콘'이 있다. 스포콘(スポ根)은 스포츠와 근성의 합성어로, 근성과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스포츠물'을 뜻한다. 그 대표적인 작가가 가지와라 잇키다. '거인의 별' '내일의 조' '타이거 마스크' 등의 원작자로 유명하다.

'거인의 별' 주인공 호시 휴마의 삶은 특훈의 연속이다. 항상 특훈을 통해 새로운 마구를 익히고 라이벌을 꺾어나간다. "야구에는 남자가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 거야!" 그렇게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오로지 야구에 몰두한다.

이것은 '내일의 조' 주인공 야부키 죠 역시 마찬가지다. 권투 선수인 그는 "새하얀 재가 될 때까지" 링 위에서 자신을 불태운다.


또 프로레슬링 선수인 '타이거 마스크’ 주인공 다테 나오토도 혹독한 특훈을 거쳐 링 위에서 사투를 펼친다. “비록 승산이 없더라도 전력을 다할 거다. 죽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한다." 목숨보다 더한 가치가 링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이 세 작품 모두 일본 경제가 고도 성장기에 들어간 1960년대 중후반에 연재되기 시작했다. '거인의 별’은 1966년, '내일의 조’와 ‘타이거 마스크’는 1968년. 이 시기는 "노력만 하면 누구나 그 혜택을 누리던 시대”였다. 그것이 스포츠의 근성론으로 나타난 것이다. 즉, 노력이 노오력이 아닌 시대였다. 그래서 노력이 권장된 것이며, 그것을 독자도 아무 반감 없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세상사 성함이 있으면 쇠함은 반드시 찾아오는 법이다. 1971년 환율 조정에 이어 1973년에는 제1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노력은 더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게 됐다. 또 한 번 공교롭게도 세 작품 모두 이 시기에 연재가 끝난다. '거인의 별'과 '타이거 마스크'는 1971년, '내일의 조'는 1973년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노력해도 명퇴와 실업이 기다리던, 노력이 노오력이 된 시대였던 만큼 그 결말도 충격적이었다.

‘거인의 별’ 호시 휴마는 퍼펙트게임을 펼치는 가운데, 마지막 일구를 던지다가 팔을 다쳐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다. '내일의 조’ 야부키 조는 세계 챔피언전에서 모든 것을 불태웠지만, 패배한다. '타이거 마스크’ 다테 나오토는 세계 챔피언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아이를 구하려다가 차에 치여 죽는다. 주인공의 황당한 죽음. 임성한표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이것은 근성론과 정신론에 내몰린 일본인의 피로감이 충격적인 결말로 나타난 것이다. 근성의 끝은 역시 조기 은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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