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의 코칭론, 이너게임
패션 디자이너 김수진은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와 인연이 없다. 야구 배트를 보고, 분명히 앞에 야구라는 글자가 있는데도, 공을 때리는 용구보다 '나쁜 남자'(2001년) 한기라도 된 듯 사람을 패는 도구로 생각한다. 사실 한기라고 해서 타격 연습장에 간 것은 사람을 두들겨 팰 도구가 필요해서는 아니다. 쌓인 응어리를 풀기 위해서다. 이것은 청각 장애인 류(복수는 나의 것/2002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풀러 타격연습장을 찾았다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트레스를 공에 실어 멀리 쳐내는 모습을 그리며 타석에 서지만, 그게 오히려 몸에 힘이 들어가 역효과가 난다. 한기의 막스윙처럼 힘만 잔뜩 들어간 세찬 스윙은 공기만 가를 뿐이다. 기껏 맞아도, 빗맞아서 "틱틱". 스트레스 해소는커녕 짜증만 더해진다.
여기에 타격과 관련해 들은풍월이 많아도 좋은 타격과는 멀어진다. 간결한 스윙. 어떤 타격 책을 봐도 꼭 나오는 말이다.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한 스윙을 히팅포인트에서 콘택트 지점까지 최단거리로 이해하는 이가 많다. 귀 옆이나 뒤에서 최단거리로 앞 옆구리 지점까지 휘두른다. '참을 수 없는'(2010년)의 강지흔이 그렇다. 이른바 ‘다운스윙’.
이도형 NC 타격코치는 "배트에 공이 맞는 지점이 면이 아닌 점이 돼, 정확성이 떨어진다. 또 공을 멀리 때리기 어렵다"라고 설명한다. 강지흔이 배트에 공을 맞히는 확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명원이 말을 걸어서가 아닌 여기에 있다.
그러면 타격연습장에서 잘 치는 방법은 없을까? 이 코치는 테니스 이너 게임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공이 나오는 빨간 불에 '하나'라고 외치고, 그 공에 눈을 떼지 않고 배트를 휘둘러 맞히는 순간 '둘'이라고 소리를 낸다. 머릿속으로는 맞은편 가운데보다 조금 더 높은 쪽으로 날린다는 이미지를 그린다."
공이 나오는 순간과 콘택트 하는 순간을 주시하며 정확하게 숫자를 세는 것으로 사람의 집중력은 높아진다. 그리고 한 가지에 주의가 집중되면 몸은 자연히 그것에 어울리는 움직임을 나타낸다고 한다. 거꾸로 기술적인 부분을 세세하게 주의하면 오히려 몸은 굳어져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 처음으로 타석에 선 김수진이 최철수의 단순한 말만 듣고 멋진 스윙을 해낸 것도 이런 이치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
최철수가 김수진 뒤에 딱 붙어서 보폭과 스윙의 느낌을 알려준다. 아마 사회인 야구 등을 하는 남성 팬에게는 로망과도 같은 장면이다. 그러나 이렇게 했다가는 주인아저씨에게 한 소리를 듣게 된다. "한글도 못 읽느냐?"라고. 어느 타격연습장이나 '1타석에 2인 이상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게다가, 그 장면이 멋있는 것은 최철수가 다른 누구도 아닌 정우성이기 때문이다. 괜히 따라 했다가는 뱁새가 황새를 따라 한 꼴이 된다.
다만 이 이너 게임도 마법이 풀릴 때가 있다. '하나'와 '둘'에 집중하고 공의 향방 등은 전혀 신경 쓰지 않다가 주위에서 "우와 굉장하다. 모든 공을 쳐내고 있어!"라고 말했을 때, 밤 12시가 지난 신데렐라가 된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결과 등에 신경이 쓰여 콘택트 순간 공을 보지 않고 타구가 날아갈 곳을 바라본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이다. 그러면서 실수가 생긴다. 응원하는 김수진의 환영과 환청에 휩싸여 집중력이 흐트러진 최철수처럼.
이것은 야구 선수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행크 에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테니스나 골프에서는 치기 전에 관중은 완전히 침묵을 지킨다. 그러나 야구는 4만 명이 함성을 지르는 상황에서 타석에 선다. 거기서 필요한 것은 집중력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