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노스필드 미네소타 레이드

19세기 초창기 야구를 엿볼 수 있는 영화

by 손윤

영화 '그레이트 노스필드 미네소타 레이드'(The Great Northfield Minnesota Raid/1972년)는 서부 개척 시대 말기에 실재했던 제시 제임스와 콜 영거 일당이 열차 강도를 벌이는 것을 사실적으로 그린 서부영화다. 다만 서부영화라고 해도, 총잡이 간의 긴장감 넘치는 결투보다 한 편의 역사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일상과 관련한 내용이다. 그만큼 역사 고증도 충실하다.


서부 무법자들의 일상. 그 가운데 콜 영거가 초창기 야구를 관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부영화와 야구.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남북전쟁 후, 영거 등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은행이나 열차 등을 털면서 서부 무법자의 삶을 산다. 그런 가운데 1873년 어느 날, 은행을 털기 위해 찾은 미네소타주 노스필드에서 영거는 야구 경기를 지켜보게 된다.



노스필드 팀과 옆 마을 세인트폴과의 경기. 양 팀 모두 모자를 쓰고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이미 이때 벌써 유니폼과 모자 등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투수도 포수도 야수도 글러브는 없다. 사실 야구에서 글러브는 이미 그 전인 1867년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러브를 끼는 것은 사나이답지 못한 겁쟁이라는 인식이 있어, 양 팀의 선수 모두가 글러브를 끼게 되는 것은 1880년대 무렵이다.


그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공이 딱딱해져, 그만큼 타구와 송구가 강해져 맨손으로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뜬공을 원바운드로 잡아도 아웃이었던 것이, 곧바로 잡은 것만 아웃으로 규칙이 개정된 것도 글러브 사용이 확대된 계기가 됐다. 글러브가 없던 시절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모자였다. 맨손으로 바로 잡기 어려운 타구 등은 머리에 쓴 모자로 잡았으니까.


투수는 아래에서 토스하듯 공을 던진다. 오버핸드 투구가 인정된 것도 1880년대부터다. 지금도 그렇지만 누 간에 걸리는 얼빠진 주자도 있다. 몇 차례 야수들이 공을 주고받고 주자는 태그를 피해 '왔다 갔다'. 그러다가 짜증 난 주자가 손으로 야수가 던진 공을 쳐버린다. 그러자 야수는 주자의 진루를 몸으로 막는다. 그렇게 격투기와 같은 몸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이 싸움에 심판도 가세한다. 판정에 항의하는 선수를 밀쳐버린다.



산으로 둘러싸인 필드. 그 필드 주위를 동네 주민이 모여 열띤 응원을 펼친다. 정말 글자 그대로 야구, 들판에서 하는 공놀이다. 사실 당시 필드는 대부분 말이나 소의 방목장이었다. 타자가 친 공이 똥오줌 위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 공을 잡은 야수는 냄새와 더러움에 송구라기보다 그냥 냅다 던져 버린다. 악송구의 향연.


그 틈을 타고 주자가 다음 베이스를 향해 내달린다. 그리고 공을 쫓아온 야수가 주자를 잡기 위해 송구한다. 그 순간, 영거의 장총이 불을 뿜는다. 총알에 맞은 공은 산산조각이 난다. 수비수들은 모두 아연실색. 그사이 주자는 홈 플레이트를 밟는다. 끝내기 승리. 화가 난 세인트폴 선수들은 심판에게 항의하지만, 오히려 홈팀 관중에게 두들겨 맞고 도망친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이건 야구가 아니다. 그렇지만 어찌 됐든 승리에 기뻐하는 관중의 모습. 그 즐거움은 오늘날과 다르지 않다. 그로부터 며칠 후, 영거 등의 일당은 은행을 턴다. 이번에는 영거 일당이 산산조각이 난 야구공 신세가 된다. 월 터힐 감독의 '롱 라이더스'(The Long Riders/1980년) 역시 그 내용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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