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요테 어글리

이완과 긴장의 반복, 그리고 집중력 유지

by 손윤


영화 가운데는 내용보다 음악이 더 기억에 남는 경우도 있다. '코요테 어글리'도 그런 영화다. 몇 명이나, 이 영화가 바이올렛(파이퍼 페라보 분)의 자립을 통한 정신적 성장(무대 공포증 극복)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까. 매력적인 음악에 귀가 먹고, 역동적인 언니들의 몸놀림에 눈이 멀고, 이성은 안드로메다를 향해 내달린다.


이성보다 감성. 눈과 귀는 도파민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기억상실에 빠지는 것은 영화 내용만은 아니다. 야구 경기의 속성이, 클렌징 워터 등으로 화장을 지운 뒤, 드러난 그 민낯처럼 잘 표현되어 있다. 눈을 감고 편안한 마음이 되어, 기억을 떠올려보자. 코요테 어글리 팀과 햄버거 팀(P.J. Clarke’s)과의 소프트볼 경기를.


야구 경기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느긋함과 여유로움에 있을 것이다. 푸른 벌판에서 한가롭게 소가 풀을 뜯듯 그렇게 경기는 흘러간다. 영화 속 투수 얼(잭 매기 분)이 승리 배팅을 2배에 이어 3배로 올리는 것처럼, 야구를 얼핏 보면 긴장감과는 거리가 먼 경기로 느껴진다. 그러나 얼이 깜박한 것처럼 야구 경기에서 고요함은 태풍의 눈에서 맛보는 한때일 뿐이다.


야구는 긴장과 이완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스포츠다. 투수가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포수를 비롯한 모든 야수는 긴장에 빠져든다. 어디로 공이 날아올지 모르기에. 이것은 그 공에 대응해야 하는 타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긴장감은 그 플레이가 끝남과 동시에,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투수가 공 하나를 던지려고 하면 긴장의 세계에 빠져든다. 끝없는 긴장과 이완, 그에 따른 부담감. 이것이 야구의 실체다.


반면, 농구나 축구 등은 끊임없는 긴장 속에 경기를 치른다. 술집 코요테 어글리의 바 테이블 위처럼, 잠시의 이완도 없이 경기 내내 태풍이 몰아친다. 그렇기에 야구 이외의 스포츠에서는 정신적인 부담감을 느낄 틈도 없이(물론, 결정적인 장면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있지만, 야구에 비할 바는 아니다), 반복된 연습 속에서 몸에 익은 플레이를 그대로 재현할 뿐이다.


한가로움 속의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야구.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반복이 겹겹이 쌓여 폭발한다. 카미(이자벨라 미코 분)의 옷이 한 꺼풀 벗겨질 때마다 얼의 긴장감이 고조되듯. 그 고조된 분위기는, 때로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구 멸망을 예고하듯 폭풍우가 몰아친다. 게다가, 그 긴장감이 폭발하는 시기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모른다는 것. 미지의 공포는 더 큰 불안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야구 선수에게는 평정심과 대범함이 요구된다. 평정심은 끊임없는 긴장과 이완을 이겨내는 침착한 대응이며, 대범함은 실수나 어려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정규 시즌에서의 이야기다. 단판 승부, 또는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이 되면 달라진다. 평정심과 대범함보다 강인한 투쟁심이 더 요구된다. 작은 실수도 범하지 않고 반드시 이기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정규 시즌에서는 내일이 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이 바이올렛에게 부족했다. 그래서 코요테 어글리를 떠난 뒤, 맞이한 자신의 첫 음악 무대에서 케빈(애덤 가르시아 분)의 도움이 필요했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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