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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Dec 24. 2022

나는 아주 느슨한 외줄을 타고 있다





외줄타기를 할때는 오른쪽 왼쪽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물론 평지를 걸을 때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외줄을 타는 상황에서 중잡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오른쪽 왼쪽 얼굴을 반전시킬 때 큰 차이가 없는 사람이 미인이라는 말이 돌자 배우들은 음식을 먹을 때 오른쪽 몇번, 왼쪽 몇번 숫자를 세며 먹는단다. 하지만 그래도 균형을 맞추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오른손잡이인 사람이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할  없으니 어느 방향으로든 치우치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몸의 균형이 똑바른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외줄타기는 보통 사람들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외줄타기 장인들이 모두 양손잡이 인건 아닐테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균형만 잘 맞추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외줄타기의 성패를 가르는 건 오른쪽 왼쪽의 균형이 아니라 내 몸의 무게가 실린 아래 방향 즉, 중력이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평지에 선을 긋고 걷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내 몸을 지탱하는 중심이 흔들리면 오른쪽 왼쪽의 균형을 맞추는 건 의미가 없다. 세찬 바람이 불지 않아도 이미 나는 흔들리고 있다.


나사가 조여지지 않아서 시간이 맞지 않는 시계는 아무리 밧데리를 갈아도 소용없다.

누군가와 대화 중에 말이 안통한다며 싸우는 이들은 사실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부분을 알지 못해서이다.


서로의 말이 섭섭했다는, 자신과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그래서 헤어질 결심을 하는 연인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서로의 다른 생각이 아니라 이미 식어버린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나는 아주 느슨한 외줄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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