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연 Jan 01. 2023

2023년 내 머릿속의 카메라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는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 하지만 기계가 모든 걸 책임지진 못해. 사진은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의 호흡이 아주 중요하니까. 하지만 걱정 마. 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간의 적당한 거리와 시간만 지킨다면 아주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 러려면 찍는 사람의 하나 둘 셋 소리에 맞춰 잠시 정적인 장면을 연출해야 해. 어느 하나라도 호흡이 어긋나면 초점이 흐려져. 간혹 남들보다 튀기 위해 앞으로 나가거나 움직이면 카메라는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서 누군가는 흐릿한 배경이 더라. 그건 기계의 한계야. 메라엔 감정이 없거든.






사람의 눈은 카메라 렌즈보다 성능이 좋아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앞에 장애물이 있어도 자연스럽게 초점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맞춰지거든. 하나 둘 셋 따위의 시간은 필요하지 않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해. 사람의 눈은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맞추지 않는 게 더 어려워. 그래서 선명하게 세상을 볼 수 있지. 하지만 큰 문제가 있어. 저장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밖으로 꺼내 놓을 수 없으니 말이야.


생각나지 않을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난 이런 상상을 했어. 내 머릿속에 저장한 것들을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밖으로 꺼내 놓을 수 있다면, 세상엔 범죄가 줄어들 거야. 내가 발명가가 된다면 가장 먼저 그걸 발명할 지.


하지만 생각해봐 그건 추억이라 부를 수 없을 걸. 아주 생생한 기억일 테니까. 그리고 그 기억이 아주 끔찍하다면 사는 내내 지옥일 거야. 감정이 없는 기억은 가끔 내게 아주 불리할 테니까.


인류의 몸에 정보를 심게 되면 세상이 멸망한다는데 아마도 그런 의미 아닐까. 내가 세상을 감시할 수 있는 것만큼 나도 세상에 의해 감시되는 거니까. 내가 하는 나쁜 생각까지도. 그러면 세상에 아름다운 기억이란 아주 드물겠지. 세상은 아주 혼란스러울 거야. 범죄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누구나 범죄자가 되겠지. 아주 작은 이익을 위해 우리는 많은 걸 잃게 되겠지.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는 아주 조금 흐려져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어쩌면 잊고 싶은 건 잊게 되잖아. 그럼에도 우리는 과거를 후회하고 살아. 하지만 그게 아주 정확한 기억은 아닐걸. 우리 머릿속의 카메라는 아주 성능이 좋아서, 가 살아갈 수 있게 조금은 순화되고 조금은 빛바래져. 그래서 당시에 아주 창피했던 기억은 조금 우스워지고 슬펐던 기억도 조금만 슬프잖아.


그러니 과거에 살지 마.

과거의 기억으로 힘든 건 과거에 힘든 게 아니라 과거의 기억으로 현재 힘든 거니까.

그러니 오롯이 현재에 살자.

과거의 기억은 과거에 넣어두고.

지금도 우리 머릿속의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고 방금 전의 기억도 추억이 되었잖아. 과거의 기억을 선명하게 꺼내지 못하는 건 어쩌면 과거의 생각을 많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신의 선물일 테니.


지나간 2022년의 추억은 거기에 두고,

새로운 2023년의 카메라는 아주 아름다울 수 있게.


.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2023년엔 머릿속에 아름다운 장면만 가득 담으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한 2023년을 응원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주름 총량의 법칙_아듀 202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