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나와 토론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도 집에서 토론할 수 있는 상대가 엄마뿐이기 때문일까. 아들은 늘 토론 주제를 가지고 오는데, 며칠 전에는 평등과 공평과 형평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주제는 종부세에 관한 것이었다.나는 종부세를 반대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지만 아들은 매일 정치에 관한 유튜브를 본다. 참 마음에 안 든다.
아들은 평등이라는 개념 안에 있는 공평과 형평을 구분하지 못했다. 자세히 말하자면 평등아래 공평과 형평이 있는 것이지만 평등과 공평을 동일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꾸만 형평은 평등하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자아가 발전하는 중학생인 아들에게는 엄마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토론을 하고자 하는 건 언제나 그렇듯, 누구나 그렇듯 자신의 생각이 늘 옳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세금이라는 종부세를 부당하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조용히 한마디를 해주었다. 아들아. 우리는 그게 불만일 만큼 부자가 아니란다. 아들은 이내 수긍했다.
앞도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는 형평이 아닌 공평하게라도 대우를 받고 있을까. 나는 왜 나라에서 받는 혜택도 없이 세금을 이렇게나 많이 내는 것일까.
내가 낸 세금보다 내가 받는 혜택이 더 적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더 많이 가진 자이다. 그러니 아들아. 엄마 세금 낼 걱정 말고 공부를 좀 해라.
평등을, 공평을 외치던 아들은 오늘도 누나가 먹는 양의 두 배를 먹어치우고는 게임을 한다. 기특한 것. 넌 참 잘 살겠다. 우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