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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Jul 27. 2023

어떤 날은 이렇고 또 어떤 날은 그렇고.





어떤 날은 이렇고 또 어떤 날은 그렇고.



'사랑받을 자격' 책을 가장 많이 읽어본 사람은 나일 거다. 나는 그 책을 썼고, 탈고했고, 출간한 사람이니까. 나는 그 책을 탈고할 때 스무 번 정도 읽고 퇴고의 과정을 거쳤으며, 책이 출간된 이후에도 열 번가량 읽었다. 집필할 때까지 치자면 나의 눈은 모든 문장에 얼마나 머물렀을까.


어느 날엔 '아. 글 참 잘 썼다' 생각했다가 어느 날엔 '아. 참 슬프다' 생각했다가 어느 날엔가는 이런 쓰레기 같은 글을 누가 읽을까 생각했다. 헌데 그렇다고 글이 바뀌는 건 아니다. 그저 어느 날엔가는 마음이 넉넉했고 어느 날엔가는 쓸쓸했으며 어느 날엔가는 부정적이었던 것뿐이다.


내 키보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나를 보며 어느 날엔가는 아담해서 귀엽다는 말을 했고 또 어느 날엔가는 난쟁이똥자루 같다고 다고 해서 내 키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변하지 않는 건 그거다. 이전 책들에서 한두 개 있던 오탈자가 이번 책에는 없다는 것. (나는 인쇄 전날까지 오탈자 수정을 부탁했다.) 이런 귀찮은 작가 같지도 않은, 네 권을 출간했지만 화제가 된 책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작가의 말을 공감해 주고 열심히 들어준 출판사 대표님께 애잔한 마음이 든다는 것. 출판사 대표인 그녀는 참 애잔한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이제는 그만 행복해졌으면 했지만, 이번에도 그럴 기회가 조금은 사라졌다는 것.


그래도 늘 한결 같이 글 잘 썼다며 칭찬해 주던 출판사 대표님 덕분에 이런 쓰레기 같은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으니, 아담하면 어떻고 난쟁이똥자루면 어떤가. 그게 그냥 나인데.


그래서 어느 날엔 찡그리고, 또 어느 날엔 웃고. 오늘은 조금 웃어보려고. 어제 딸이 미처 1센티가 더 크지 못해서 160이 되지 못한 엄마에게 난쟁이똥자루라고 한 게 자꾸만 생각나서. 그래 너 키 커서 좋겠다!




번외로, 나는 돌쟁이일 때 아장아장 걷다가 넘어져 얼굴을 크게 다쳤는데, 아직도 그 상처가 입술 위에 선명히 남아있다. 나는 웹디자이너였고, 그 상처를 충분히 보정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그게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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