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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Jul 30. 2023

우리는 그저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존재일 뿐




워킹데드10 중



_ 하느님은 신부가 술 먹고 도박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요?


_ 괜찮을 거예요.


_ 그래요? 신부 훈련에는 카드 손기술이 들어가요? 신학교에서는 위스키 수업 듣고요?


_ 사실 있어요. 진짜예요. 멘토가 있었어요. 조지 신부님이라고. 좋은 친구에 좋은 선생님이었죠. 들었던 첫 수업이 남자애 장례식이었어요. 토미 플랭클린. 암으로 죽었고, 대학교 1학년인데 죽어버렸어요. 장례식장에 동네사람 전부가 와서 조지 신부님이 식 진행하고, 입관할 때 말을 했는데 애쓰지 않고도 맞는 말만 하더라고요. 적어도 그렇게 보였어요. 어쨌든. 장례식이 끝나고 신부님 차 타고 모임에 가는데 그냥 막 밟아요. 내내 130km로요.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먼저 도착해야 한다면서 빨간불에도 달렸죠. 그때마다 기도하면서요. 나는 내내 눈 감고 있었어요. 도착했을 때는 곧바로 술 수납장으로 가더라고요. 제가 뭐 하는 거냐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닥쳐 가브리엘!'이라면서 내 칼라를 뺏어갔어요. 그리고 자기 것도 빼고 술을 부었어요. 토미 아빠가 들어오니까 신부님이 잔 두 개를 들고 가서 그냥 얘기했어요. 거기 있던 사람들한테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편해졌어요. 미소 짓고 웃고. 그리고 나한테 그랬어요. 그 순간에 같이 있어 주는 것만 하면 된다고. 진심으로 말하고 사람들이 뭘 듣고 싶어 하는지 걱정하지 말고요. 나도 노력은 하는데 신부님 민큼은 안 돼요. 나중에 해준 말이 진짜 성직은 강단에서 하는 설교가 아니래요. 사람들한테 일대일로 말하는 거래요. 그 사람들 언어로 공감하면서요. 이게 위스키를 알게 된 이유예요.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고요.






내가 누구라서,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사회적인 신분 때문에, 또 누군가와의 관계 때문에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 그로 인해 충분한 공감이 어렵고, 충분한 위로를 해주기 어렵고, 서로에게 어색한 사이가 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바라는 건 아주 단순할지도 모른다. 배고픈 자와는 함께 밥을 먹고, 목이 마른 자와는 함께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자와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나의 명함이나 직함은 필요 없다. 오히려 그런게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내가 탸인에게 어떻게 비춰질지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진실된 마음이 더 중요하다.


그저 우리는 같은 세대에 태어난 같은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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