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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Apr 22. 2024

이제 너를 싫어해보려고



나는 왜냐고 물었다. 왜가 아니라 어떻게라고 물었어야 했다. 아니 묻는 게 아니라 위로를 건넸어야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몰랐다. 이유를 찾고 싶었다. 슬픔이 아니라 분노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었다. 그게 더 쉬울 테니까. 그리움보다는 미움이 더 쉬울 테니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변한다. 그러니 이유는 중요치 않다. 그저 좋아했던 이유가 싫어하는 이유로 바뀌었을 뿐. 같은 이유일 거다. 사람은 늘 한결같고, 그게 이유가 된다. 변하는 이유. 그러니 왜 나를 떠나가느냐 물을 것이 아니라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지 방법을 찾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다.





나는 커피를 싫어했었는데 살다 보니 카페인중독이 되어 있었고, 아버지 옆의 소주가 그렇게 싫었는데 어느새 내게 알코올의존증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렇게 싫어하던 게 중독이 되고 보니 이제는 무언가를 싫어하는 것조차 두려워진다. 그렇게 싫어하는 담배가 내 삶에 배일까 봐. 싫어하는 것에서 좋아하는 것으로, 좋아하는 것에서 싫어하는 것으로 바뀌는 건 내게 너무 쉬운 일이니까. 그래서 이제는 너를 싫어해보려고. 그것도 참 쉽겠지. 그리움보다는 분노가 더 쉬울 테니까. 그렇게 너를 싫어하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너는 내 삶에 머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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