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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찬 Oct 29. 2020

아임 파인, 땡큐 - 부제(단풍국 워킹홀리데이) #21

#21 클럽에서 보낸 할로윈 데이, 그리고 영화 같던 크리스마스 파티

클럽에서 보낸 할로윈 데이, 그리고 영화 같던 크리스마스 파티

 

외국에서 처음 맞는 할로윈데이. 10월 31일이 할로윈 데이였기 때문에 일이 끝나자마자 렌트카를 빌려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캘거리라는 도시로 향했다. 다음 날은 원래 일하는 날이었지만 호텔에 말해서 11월 1일 근무를 미리 빼놨다. 같이 일하던 한국인 누나와 함께 갔는데 그 누나는 피 묻은 간호사 코스튬을 했고 나는 당일 날 코스튬 샵에 가서 이것저것 보며 고민한 끝에 지니를 골랐다. 그때 한창 유행하던 신서유기라는TV 프로그램에서 규현이 지니 코스튬 했던 게 생각나서 얼굴을 파란색으로 칠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냥 지니 가면으로 대체했다. 얼굴까지 신서유기처럼 분장했으면 최고였을텐데. 같이 갔던 누나도, 나도 외국에서 맞는 할로윈은 처음이라 둘 다 출발할 때부터 신나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우리는 클럽으로 향했다. 사실 나는 클럽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외국 클럽에서 맞는 할로윈 데이는 어떨까 궁금해서 경험해보고 싶었다. 처음 갔던 클럽은 별로 크지 않은 곳이었고 생각보다 분위기도 별로여서 실망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도시에서 가장 크고 핫한 클럽으로 향했다. 가는 길부터 차들이 엄청 많았고 겨우 도착해서 주차 자리를 찾아 주차하고 클럽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입구 밖에서부터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그 추운 날에 다들 얇은 코스튬만 입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우리도 추위에 덜덜 떨면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 보니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의 몇 배나 되는 엄청난 인파가 클럽 안에서 술 마시고 춤추고 놀고 있었다. 거의 한 명도 빠짐없이 코스튬을 했고 같이 사진을 찍으며 할로윈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여러 나라 사람들과 같이 춤추며 클럽 마감시간인 새벽 2시쯤까지 즐기며 놀았다. 캐나다의 클럽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새벽 2,3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되게 건전한 나라이기도하고 어떻게 보면 재미없는 나라이기도하다. 한국과 캐나다를 비교할 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캐나다는 재미없는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격하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차가 막힐까 봐 마감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왔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할로윈 데이를 즐겨본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외국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큰 경험이 됐고 좋은 추억이 됐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값진 경험이었던 크리스마스 파티. 할로윈 데이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일했던 호텔에서 직원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우리 호텔은 꽤 큰 호텔이었어서 일하는 직원만 몇 백 명이 되었고 가족이나 친구들도 초대할 수 있어서 사람들이 꽤 모였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호텔 일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며칠 앞당겨서 미리 파티를 했다. 파티 전부터 직원들끼리 저마다 다 파티 복장을 신중히 고르고 새로 사는 등 파티 준비로 들떠있었다. 나는 옷을 따로 사지는 않았고 그냥 내가 가지고 있던 옷 중에서 포멀한 복장을 골랐다. 크리스마스 파티 당일, 일을 끝내고 씻고 나서 옷을 갖춰 입고 파티 장소로 가자 이미 사람들이 꽤 모여 있었다.


안면이 있던 사람 모두 다 내가 지금까지 본 모습 중 제일 멋지고 예쁘게 꾸미고 왔다. 평소에는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몰랐는데 꾸민 모습을 보니 너무 멋있었다. 남자는 정장을 입고 여자는 드레스를 입었다. 외국 영화에서만 봐오던 내가 꿈꿨던 외국에서의 파티가 실제로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술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전 직원들이 함께 만든 크리스마스 기념 영상도 보고 여러 가지 이벤트도 했다. 그리고 이 날 나는 감사하게도 각 파트 별로 주는 이 달의 직원 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술을 마시며 사람들과 얘기하고 놀고 있었는데 클럽파티가 시작됐다. 여기서 갑자기 클럽파티라니 조금 의외였지만 다들 스테이지로 나와서 즐겼고 나도 같이 나가서 즐겼다.


역시 음주가무는 세계 어디를 가도 통한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는 더 친해졌고 안면만 있는 사이였던 사람들과는 인사를 하고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취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자 파티는 끝이 났지만 장소를 바꿔 직원 숙소에서 파티가 계속됐다. 이렇게 내가 꿈꿔온 외국에서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이 났다. 이 날은 아직도 옷을 갖춰 입고 파티 장소로 가는 첫 순간부터 술 먹고 춤을 췄던 끝나는 순간까지 다 기억날 만큼 너무 설레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앞으로 크리스마스를 떠올린다면 제일 먼저 이 날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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