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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찬 Oct 28. 2020

아임 파인, 땡큐 - 부제(단풍국 워킹홀리데이) #20

#20 인생 첫 스키 타는 곳이 로키산맥이라니..

인생 첫 스키 타는 곳이 로키산맥이라니..

스포츠는 거의 다 좋아할 만큼 여러 스포츠를 해봤고 좋아하지만 스키는 타본 적이 없었다. 타볼 기회가 없었기도 했고 딱히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하는 말이 “밴프까지 왔으면 이 곳에서 스키는 한 번 타봐야 한다."였고 나도 여름 때부터 ‘로키산맥에서 스키 타는 경험도 한 번 해보면 좋겠다’ 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전 의지가 생겼다.


그렇게 겨울이 되고 스키 시즌이 시작되자 스키장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밴프에는 ski big 3라고 불리는 스키장이 있는데 그중 하나인 선샤인 빌리지라는 곳으로 친구들과 함께 갔다. 스키장 자체가 우리나라 스키장과는 달랐다. 들어가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는 스키장에 들어가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지만 그곳은 아예 처음부터 케이블카 같은 것을 타고 산에 있는 스키장 위로 올라간다.


또 우리나라는 인공 눈을 사용하지만 그곳은 진짜 눈이기 때문에 설질이 달랐고 넘어져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로키 산맥의 능선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코스로 살렸기 때문에 안전장치 같은 게 따로 없어서 길을 잘못 들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풍경이 너무 멋졌지만 마냥 풍경을 즐기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이런 곳에서 길을 잃으면 진짜 죽겠구나 싶었다. 처음 입어보는 스키복과 신발은 무겁기만 했고 스키 장비들 또한 어색했다. 한국에서 스키를 타러 가는 거였으면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겠지만 로키산맥의 절벽들을 보고 있자니 긴장이 안될 수가 없었고 나와 같이 리프트를 탄 친구들은 너무 예쁘다며 사진 찍고 노래 틀고 신나게 올라갔지만 나는 그 분위기에 도저히 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먹고 스키를 타러 가기로 했다. 스키장을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다 보니 스키장에서 컵라면 먹기가 내 로망이었는데 그 로망을 위해서 스키장에 오기 전에 한인마트에 들려서 한국 컵라면을 사들고 갔다. 로키산맥의 설경을 보며 먹는 컵라면은 너무 맛있었고 안에서 보는 풍경이 예뻐서 그냥 스키 타지 말고 안에서 풍경 보면서 커피나 마시고 싶었지만 밥을 다 먹자마자 친구들에게 끌려갔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중의 초보였기 때문에 불안해서 왕초보 코스로 갔다. 사실 거기에 왕초보 코스라는 것은 없고 그냥 거기 있는 코스 중 가장 쉽다는 곳으로 갔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데 눈에 쌓인 로키산맥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친구에게 대충 스키 조작법을 배운 뒤 친구가 옆에서 봐줘서 같이 타게 되었다.


그런데 가장 쉽다는 곳의 경사가 거의 우리나라 스키장의 고급 코스 정도 되었다. 딱 봐도 내가 탈 곳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미 올라왔기 때문에 스키를 타고 내려가야 돼서 울며 겨자 먹기로 스키를 타고 내려왔다. 속도 줄이는 법과 s자로 꺾으며 내려가는 걸 배우긴 했지만 막상 실전에서 쓰니 잘 안됐다. 그리고 넘어져야 할 때 안 넘어지고 버티다가 다칠 뻔하기도 했고 속도 제어가 안돼서 밖으로 튕겨져 나갈 뻔하기도 했다.


그렇게 남들은 금방 내려오는 길을 나 혼자 거의 30분 넘게 내려왔던 것 같다. 타고 내려오니 무릎 아프고 뒷 목도 아프고 온 몸이 긴장해서 땀이 뻘뻘 나고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다칠까 봐 더 타기 무서워서 한 번만 타고 끝내려고 했지만 그래도 낸 돈이 아까워서 한 번 더 타기로 했다.

이번에는 나를 도와줬던 친구한테 나 혼자 타보겠다고 말한 뒤 친구 혼자 재밌게 탈 수 있도록 보내고 혼자 타게 되었다. 그래도 방금 탔던 경험이 있어서 두 번째 탈 때는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하지만 속도가 붙기만 하면 무서워서 속도를 줄이고 아주 천천히 갔다. 그러다 보니 도움 없이 혼자서도 잘 내려갔다.


물론 남들 몇 배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발전했다. 그렇게 두 번 타니 마감시간이 다 되었다. 우리가 스키장에 조금 늦게 도착한 것도 있고 내가 늦게 타기도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로키산맥에서 타는 스키를 경험해봤다. 하지만 스키는 나랑 안 맞는 것 같아서 이때 탔던 스키가 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그래도 내가 또 언제 로키산맥에서 스키를 타보겠나 생각하고 나니 도전한 게 뿌듯했고 아주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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