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남의 글을 읽다 보면, 마우스 휠만 내리다가 조용히 창을 끈다. 무슨 대단한 직업, 신기한 경험으로 꽉 찬 사람들. 사막을 횡단한 이야기, 이름만 들어도 아는 회사에서 성과를 냈다는 이야기. 그들의 글은 애쓰지 않아도 윤기가 흐른다. 자신감이라는 게, 종이를 뚫고 튀어나올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내 서랍을 열어본다. 내가 경험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은, 결국 잦은 이직으로 너덜너덜해진 이력서 몇 장이 전부다. 그들의 삶이 잘 닦인 보석이라면, 나는 주머니 속을 굴러다니는 담배재 같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으로 성장을 말하지만 , 나는 버텨낸 것 말고는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쪼그라든다. 나는 평생 빛나는 전시관의 작품이 아니라, 그저 창고 구석에 쌓인 재고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받는 기분이다 그들의 글을 읽을 때가 꼭 그렇다. 이미 내 지갑을 열어봤는데 천 원짜리 한 장 없는 걸 들켜버린 기분.
나는 그저 합창단 맨 뒷줄에서 입만 벙긋거리는 사람인데, 감히 무대 중앙의 스포트라이트를 엿보고 와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잠시 착각했던 걸까.
비교하지 말아야지. 저 사람들은 저 사람들이고, 나는 나지. 머리로는 아는데, 그게 잘 안된다. 그들의 빛이 너무 밝아서, 내 그림자가 더 질척하게 발목을 잡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