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물

by 야호너구리

행복은 광고같은거라고 해서, 중간에 잠깐씩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만큼 작은 행복이라도, 소중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월요일에 회식을 마친후, 한시간정도가 걸려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할떄 즈음되니, 밤 10시가 가까워졌다.


골목길의 가로등처럼 홀로 처량하게 집으로 가면서, 편의점에 들러 맥주 두캔을 삿다. 누가보기에도 취기는 충분했지만, 난 아직 만족스럽지않았다.


회식으로 지친 내 정신을 마비라도 시키기 위해서라도 술이 좀더 필요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맥주가 든 봉지를 빙빙 돌리며 집으로 향했다.


봉지에 맥주 두캔을 들고 터덜터덜 걸어가면서서 오늘은 거실에서 자겠군 생각했다. (평소에도 코를 골지만, 술을 마시면 유난히 코를 많이골아 거실에서 잔다.) 아마도 술을 많이 마셨다고. 잔소리를 듣겠지. 한숨을 푹 쉬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식탁 위에, 얼음이 띄워진 꿀물이 놓여 있었다. 얼음이 적당히 녹아, 지금 당장 마시기 딱 좋은 그런 꿀물. 오자마자 그걸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나의 이 지독한 고단함을, 이 피로를, 그래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목이 메었다.


봉지에서 조용히 맥주를 냉장고에 넣었다. 노동이 주는 알콜의 맛은 정말 멋지지만, 따듯한 마음이 담긴 시원한 꿀물은 이길수가 없었다.


눈물이 찔끔 났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행복한 하루로 마무리되었다. 이런 광고 같은 행복이, 가끔이라도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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