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익을 두 개나 샀어?”
내 고등학교 동창인 J는, 내 30년 인생 중에 가장 정이 많은 사람이다. 사소한 인연조차 쉽게 여기지 않고 늘 소중히 지키며, 한번 맺은 인연에 대해서는 늘 지키는 사람이다.
사실 J는 슬픈 가정사를 가진 친구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그것 때문인지 고등학교 시절에 만났을 때는, J는 이미 또래와는 다른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J는 어른 같았다. 그 당시에 내가 꿈꾸는 어른의 이미지는 J의 모습과 동일시되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J가 나와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나이를 먹었는지 단편적으로 몇 가지 강렬한 기억만 남아있다. J와의 처음은 기억나진 않지만, 중간에 몇 가지 사건만 기억난다. 그 당시 J는 고등학교 시절 이미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생들이 술을 마시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J는 그 당시 이미 술꾼이었다. 고등학생이 술꾼이란 게 말이 안 되겠지만 사실이다.
난 사실 남녀공학을 나왔지만, 여자랑 이야기를 해본 기억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몇 안 되는 기억들은 사실 J가 만들어 준 것이다. 어린 나는 여자와 술을 마신다는 자체가 너무나 설레고, 어린 나이인 나에게 굉장히 자극적인 일이었다. 물론 보통 생각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결국에 기억 남는 것은 J가 여자들이랑 같이 즐겁게 노는 모습만이 나에겐 남아있다.
흔히 말하는 나 같은 '소심한 찐따'들은 생각하지도 못할 스킨십을, J는 늘 여자들과 너무나도 당연히, 자연스럽게 했다. 어린 나는 그런 J가 참 대단하고 부러웠다.
그 후 J와는 군대에서의 인연과, '서로'의 노력이 아닌 순전히 'J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서로 만나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사실 J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게 없지만, 내가 J에게 "이 사람은 나랑 정말 생각하는 게 다르구나"라고 느낀 일이 있었다. U라는 친구는 나와 생일이 하루 차이인 친구다. (후에 다시 U에 대하여 이야기하겠다.) 하루 차이인 생일이기에 우리가 모두 한가할 땐 둘이 같이 생일 파티를 하곤 했다.
사실 그것도 희미해졌기에, 각자 생일은 보내고 가볍게 둘이 만나서 소주 한잔을 기울인 일이 있었다. 그때 J가 둘의 술자리에 들렀던 적이 있는데, J가 나와 U의 생일이라고 케이크를 사 왔다. 뭐 이 정도야 흔한 이야기지만, J는 둘을 위해 각각 케이크를 사다 줬다.
남녀를 나누자는 건 아니지만, 각각에 케이크를 사다 준 그 감수성에 감탄했다. 어차피 하루 차이인 생일이니 보통은 케이크 하나로 하는 것이 맞다. 경제적으로도 그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J는 정말 생각하는 게 깊고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둘의 생일이 하루 차이이지만, 그 하루하루, 한 명 한 명이 중요하다고 J는 케이크를 통해 말하였던 것이다. 물론 J가 정도 많고 사람을 챙기는 것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인 줄은 그때 깨달았다.
U와 나는 이 일은 정말 자주 이야기하고 자랑한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정이 많고, 인간미가 있는 사람은 바로 J다. 물론 서술한 것과 다르게 단점도 굉장히 많지만, 그래도 난 J가 좋다. 어리석을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고 믿는 J. 늘 사랑을 원하고 사랑하고 싶어 하는 J. 늘 주는 사랑을 하는 J.
고맙다,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