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선택한 난도질에 대하여
요즘은 인플루언서라는 말이 직업이 되고, 그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걸 나락 간다고 표현한다.
최근 유튜버 '원지의 하루' 논란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저게 저렇게까지 죽을죄인가 싶다가도, 한편으론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저런 비난과 관심을 견디는 대가로, 우리 같은 직장인은 평생 꿈도 못 꿀 돈을 버는구나.
디스토피아 영화들을 보면 세상은 딱 두 부류로 나뉜다. 화려한 성 안에 사는 1%의 지배층과, 성 밖에서 진흙탕을 구르는 99%의 평범한 사람들. 요즘 인플루언서들이 사는 세상을 보면, 영화 속 그 1%가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아 섬뜩하다.
그들은 사실 스스로 도마 위에 올라간 거다. 예전에 배우 고현정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도마 위에 오를 때는 난도질당하려고 올라간 건데 막상 난도질당하면 아프다고 한다. 그게 싫으면 아예 올라가지 말아야지. 우리는 자진해서 올라간 거야."
대배우도 아는 그 냉정한 이치를,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잊는 것 같다. 억지로 끌려온 게 아니라, 제발 나 좀 올려달라고 보채서 올라가 놓고는, 막상 칼날이 들어오니 아프다고 징징대는 꼴이라니.
물론 고현정 같은 사람이 이야기하니까 품위 있는 철학으로 들리지, 나 같은 놈이 이런 소리를 하면 기냥 열등감과 부러움에 사로잡힌 인간이 하는 헛소리라는 거, 나도 안다. 부정하진 못하겠다.
그렇다고 미친 사람처럼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을 쏟아내는 악플러들을 옹호하는 건 절대 아니다. '대중'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정의구현이랍시고 칼춤을 추는 그들이 정당하다는 게 아니다. 선을 넘는 비난은 그저 배설이고 폭력일 뿐이니까. 악플러들, 당신들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다. 그 난도질의 대가로 펜트하우스에 살고 슈퍼카를 타는 것 아닌가. 칼날이 무섭다고 하기엔, 당신들이 챙겨가는 살점이 너무 크다. 위험수당치고는 너무 많이 받잖아.
나는 도마 아래, 썰려 나가는 찌꺼기 같은 월급을 받으며 산다. 그래도 차라리 이게 마음은 편하다. 누가 나를 씹어 먹을 일은 없으니까.
화려한 도마 위에서 피를 흘리며 돈을 세는 그들과, 도마 아래서 그 떨어지는 콩고물조차 구경 못 하는 우리들. 참 기괴하고 무서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