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키보드를 두드리며, 내 과거이야기를 적을때는 억울함이 컸다. 내 진짜 모습은 이 얇은 종이 쪼가리 몇 장에 다 담기지 않는다고, 내 인생은 훨씬 더 치열했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글을 써 내려갈수록 그 억울함은 묘하게 가라앉았다. 나의 불운일수도있고, 능력 부족이었을수도 있다. 모든게 세상탓으로 돌려기도 했다.
그 수많은 실패와 도망의 기록들. 다시 읽어보니 그건 실패과 거짓으로 점철된 과거가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쳤던 나의 가장 솔직한 시간들이었다.
성과도, 명예도, 나만의 능력도, 사실 뭐하나 남지 않았다.
도망치고, 다시 달리고, 쉬지않고 달려왔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조금은 위로가 된다.
이 이야기들은 어느 회사에도 제출할 수 없다. 인사팀의 기준에서 나는 여전히 일관성 없고 스펙 부족한 지원자일 뿐이다.
이제는 상관없다.
이력서의 뒷면을 덮는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나의 현실도 그대로다.
내일 아침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실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안다.
내 주머니 안쪽에 사직서 한장, 그리고 나만 알고있는 이력서 뒷면을 가지고 있다는것.
그 묵직한 사실 하나 믿고, 나는 다시 출근한다.
그걸로 됐다.